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꽉 조인 나사를 푸는 한 달의 시간 “당신, 제주에 내려가서 한 달만 있다 와.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좀 놀다 와.”광고회사 20년, 사무실 창가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편성준 작가는 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아내의 제안으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제주로 떠난다. 목적은 글쓰기와 휴식, 동행은 ‘고독’이다. 하지만 여유와 자유, 고독은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니었다. 집은 떠났지만 일은 남아 있고,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며 먹고사는 걱정도 늘어난다. 공처가라는 말에 걸맞게 서울에 있는 아내도 생각나고 미안하다. 길치가 낯선 곳에서 지내려니 버스를 거꾸로 타고 헤매는 것은 일상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수많은 걱정과 불편 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찾고 마주한다. ‘세상에는 귀를 열고 옆 사람에게서는 멀어질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고독’이라 생각하면서 현실에 발을 붙이고 어깨를 가볍게 하는 방법을 익혀나간다.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 몸과 마음에 꽉 조인 나사를 천천히 풀어가면서 혼자 있는 즐거움을 담아낸 고독 백서이다. 낯선 곳에서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위트 있는 에세이이기도 하다. 고독은 도시 한복판에도 존재한다서울에 남은 아내가 쓰는 고독 일기이 책에는 두 명의 저자, 두 사람의 일기가 교차된다. 바로 서울에 남은 아내, 윤혜자 작가의 기록이다.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고 사랑꾼으로 소문난 윤혜자 작가는 남편 없이 홀로 지내며 일상을 기록한다. 매일 쓰는 남편의 제주 일기 사이사이에 짤막한 ‘아내의 일기’가 들어 있다. 스스로를 ‘공처가’라 칭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고독을 선물한 통 큰 아내가 각자 남긴 글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서울과 제주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며 혼자를 연습하는 아내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른 고독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혼자 있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나도 나름대로 이 시간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남편의 소중함, ‘우리’의 필요성, 혼자 있는 방법을 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