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소외, 차별은 우리의 안과 곁에 있다”생각, 시선, 언어에 담긴 다양성의 적들얼마 전 미국 상원에서 페이스북 직원이 알고리즘이 편견을 조장함에도 기업에서 이를 묵인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우리 생각의 적지 않은 부분은 무의식에서 이루어진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통해 무의식을 이용했고 편견을 묵인했다. 이런 알고리즘에 노출된 우리는 나도 모르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린다. 「생각하다」에서는 의식하기 어려운 고정관념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내재한 편견을 다룬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차별적 위계’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강자와 약자를 나누고,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외로 이어진다. 2021년 2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TV에서 방영됐는데, 남성 간 키스 장면이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보다」에서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소수자가 어떻게 소외되는지를 말한다. 동성애자가 주연인 영화는 괜찮지만 동성 간 키스 장면은 안 된다는 논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이율배반적인 면을 보여준다. 2020년 여대의 일부 학생들이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거부한 사건은 이러한 미디어의 시선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사례다.시선이 그렇다면, 언어는 어떨까? 한국 기업에서 영어식 이름을 부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 특유의 위계 관계를 타파하기 위해서라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왜 그럴까? 「말하다」에서는 한국어 특유의 높임법에 주목한다. 조선시대, 즉 신분제 사회에서 평민은 양반에게 높임말을, 양반은 평민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높임말과 반말은 권력의 위계가 담긴 표현 방식이다. 그런데 신분제가 철폐된 이후에도 우리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구분하고 위계에 따라 높임말과 반말을 주고받는다. 영어식으로 부르냐 한국식으로 부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구분하여 신분제에서나 할 법한 차별적 언어 습관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사회적 다양성은 불편함이 아니라 경쟁력이다”다양성은 어떻게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가편견, 소외, 차별은 우리의 생각, 시선, 언어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사회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편견과 소외, 차별을 학습한다. 「배우다」에서는 교수자가 아이들을 대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을 교육 현장의 실무자 관점에서 제시한다. 이를테면 유전에 대해 가르치면서 “자녀는 부모와 유전적 정보가 유사하기 때문에…”라고 한다면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나 입양된 아이들은 은연중에 비정상으로 규정되고, 다른 아이들은 이를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생물학적 자녀’라고 명시해야 한다. 단어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세심함이 불편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은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그것이 올바르기만 해서가 아니다.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이 다양성 실현의 시작이라면, 그 완성은 직업에 있다. 우리가 가장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다양성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업의 1순위 목표는 올바름이 아니라 경쟁력이지 않은가. 그런데 한번 생각을 바꿔보자.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면, 이는 곧 다양성에 경쟁력이 있다는 뜻 아닐까? 2021년 8월, 미국 나스닥은 상장사에 새로운 규정을 요구했다. 한 명 이상의 여성과 한 명 이상의 사회적 소수자를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기업의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하다」에서는 다양성이 어떻게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주 소비층은 남자 아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했고, 자연스레 개발자와 이와 관련된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학생, 연구자 모두 남성이 주류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소비층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한 것이다.또 다른 사례로 사회적기업이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 테스트웍스는 경력단절여성,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이들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직원을 어떻게 교육하고 동기부여를 하는지, 실무에서의 피드백은 어떻게 하는지 등 철저히 기업의 경쟁력 관점으로 접근한다. 다양성과 경쟁력은 이지선다가 아니다. 다양성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덕목이다. “다름에서 어울림으로”다양성은 공존을 목표로 해야 한다혁신의 원동력인 사회적 다양성은 세계적 흐름이자 시대적 요구다.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느덧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때론 이것이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름과 어울림』이 경계한 것은 ‘타자화’다.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소수자를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자고 할 때,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이 강요되면서 이들이 비장애인의 공동체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장애인이 장애인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나아가 성별, 성적 지향, 피부 색깔, 출신 지역 등의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타자화를 경계하기 위해 저자들은 남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집중하고, 책은 다양성에 대한 여러 논제 중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하는 대신 여러 주제를 다룬다. 그럼으로써 다양성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사회적 다양성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다름이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어울림으로 나아갈 때, 사회적 다양성은 비로소 우리의 일상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