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은 다른 인생으로 인도한다”
골라 읽는 19가지 창업 노트
고전 칼럼니스트, 기업가 자서전에서 삶의 기술을 발견하다
왜 창업자에게 주목해야 하는가
- 넷플릭스 앞에서 치킨을 먹으며 연휴를 보낸 적이 있다면
독서 칼럼, 고전 교양서, 독서 에세이 등을 써온 저자 박균호가 처음으로 기업가 자서전에 주목했다. 이 책은 우리가 창업자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일반 대중이 매 순간 그들이 만든 상품을 이용하고, 그들이 만든 시스템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앞에 앉아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며 연휴를 즐겁게 보낸 경험이 있다면 저자의 이런 생각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경영인이 아니라 ‘창업자’라고 특정했을까? 한 기업의 경영자는 여럿일 수 있지만 창업자는 한 명뿐이고, 창업자는 기성 기업에 들어가 일한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희로애락을 겪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발상과 삶의 자세, 경영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기본 생각이다.
다루는 기업은 다양하다. 넷플릭스, 버거킹, 삼성,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부터, 우리들제약, 더본 같은 국내 유명 기업, 보틀북스 같은 시골의 북카페까지 총 19명의 창업자 이야기가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진다. 경영인이거나 예배 기업가에는 창업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고, 자신을 인생의 경영자로 생각하며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 하는 이에게는 삶의 기술을 전해주는 처세서다. 친구 사귀는 법, 가정 꾸리는 법, 동업하는 법, 설득의 타이밍을 파악하는 법, 위기에서 탈출하는 법, 당당하게 자금 조달하는 법 등이 담겨 있다.
성공한 창업자는 무엇이 다른가
-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
얼핏 이 책에는 상반되는 두 관점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들도 땀을 흘리고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 즉 그들도 범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다가도, “확실히 이들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감탄한다. 성공한 창업자들도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이자 배우자이고,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운영자금 대출의 열쇠를 쥔 사람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차례 페이지에서 장제만 보아도 어떤 점에서 일반 대중과 ‘조금’ 다른지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내 휴가와 지출 규정을 없앴다. 굉장히 대범한 시도다(물론 직원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는 악몽을 꾸었지만 말이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와 필터의 결합을 당연시하지 않고 백리스(bagless) 타입으로 개선해 진공청소기계의 판도를 장악했다. 기성품을 당연시하지 않은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재포스의 토니 셰이는 인터넷 사용자가 매년 2400퍼센트 증가한다는 신문 기사를 예사로 넘기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모험적인 시도였던 온라인 신발 판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이제석은 담배꽁초나 굴뚝, 컵라면, 삼각김밥 같은 흔한 사물의 이미지로 홍보물을 만든다. 국적과 성별, 연령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홍보물 덕분에 세계 유명 광고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고, 비상업 광고로 먹고살게 되었다.
저자 박균호는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기존 질서를 정반대 관점에서 접근해 개선하고, 흔한 정보를 토대로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라며 강조한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기존 질서 안에서 살고 있다는 공통 상황에서 창업자들이 ‘한 끗’ 다른 생각으로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았는지 전해준다. 독자에게 자기만의 관점으로 창업자들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 실제적 성공 노하우
- 골라 읽는 19가지 창업 비법과 삶의 기술
이 책의 편리한 점을 꼽자면,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례를 보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해당하는 장을 읽으면 된다. OTT 플랫폼에 관심이 있다면 1장의 넷플릭스 이야기를,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있다면 6장의 재포스 이야기를, 요식업에 관심이 있다면 8장 더본과 10장 김영모제과점 이야기를, 다국적 기업에 관심이 있다면 스타벅스, 삼성 그룹, 나이키, 버거킹 등의 이야기를 찾아 읽으면 된다. 여기에 더해 1인 기업을 운영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14장 보틀북스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관심 있거나 필요한 분야별로 골라 읽을 수 있는 ‘창업 노트’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꼭 창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현재 경영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유익하다는 것이다. 창업자는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사는 인생을 일군 사람들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경영자라는 점에서, 또한 저자의 말처럼 성공한 창업자도 범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 책에서 전하는 창업자의 삶의 기술이 개개인의 인생에도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