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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비혼에 대한 공포심 조장, 그만합시다 (G. 곽민지 작가)
2022년 01월 06일
저자는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질문을 하냐는 뉘앙스에서 이 책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비혼에세이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비혼권장서 절대 아니며 비혼이든, 기혼이든 각자의 다름을 존중해주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작가는 팟캐스트 [비혼세]의 진행자이다. 주변에 이렇게 비혼인들이 많은데 미디어는 왜 기혼인 혹은 기혼 예정이라고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거만 나오니 스스로 '가시화'를 위해 진행한 팟캐스트인데 그로 인해 인터뷰도 하시고 이렇게 책도 내셨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미래에 이런 걸로도 책이 나오는 세상이 있었다니 하는 마음이셨다고 한다. 그만큼 고작 '비혼'일 뿐인데 화제성이 책까지 이어졌다. 이만큼 뉴스가 되는 건 너무 기혼을 중심으로 넣을 뿐 아니라 기혼을 너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렇다. 심지어 '비혼'이라고 외쳐도 인정 안 해준다. 작가가 책 서문에 묘사처럼 짜장면 먹을 거냐 짬뽕 먹을 거냐고 물어봐서 짬뽕이라고 대답했는데 언젠가 짜장면 먹을 거라며 주문을 안 받는 꼴이다.
저자는 비혼에 관해 인터뷰도 하다 보니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댓글들도 많았다고 한다. 왜 아파트에 살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자에는 비혼자에게 아파트는 필요 없는 옵션 때문에 비싼 차와 비슷하다고 정의한다. 작가님한테 집이란 친구들이 놀러 오는 사랑방이자 작업실이다. 집에 대한 개념은 각자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 인터뷰에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고 하니 무례함의 끝은 어디인가. 개인마다 아파트가 안 맞을 수도 있고, 아파트에 가고 싶어도 돈 없는 사람들 천지인데 몰상식함도 가지가지다.
이런 심통난 일부 기혼인들한테 저자는 정중하게 편지로 응대한다. 혹시 당신의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타인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고, 남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은 정상이라고 외쳐 달라는 걸 원하냐며. 자신은 결혼을 통해 사회 공헌을 했는데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타인들을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거 마냥 비난하고 있지 않냐며. 너무나 공감되는 말인데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이미 '결혼'에 관한 정의가 틀린 거 아닌가? 혼인 상태는 개인과 개인이 애정을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지 기혼 혹은 기혼 희망이라고 해서 타인을 비난하고 해명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없다.
필자는 너 같은 애가 제일 먼저 결혼한다고 첨 본 사람한테 트집 잡는 사람한테 너 같은 애랑 친구 안 한다고 응수하겠다고 마음잡은 지 오래됐다. 그런 면에서 무턱대고 남을 비난하는 이들까지 이해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의 아량이 참 넓다.
본문에서 비혼자의 대부분은 중년이 되자마자 고독사할 것처럼 묘사하면서 빨리 결혼하라고 한다는데 이조차도 틀린 정의다. 누구는 이혼을 하든 기혼이든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잘 사는데 누구는 기혼이어도 고립되어서 산다. 이 책 읽으면서 작가님이 운동 모임, 일 모임, 가족 관계 등 엄청나게 많은 관계를 잘 꾸려나가고 이어가는 걸 보면서 감탄했다. 고립되어서 사는가 아닌가에 혼인 유무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사실 뭐 하면 뭐 한다는 말도 틀렸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끈끈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과 소원하고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각자 다르게 산다. 뭘 한다고 똑같은 값이 나오는게 아니다. 개인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꾸려나가고,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다르다.
필자는 모태 비혼인이다. 저자의 경험담을 보면서 여태까지 내가 비혼인걸 해명 받아왔다는 사실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기혼자한테 왜 결혼했냐고 설명, 해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데 내 사생활은 존중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주 최근에야 주변 가까운 사람들한테 인정받았다.
사실 해명하고 설명해야 하는 건 비혼자가 아니라 기혼자다. 결혼을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이고 아무도 혹시 잘 안 풀리면 이혼할 생각하면서 결혼하지 않는다. 취소하려면 이혼 신고를 비롯해서 엄청나게 번거로운 결심을 하는 이들이야말로 왜 원하는지, 이것이 어떤 의미이고, 라이프 스타일 등등 많은 걸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좋아하는 감정은 연애로 이어지지 결혼은 라이프 스타일을 합쳐야 하니 고민을 많이 하는 결정 아닌가. 비혼자는 사실 법적으로 무슨 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님은 이렇게 해명을 요구받는 것도 사회적 '약자성'이라고 한다. 마치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왜 동성을 좋아하는지 설명을 요구받는 것처럼. 이 글 읽으면서 고작 혼인을 희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약자가 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모 유튜버가 한국을 '불관용'의 나라로 정의하던데 맞는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좁은 마인드가 결혼 유무로도 사회적 약자를 만들 수 있다니 내 모국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은 요즘 세상에도 누가 이런 걸 질문하냐는 말에서 제목을 지으셨다고 한다. 비혼 에세이지만 결혼 유무를 초월해서 다양성을 인정받길 꿈꾸는 저자의 바램이 느껴졌다. 본문에서 나온 문장처럼 자유롭게 고를 권리와 고른 것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희망한다.
이 책을 채널예스의 소개로 본 것 같다. 비혼주의자가 쓴 에세이라니. 그거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딱히 결혼을 거부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저자가 책을 집필했을 때의 나이 (아마 작년)와 같은 나이가 될 때까지도 결혼을 '안'하고 있는 상태이다. 근데 결혼을 꿈꾸고는 있다. 아주 이상적으로 말이다. 절대 우리 부모님처럼 말고. (이혼 안 하는게 신기할 정도)
저자는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라는 말이 현재 2022년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비혼 삶에 대한 대중적인 반응으로 자연스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10년도 더 전에 살았었던 영국에서는 이렇게 결혼을 안 하겠다라고 선언하는게 정말 '별일'이 아니였다. 사실혼도 너무 많고 미혼모도 많았다. 동성커플도 많았고, 가지각색의 가족형태가 있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바로 거기서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인터넷의 발달? 뭐 그런것보다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비혼주의자라는 이유로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거나 팟캐스트를 한다거나 이렇게 책을 낸다는게 사실은 한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외에 중동이나 북한, 일본 정도 포함)
책을 읽기 전에는 팟캐스트라곤 송은이의 '비밀보장'밖에는 듣고 있지 않았는데, 저자가 오랫동안 '비혼세'라는 팟캐스트 진행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바로 검색해서 가장 최근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는데 솔직히 끝까지 듣지는 않았다. 나는 청취자 중심의 방송이 아니라 진행자와 게스트가 대화하는 중심의 방송은 지양하는 편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또 책의 내용 자체만 보았을 때 대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대한민국에서 비혼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고찰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내용 자체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와 주변 사람들 가족들 그리고 가벼운 단상들의 나열에 불과한 느낌이 들었다. 팟캐스트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이랄까. 내가 만약 팟캐스트로 저자를 먼저 알았다면 아마 재미나게 읽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쉬움 속에서도 여기 '연애'에 대한 주옥같은 구절이 있으니 이 말은 요즘처럼 연애때문에 머리 복잡한 내 뼈를 때렸다.
'연애는 내 상황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과 연애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시간 돈을 다 감수하고라도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를 때요.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면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연애이니까, 외로움을 근거로 시작하는 연애는 그래서 위험한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연애는 무기력, 외로움 같은 결핍의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충만한 상태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50-
연애에 대한 생각이 이렇듯 바로 서 있는 저자이기에 어쩌면 반려자가 없는 홀로의 인생을 살아도 꿋꿋이 잘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아주 솔직하고 뚜렷하게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단순히 외로움에 기인한 감정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곽민지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팟캐스트 비혼세를 열심히 작년부터 듣게되어 책은 팟캐스트에 대한 감사함과 궁금함을 담아 구매했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책을 방치하다 책 읽어지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별 생각을 안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와 사려깊음이 적절하게 담겨서 거침없이 읽게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편집이라고 해야하나요? 일러스트와 작가님의 손글씨가 적절히 배치되어있어서 책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도 무척이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많이 공감되고 비혼세를 더 좋아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