한줄평과 이 리뷰의 한줄소감 모두 이 책에 인용된 말들로 재인용했다.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말과 "행복은 좀 더 큰 행복을 필요로 하기 위한 그 순간"이라는.
인용한 두 말들로는 이 책에 대한 내용이 잡히기 어렵지만, 제목에서 사실 이 책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cracy는 govern을 뜻하므로 행복이 지배하는 그런 사회, 따라서 너나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세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른바 '긍정 심리학'에 대한 비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긍정심리학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좋은 직업, 좋은 학교, 안전한 동네, 보편적 의료 보장은 뭐 하러 얻으려 할까?" 하는 식으로 꽤 직설적으로 역설한다. 긍정심리학의 대표주자인 셀리그먼에 따르면 행복에는 공식이 있는데 S+V+C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 영어 구문 공부 좀 한 사람이라면 대뜸 저 공식만 봐서는 주어, 동사, 보어가 떠오를 수도 있겠으나 각각 set, volitive, circumstances의 약자다. s는 유전적으로 정해진 행복의 범위, v는 자신의 행복을 개발하려는 의도적이고 자발적인 활동, 마지막으로 c는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이란다. 간단한 방정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진장 어려운 일임을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s부터 한숨이 나오지 않는가. 행복에조차 유전적인 범위가 필요하다니.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함일테니 행복을 추구하는 건 결코 부정적인 일이 아닐 것이다. 행복추구권은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엄연한 권리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이 뭐가 되었든 우리를 '지배'하려는 것이고 행복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 따지고 보면 행복하기만 한 삶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일진대 그렇다면 굳이 그 행복에 매달릴 필요가 꼭 있느냐는 문제는 분명 생각해 볼 사안이다. 어차피 이 세상에 맛있고 몸에도 좋으면서 값도 싼 음식은 없는 것. 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가운데 무엇을 포기할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고 따라서 거기에서 느껴지는 행복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만 포기해야 하는 사람과 둘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 애초에 선택권이 없는 사람 등도 있음을 고려하면 그만큼 더 복잡해지는 문제이고.
결론인즉슨 내가 해야 되는 일에 열심히 매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고 싶은 일에 가능한 도전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먼저다. 이것만도 우선 바쁜 일이고 무엇보다 실행 가능성 여부가 늘 미지수인 일. 행복이야 그런 와중에 오면 좋은 것이고 안 오면 어쩔 수 없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 1. 그러니 이번 대선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다. 물론 어제 리뷰에서도 썼다시피 대통령이 누구든 내 일과는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는 지양하고 경계해야 하지만 대통령과 내 삶을 부러 연결시킬 필요까지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덧 2. 책의 내용과 관련해 궁금한 부분이 있다. 4장을 들어가면서 Happy selves in the market's shelves. 라는 문구가 있는데 각 장을 들어갈 때마다 이런 문구들이 있고 감질맛 나게도 번역을 해놓지 않았는데 특히 이 문구의 참 의미가 궁금하다. 꼴에 영어 좀 읽는답시고 대강 짐작은 가지만 저자의 원 의도와 역자의 이해한 바는 무얼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