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입양에서 모두의 입양으로 2020년 10월 13일,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시 양천구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16개월 아이의 죽음을 두고 한 입양단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동 학대이지 입양이 아니다. 입양은 죄가 없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로 여론의 방향을 바꿨다. 입양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다루는 미디어와 대중의 시선, 입양계의 반응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입양 부모의 천사 같은 이미지와 입양 아동에 대한 측은지심이 훼손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994년 울산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때도, 2016년 대구와 포천에서 일어난 입양 아동 사망 사건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입양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겠다며 몇몇 국회의원과 민간단체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는 입양 아동 학대 사건이 그동안 공들여 쌓아 온 입양이라는 선한 이미지에 금이 갈까 두려운 나머지 입양 생태계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입양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남의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수십 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입양 홍보 문구와 가끔씩 미디어에 등장하는 익숙한 입양 서사는 입양 부모에 대한 찬사와 좋은 면만 내세워 사람들에게 입양을 평면적이고 단편적 이미지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이미지에 숨겨진 입양인, 입양 부모, 생부모가 겪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한 채 말이다. 『모두의 입양』에는 입양 자녀와 울고 웃으며 성장통을 함께 겪는 입양 부모들, 음지에서 숨죽이며 지낼 수밖에 없는 생부모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꺼내지 못하는 입양인들, 건강한 입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다. 저자는 선한 이미지로 박제된 빈약한 입양 생태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조명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단단하게 굳어진 입양에 대한 선입견에 균열을 낸다. 또한 입양을 단순히 입양 부모의 숭고한 헌신으로 내보이지 않고 가족을 이루는 한 형태라는 사실을 이웃과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개인의 입양에서 모두의 입양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입양 가족의 삶이 무언가 모자라거나 낯설지 않은 다양한 삶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입양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뿐 아니라 입양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촘촘한 제도가 필요하다. 입양인과 입양 부모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검증과 교육, 입양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원,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생부모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등이 절실하다. 이렇게 될 때 입양인·입양 부모·생부모 중 아무도 배제되지 않고, 입양이 성공과 실패로 구분되지 않으며, 입양 아동이 섬세하게 분리되고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때 개인이 책임지는 입양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지는 입양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의 입양』은 입양과 관련한 쉽지 않은 사랑, 쉽지 않은 결정, 쉽지 않은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동안 천사의 사랑이나 숭고한 희생이라는 이미지로 입양을 바라보며 자신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라면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입양은 누군가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성장, 인생에 관한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