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
제목이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중년의 로망을 담고있다 생각했다. 거침없이 구매를 했다. 서두에 노는 것과 쉬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살짝 기대가 꺽였다. 나는 쉬고 쉽은데..그리고, 작가의 직업이 카피라이터였다. 한번 더 꺽였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카피라이터 경력은 나하고 먼 이야기 같아서다. 저자가 말하는 이책의 내용이다.
. 나의 글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하며 놀았는지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어떻게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벌이지 않고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회사나 직장을 그만둔다고 큰일이 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꼭 열리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중에서
책이 가볍지만 메세지가 있고, 문단의 길이가 다양해서 읽기엔 편하다.
. 인간은 음식 없이 40일, 물 없이 3일을 살 수 있지만 의미 없이는 35초를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저 편하게 놀 생각이었다면 아내는 나는 며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의미 없이 노는 시간은 거의 없다.
이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봤다. 인간은 의미없는 노동을 견딜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맞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나이 40이 넘어 아니 50이 다 된 저자는 같이 놀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다. 아마 부부가 놀려면 같은 생각, 같은 취미,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해야 할게다. 일상에서 연애감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만큼 큰 자산이 있을까? 그렇게 보면 나도 대단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결정했을 때, 아내와 영화를보고 밥먹을 때, 말도 안되는 것 같은 대화에도 그 둘만의 애정이 넘친다.
. 나의 무모한 결정을 태연히 받아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내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과 시간에 불쑥 전화를 해서는 “나, 아무래도 회사를 그만둬야겠어” 라고 말했을 때 흔쾌히 “그래. 잘 생각했어. 결심하느라 애썼겠네”라고 해준 아내는 일요일에 카 셰어링 서비스에서 차를 빌려 회사에 있던 책과 짐을 모두 싣고 집으로 왔을 때도 진심으로 퇴직을 축하해 주었다.
.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아무리 프리섹스와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연애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순간의 희열, 또는 연애가 막 시작될 때의 그 짜릿한 환희 아닐까.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연애 감정은 중요하다. 특히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의 연애 감정은 더욱 그렇다.
. 아내는 가끔 집에서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내가 “여보,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라고 물으면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소리를 지르지, 누구한테 가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겠어” 하며 계속 소리를 지른다.
아내는 가끔 얼토당토않은 말을 나에게 할 때도 있다. 내가 “여보,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아니,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이런 소리를 하지, 어디 가서 이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해보겠어”라고 반문한다. 남편은 참 재미있는 직업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변의 사람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응원과 호의. 이걸 받기위한 나만의 노력.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가 쓴 문병이라는 카피가 와 닿는다.
. 완벽한 계획이나 설계도는 없다.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주는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응원과 호의라고 생각한다. 근심이 쌓여 발바닥이 뜨거워질 즈음엔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꼭 나타난다.
[문병]
엄밀하게 말해서 사람들은 모두 환자다.
가벼운 감기부터 고혈압, 당뇨, 비만,스트레스……
하다못해 어린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는 가벼운 상사병까지.
그중에서 조금 더 아픈 사람들은
병원에 가거나 입원을 하고
덜한 사람들은 그냥 참고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우리는 모두 난치병 환자이거나
또는 약간의 정신병자다.
그러니 오늘 당장
친구에게 문병을 가라.
입원한 친구는 병원으로 찾아가고
그냥 아픈 친구는 술집으로 찻집으로
불러내서 따뜻하게 위로하라.
우린 모두 서로에게
문병할 의무가 있다.
기다했던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다. 중반부가 넘어갈 수록 자신이 쓴 카피, 관련된 영화이야기, 의미있게 남아있는 책이야기들이 많다. 나중에 꼭 봐야지 하면서 남기긴 했지만, 이 책의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내용도 있다.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게해주는 책이다.
. 인생의 목표를 성공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게 성공하는 것'으로 잡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개의 성공담보다 여러 개의 실수담이 있는 게 낫다. 실수담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자라고 믿는다.
. 인생은 그렇게 몇 가지 목표나 가치로 홀딱 채워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일, 휴식도 필요하고 재미나 의미, 성취, 야망, 좌절도 필요하다. 심지어 쌍년이나 개새끼들도 필요하다. 그렇게 온갖 잡것이 채워지고 하나로 섞일 때 인생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에 불순물이 많다. 우린 모두 공평하게 불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