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원 저
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남명성 역
오윤희 저
장다혜 저
낸시 스프링어 저/김진희 역
굴착기 거래를 하려는 투박한 주인공의 등장은 다소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젊은 시절 작성했던 청춘일지를 찾아내어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려나 했다. 초반부에 전형적인 은퇴 후 삶에 관한 흔한 이야기인듯했다. 그러나 반전 있는 주인공 남훈의 삶은 흥미로워졌다.
30년 넘게 첫째 딸 보연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좀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무책임해 보였다. 특히 첫째 딸과의 재회를 상상하며 돈 뜯길 걱정할 때는 아빠가 맞는 건가 하며 의심했다.
그런데도 스페인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딸은 딸대로 아빠는 아빠대로의 해묵은 감정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안심했다.
솔직히 주인공 남훈보다 첫째 딸 보연이라는 인물에 호감이 더 간다. 아빠에게 본인의 서운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사이다였다. 그리고 아빠를 이해하려는 본인만의 표현과 선물은 멋있었다.
한달에 한번은 만나게 될 부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응원하고 싶다.
춤의 이름이 무엇이든 춤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내게는 참 낯설고 대단해 보인다. 내가 춤을 못 추기도 하거니와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을 도통 해 본 적이 없는 탓이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고 앞으로도 바랄 것 같지는 않은 일이라 나이가 든 사람이 춤을 배우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용기도 의욕도 더더욱 크게 보인다. 그래서 잘 배우고 내내 즐거우시라 빌어 드리게 된다.
67세의 굴착기 기사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굴착기 운전사로 살아온 남훈 씨가 굴착기 운전을 그만두려고 하면서 맞이하는 생의 전환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섞이면서 남훈 씨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준비한다. 그 안에는 젊었을 때,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담아 놓았던 버킷 리스트가 있다. 그 중에 하나, 외국어를 배우고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항목이 있다. 그리하여 스페인어를 배우고 플라멩코를 배우는 남훈 씨.
소설은 읽기 수월하다. 글의 초반 남훈 씨의 까다롭고 면밀한 성격이 돋보여서 인물 간의 갈등도 비슷한 사정으로 전개되려나 여겼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점이 내게는 글을 심심하게 본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훈 씨 외에는 그다지 끌리는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비슷한 무게의 대립 구조에 익숙한 내 읽기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따뜻한 소설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데 누군가로부터의 격려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족이란 이름은, 참 남다르다.
그보다 좋을수도, 아플수도, 애리기도 하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나로서, 주인공인 남훈씨의 후반기 인생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을 낳고, 20여년간 참으로 열심히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왔다.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로서는, 가장의 무게가 우리 둘에게 모두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있고, 우리 부부는 50대가 되었다.
바로 드는 생각은, 남훈씨처럼, 나를 찾고 싶다는 소망.
그런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꼽기가 참 어려웠다.
남훈씨같은, 우리 부모세대들은,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래도, 그 아래 세대인 우리 세대는, 그런 시도를 좀더 젋어서 하게 되었다. 참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젊어서부터 그런 삶을 추구하는듯 하다.
“플라멩코를 출 때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그건 이성 간의 사랑만 뜻하는게 아녜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p. 254)
가족이건, 부모건, 자식이건, 중요한건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따뜻함이다. 그 애틋함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들고 지내고 싶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결국 나는 나로써 오롯이 홀로 서야 한다. 그래야 설 수 있다.
우리의 남은 인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