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범죄관련 드라마도 좋아하고, 관련 소설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는지라.
아마 나같은 사람이면 누구라도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끌릴 것 같다.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지금과는 정서도 법도, 사람들도..모두가 다른 시기. 그러나 누군가를 죽인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그의미가 달라질 수 없는 살인사건. 과연 과학기술도 없고, 지금과는 수사 방법도 처벌방식도 달랐을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정조와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더욱.
다산 정약용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실학자다. 정치가이자 법률가이고 본인이 알고 있는 학문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그게 적용이 되었으면 우리나라가 좀 더 좋아졌을텐데..
정약용의 "흠흠신서"는 형법, 법 행정, 살인사건 판례와 그에 대한 비평을 실은 책이다. 이 책은 "흠흠신서"에 등장하는 36건의 살인사건을 선별하여 기술한 책이다. 정조가 직접 심리했던 사건들, 사건의 일련 과정과 범인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 쓰여진 책이었다. 거기에 정약용의 의견도 더해지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정조와 정약용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는 사례들은 보면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지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앙에, 구중궁궐에 있는 왕에게까지 보고가 되고 왕이 직접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내려보냈다는게 신기했다. 그 교통이 불편했던 시기에..편지로 사건에 대해서 논했을텐데 얼마나 오래걸렸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대한 정조의 글을 보면서 형식적으로 사건을 접한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고, 처벌에 있어서도 애민을 매번 생각한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물론 그 "애민"으로 인해 현재로선 이해할 수 없는 판결도 있었지만.
몰랐는데 조선이라는 나라가 "살인"에 대해서 생각보다 관대했다.
사람이 사람을 죽였는데, 간통한 부인을 현장에서 목격한 남편이 부인을 죽이는 경우나 여인이 정조를 지키기 위함이거나 자녀가 부모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면 살인을 했더라도 처벌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정말..지금과는 많이 다른..근데 어쩜 그렇게들 때려죽이는 경우가 많은지;;; 그것도 집단으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첫째, 주범과 종범이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한다.
둘째, 증인의 증언이 분명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셋째, 사망의 실제적 원인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최종판결을 내릴 시에 위의 세 가지 근거를 가지고 판결을 하다보니 판결 자체가 어려워 10년 이상이나 미제 사건으로 남는 바람에 감옥에 갇혀 지낸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도중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던것 같고.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 주범과 종범을 가리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집단 구타가 특히나 많았는데;; 게다가 맞은 사람이 바로 죽는게 아니라 며칠 뒤에 사망해서 사망의 원인이 구타인지 개인의 질환 등인지가 명백하지 않아 판결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비 등 당시에 가장 천하게 여겼던 백성의 죽음에도 허술하게 넘어가려하지 않고 인과관계를 따져서 판결하려했던 점에서 약간의 감동(?)이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줬던거 같아서. 대부분의 사건이 그랬지만 한결같은 정조와 정약용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잠시나마 좋았던 독서였다.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정약용은 형법서인 흠흠신서를 저술하였다. 흠흠신서는 18세기 조선의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라 한다. 이 책은 흠흠신서에 등장하는 36건의 살인사건을 선별하여 해설과 함께 평역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사실 많이 익숙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은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의 역자 또한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와 같은 역자인 오세진이었다. 연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였고, 다산학사전팀 보조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고 한다. 그의 "인간답게 산다는 것" 또한 흠흠신서에 등장하는 36건의 살인사건을 선별하여 해설과 함께 평역한 책이다. 아무래도 조선의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 수사 과정을 다룬 책이라니 어쩌면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쉽게 풀어서 쓴 책이기 때문에 어떻게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게 되었는가, 그리고 판결의 논리와 또 이에 대한 정조와 정약용의 의견에 대해서 엿볼수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지만, 조선시대에도 당연히 우리 법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들이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뒤를 다 살펴 한 마디로 말하면 확실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이러한 점들을 참작해서 최 여인을 석방하도록 하라'는 정조 임금의 최종 판결은 오늘날의 형법 원칙에서 보면 상식에서 한참 거리가 멀어 좀체 납득하기가 어렵다." -p.123-
최 여인의 범행은 굉장히 잔혹하고 조사 과정을 훼방하는 행위, 그리고 인척간의 근친상간... 양반가의 범죄 행위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와 일관성 없는 법집행이 아쉬웠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관용적인 법집행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피해를 입은 백성의 입장에서는 그게 정말 이해할 수 있는 법집행일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사건마다 정조와 다산이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였을 때 짦은 순간이어도 자기 결정이므로 엄하게 처벌해야하는 것인지, 애초에 살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할지처럼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런 생각도 해보게끔 하는 그런 책이었던 듯 하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36건의 살인사건을 기초로 조선의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흠흠신서>를 편역했다. <흠흠신서>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 동안 완성한 것으로 혀아 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 그리고 다산의 비평을 실은 책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는 정치인이 곧 법관이었는데 형사 사건, 특히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에 대한 사형 판결은 왕의 전결 사항이었지만 특별한 경우엔 관찰사가 왕에게 보호하고 최종적인 판결을 지시 받아 대리 집행했다고 한다. (p.11)
문제는 이렇게 지방의 사법 권력으로 군림했던 관찰사같은 수령들이 사법적 경험이나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인 계급인 아전이 재판을 대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니 사극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며 곤장부터 치고 백성들은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해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약용은 지방 관리들이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형사 사건 판례집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다산의 아버지는 지방의 수령으로 어렸을때부터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자랐고 본인 또한 황해도 곡산 부사로 재직하면서 직접 사건을 조사한 경험과 암행어사로서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비리를 밝히는 등 <흠흠신서>를 집필할 이유와 자격이 충분했다.
36개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시대는 달라도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분노를 참지 못해서, 돈 때문에, 치정 등 지금도 번번히 일어나는 사건들이 이 시대에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단지 법은 지금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황당한 판결에 화가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는데, 오히려 지금의 법보다 너그러운 부분도 있어 흥미로웠다. 이것은 당시 왕이었던 정조가 사람을 살리는 덕스러운 정치를 위해 의혹이 많아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건일 땐 최대한 가벼운 형을 내린다는 원칙에 따라 관용적인 판결을 내렸기 때문인데 이것은 영조 때부터 지나치게 혹독한 형벌을 폐지하는 등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너그럽게 했던 완형주의를 표방한 것이라고 한다.
또 각 사건마다 사건의 개요, 검시 보고서, 관찰사 보고서, 형조의 보고서, 임금의 판결문 여기에 다산 정약용의 견해로 구성되어 있어 다산의 견해를 제외하면 현재 사건기록과 흡사하지 않을까 상상하니 재밌었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