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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노지양,홍한별 | 동녘 | 2022년 6월 2일 한줄평 총점 0.0 (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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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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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데에서 느끼는 기쁨”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두 번역가가 읽고 쓰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간섭

동녘에서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은 마주보며 타오르는 불처럼 두 작가가 주고받는 대화가 피워내는 미덥고 빛나는 이야기들이다. 첫 번째 맞불은 독자와 편집자가 신뢰하는 번역가, 노지양X홍한별이 지핀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부터 혐오와 비하가 담긴 내용을 옮겨야 할 때의 고민,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고충,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까지, 외로움이 깊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다정한 여자 친구들의 편지가 우리를 반짝이는 우정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쁜 페미니스트』, 『트릭 미러』 등 화제작을 우리말로 옮기며 한국 페미니즘의 경계를 넓힌 노지양과 “섬세하고 가독성 높은” 번역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홍한별이 번역과 삶에 관해 서로에게 띄운 편지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이자 결혼과 육아라는 경험을 공유한 여성이기에 적은 수입에 관한 고민과, 혐오와 비하가 담긴 내용을 한국어로 옮겨야 할 때의 딜레마,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가는 언어 감각에 대한 걱정 등을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다. 둘은 서로에게 안전한 청자와 미더운 화자가 된다. 하지만 상대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으려 조심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지양이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해 들려줄 때, 한별은 섣불리 위로하거나 공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편지 곳곳에 이런 예의 바른 심호흡이 뭉클하게 녹아 있다.

“사회적·경제적 보상이 많지 않은데도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건 어쨌든 글을 쓸 때의 기쁨 때문이 아니겠어? 원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조심스럽게 내 언어로 어루만져 이루어내는 일. 거기에 속절없이 낚여버린 거야.” 읽고 쓰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번역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책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언어생활자’다. 문자 그대로 언어 안에서 먹고, 살고, 미워하고, 마침내 사랑하고 마는 노지양과 홍한별의 편지가 연결이 희미해져가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친구, 그리고 우정이라는 반가운 말을 알려줄 것이다.

목차

인사말: 알고 보면 할 말이 많답니다
1. 투명하게 쓰는 기쁨
작가는 아니지만 글 쓰는 사람입니다
언어 사이를 종종거리는 기분
번역가를 갈아 넣어도 되는 걸까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중요해
2. 시간에 낡지 않도록
물살을 버티는 단어들
‘요즘 애들’ 말투 배우기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말
네 글자의 명쾌함
다시 쓸 용기
3. 옮긴이의 진심
우리는 투명한 그림자야
교정지 위 붉거나 푸른 마음
아까운 책, 아깝지 않은 우리
괴물을 무찌르려고 퇴근합니다
‘노잼’이라는 말의 위로
4. 책을 사랑하는 가장 지독한 방식
책의 탄생을 함께하는 꿈
옮긴이의 이름을 기억하다
내가 길들인 ‘강아지’들
번아웃이 온 당신에게
여자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5.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지 않은
그 책을 번역하지 못한 이유
‘그녀’에서 ‘녀’를 지우다
심장으로 옮긴 문장
끝내 번역할 수 없더라도
너와 나의 최고의 순간은
맺음말: 너와 나의 번역 이야기
참고 문헌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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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노지양
번역가이자 작가. 달리기와 자전거를 사랑하고 각종 스포츠 중계와 미드,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챙겨 보며,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우는, 좋아하는 것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건강한 자기중심주의자’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단순히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라디오 작가가 됐다. 겨우 메인 작가가 될 무렵 아이를 가지면서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번역을 시작해 10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번역가로서 만나온 단어들과 그에 관한 단상들을 쓴 책 『먹고사는 게 전부가... 번역가이자 작가. 달리기와 자전거를 사랑하고 각종 스포츠 중계와 미드,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챙겨 보며,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우는, 좋아하는 것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건강한 자기중심주의자’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단순히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라디오 작가가 됐다. 겨우 메인 작가가 될 무렵 아이를 가지면서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번역을 시작해 10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번역가로서 만나온 단어들과 그에 관한 단상들을 쓴 책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로 처음 ‘지은이’로서 독자들을 만났다. 두 번째 책 『오늘의 리듬』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현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했으나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여전히 서툰 어른 생활을 헤쳐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 『케어』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트릭 미러』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인종 토크』 등이 있다.
저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온 컬러』,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사악한 책, 모비 딕』, 『이 문장은, 내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온 컬러』, 『권력과 테러』, 『자라지 않는 아이』, 『위대한 생존』, 『오카방고 숲속의 학교』,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무소녀』, 『네모난 못』, 『자유 방목 아이들』, 『밴버드의 어리석음』, 『식스펜스 하우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사악한 책, 모비 딕』,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아웃런』, 『바다 사이 등대』, 『달빛 마신 소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과 『미스테리아』 등에 글을 실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한때 번역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학위 과정을 밟는다는 무리한 설계를 하기도 했으나 첫째를 가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그래도 세 살 터울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번역 일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둘 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반일반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을 하려면 아이들을 종일반에 맡겨야 하는데, 엄마들이 와서 반일반 아이들을 데리고 간 다음에 남아 있는 아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에는 양육자들이 운영을 나눠 맡아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때 같이 아이를 키운 사람들이 친구로 남은 것만은 분명한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하루에 여덟 시간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일할 수 있다고 해서 꼭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 시간에는 주로 번역을 하고, 가끔 글을 쓰고, 대학원에서 학생 들에게 번역을 가르친다.

출판사 리뷰

동녘이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
노지양X홍한별, 안희제X이다울, 이라영X전범선, 이현정X하미나…
지금 가장 뜨겁고 빛나는 작가들의 편지!
동녘에서 펴내는 편지 시리즈 ‘맞불’은 마주보며 타오르는 불처럼 두 작가가 주고받는 대화가 피워내는 미덥고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첫 번째 맞불은 독자와 편집자가 신뢰하는 번역가, 노지양X홍한별이 지핍니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부터 혐오와 비하가 담긴 내용을 옮겨야 할 때의 고민,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고충,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까지, 외로움이 깊어지는 코로나19 시대에 다정한 여자 친구들의 편지가 우리를 반짝이는 우정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번역은 내가 글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 사랑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두 번역가가 읽고 쓰는 이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간섭
《나쁜 페미니스트》,《트릭 미러》등 화제작을 우리말로 옮기며 한국 페미니즘의 경계를 넓힌 노지양과 “섬세하고 가독성 높은” 번역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홍한별이 번역과 삶에 관해 서로에게 띄운 편지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이자 결혼과 육아라는 경험을 공유한 여성이기에 적은 수입에 관한 고민과, 혐오와 비하가 담긴 내용을 한국어로 옮겨야 할 때의 딜레마,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가는 언어 감각에 대한 걱정 등을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다. 둘은 서로에게 안전한 청자와 미더운 화자가 된다. 하지만 상대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으려 조심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지양이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해 들려줄 때, 한별은 섣불리 위로하거나 공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편지 곳곳에 이런 예의 바른 심호흡이 뭉클하게 녹아 있다.
“사회적·경제적 보상이 많지 않은데도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건 어쨌든 글을 쓸 때의 기쁨 때문이 아니겠어? 원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조심스럽게 내 언어로 어루만져 이루어내는 일. 거기에 속절없이 낚여버린 거야.” 읽고 쓰는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번역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책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언어생활자’다. 문자 그대로 언어 안에서 먹고, 살고, 미워하고, 마침내 사랑하고 마는 노지양과 홍한별의 편지가 연결이 희미해져가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친구, 그리고 우정이라는 반가운 말을 알려줄 것이다.


사라지는 것이 운명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규칙일지라도
우리가 알지 못한 투명한 그림자들의 조용한 분투
번역은 외국어를 물처럼 투명하게 번역해서 모국어로 옮기는 일이다. 그러나 “번역이 투명하다는 것은 번역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다. “서로 다른 언어가 겹쳐질 때” 빚어지는 어긋남과 마찰을 부드럽게 다듬었다는 뜻이므로 매끄럽게 읽힐수록 번역가의 개입이 많은 것이다. 한별은 소설《클라라와 태양》을 옮길 때, 사람의 말이 낯선 안드로이드 주인공의 특징을 강조하려 일부러 어색하게 쓴 표현을 “틀렸다”고 지적하는 독자의 비판을 받고 마음이 무너졌다. 지양은 한별의 번역 덕분에 소설이 더 애처롭게 느껴졌다고 답장하며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와 《헝거》번역이 파파고보다 못하다는 댓글도 받아보았다”는 농담으로 한별을 웃긴다.
번역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번역가의 판단이 중요하다. 두려움이 앞설 때, 일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할 것이다. 한별은 최대한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게 외국어만의 매력을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닌지, 낯선 외국어를 그대로 두어서 그곳의 문화와 언어의 특징을 한국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역시 뾰족한 수는 없다. 다만 지양은 우리의 목표는 “독자들에게 정확하면서도 가독성 있고, 장르에 따라 감동까지 주는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며, “언어의 매개자, 조용한 그림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자고 응원한다. 진심이 담긴 격려가 일에 지친 독자들의 등을 두들겨줄 것이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데에서 느끼는 기쁨”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홍한별보다 번역의 귀재가 있다. 원서의 유행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야 할 때, 한별은 일명 ‘네이티브 스피커’를 찾아 고견을 듣는데, 우습게도 고등학생 아들이다. “엄마 어릴 때는 ‘캡빵이다’ (...) 한때는 ‘짱이다’라고도 한 말에 해당하는 요즘 단어는 뭐야?” “요새는 ‘쩐다’라고 하는데.” 호기롭게 고견을 받아 적었건만, 유행어는 금세 바뀌어 이런 핀잔만 듣는다. “요새 ‘쩐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어딨어?” 난감한 건 지양도 마찬가지. 모범생, 덕후, 괴짜 사이에 걸친 ‘너드’라는 신조어를 콕 집을 표현이 없어 “SNS를 들여다보면서 ‘요즘 애들’ 말투를 배운다.” 한별이 고안해낸 너드 벤다이어그램은 ‘빵 터지게’ 하는 책의 묘미다.
지양은 언젠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번역가들이 좋아하는 책과 번역에 대해서 말할 때는 눈을 반짝이며 쉴 새 없이 떠들던 날을 회상한다. “이렇게 하루짜리 수다쟁이가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실생활로 돌아갔을 때 번역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brother’가 형인지 동생인지 끝까지 몰라서 저자에게 메일을 보냈다거나, 사투리를 어떻게 번역할까 고심했다는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간다고 해서 누가 귀를 쫑긋할 것이며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그래서 지양과 한별은 “열렬히 서로를 지지하고 더 말해달라고” 부추긴다. 한별은 지양이 더 없이 아름답게 번역한 “벨벳처럼 그윽했다”라는 표현에 감탄하고, 지양은 아끼는 책을 한별에게 재잘재잘 소개한다. “책을 읽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이 내게 주는 특별하고 은밀한 기쁨이 없었다면, 이 일을 이토록 오래하지 못했을 거라는 걸. 왜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종종거리는 일이 여간해서 질리지 않는 걸까.”
저자 옆의 작은 이름으로 남겨져 조명받지 못하고, 경력에 비해 수입도 적지만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런 애정 때문일 것이다. 한별의 말이 역시 오늘도 책을 놓지 못하는 독자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필연적으로 나를 조금 닮았겠지만, 나도 이제 이 책을 조금 닮았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을 때 조금 책을 닮아갈 것이다. 그렇게 낯선 우리는 서로를 길들인다. 책은 우리의 공감을 확대하고 타자를 이해하는 방식이니까.”


“어떤 여자들이 지껄이는 욕은 세상에 내지르는 비명처럼 들리거든”
일하며 밥하고 애 키우는 여자들의, 말을 옮기는 쾌감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다녔지만 출석부의 이름 순서만큼 거리가 있던 지양과 한별이 다시 만난 건 대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이 흘러서였다. 번역가, 그리고 아내와 엄마라는 위치가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고 번역을 하는 지난 삶이 3단 저글링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한별을 이해하는 건 역시 “세상에서 제일 하고 싶은 게 일인데, 아이가 일찍 하교하면 일할 시간이 없으니 항상 미진하고 답답”함을 느껴본 지양이다. 그래서 어떤 번역은 쾌감이고 해방이다. 특히 욕은 “김연경 선수가 ‘식빵’을 외칠 때처럼 통쾌”하다. 한별은 신분상승한 여자 주인공이 어릴 때 친구를 만나 스스럼없이 내뱉는 욕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기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쉽게 무시되고 없는 존재로 치부되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지르는 비명처럼” 시원하게 옮기고, 지양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을 강간한 납치범을 죽일 때 외치는 욕을 통쾌하게 휘갈기며 독자에게 희열을 안긴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뭉툭하게 부르고, ‘처녀작’ 같은 차별어가 책에 거리낌 없이 쓰이던 시절, 두 저자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다가도 종종 소외되었다. “이른바 영문학 ‘정전’ 가운데 가끔 관습적인 여자가 되지 않겠다고 하는 인물이 나오는 작품도 있긴 했지. 그런데 (...) 마음을 주고 응원하다 보면 왜 끝 부분에 가서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거니.” 번역가가 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통과한 책이 차별과 혐오를 그대로 투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별은 남성형을 기본으로 삼아 여성형을 파생시킨 단어들은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며, ‘she’를 ‘그녀’ 대신 ‘프랑스어 선생님’으로 고치고, 지양은 ‘Black and White people’을 ‘흑인과 갈색 피부의 사람’으로 다시 쓰는 용기를 낸다. 다만 번역가는 중개자일 뿐 창작자가 아니라는 숙명을 인정하며,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려 깊게 단어를 고르기로 다짐한다. 한별의 말처럼 번역가란 “‘상처 주지 않는 신랄한 말’, ‘불쾌감을 주지 않는 더러운 말’, ‘트렌디하면서 생명력 있는 말’ 등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말들을 계속 찾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열렬히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을 말해달라고 부추길 것”
우정으로 기록하고, 미래에서 도착한 인생의 스포일러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에 고립과 단절이 지속되고 있다. 익숙해지지 않는 고독에 피로감이 쌓여가는 요즘, “30대 후반에야 서로를 발견하고 40대에는” 서로를 의지하게 되었다는 지양의 말은 우리의 미래가 결코 외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믿음직스럽다. 그의 말처럼 우정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편지를 다 쓴 뒤에야 지양은 고백한다. 한별을 안 건 유명한 번역가여서가 아니라 홀로 자신의 글을 써내려가던 블로그였다고. “나를 기억이나 할까 싶고 부담스러워할까 봐 아는 척도” 못했지만 어디선가 자신처럼 “아이를 키우고 번역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를 속삭인다. “누가 그런 걸 읽고 싶어 해?” 책을 쓰는 게 번역가의 몫인지 망설이던 한별은 그런 지양이 내민 손을 붙잡고 용기를 낸다. “할 수 있어, 아주 재밌을 거야.”
“내 친구들은 연배가 많은 분들의 경험과 통찰을 ‘인생 스포일러’라고 이야기하거든. 내가 번역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우리의 편지를 읽었다면 도움이 되었을까?(...) 흥행 영화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수긍이 가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결말을 보여주고 싶구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번역의 눈물과 웃음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충, 읽고 쓰고 옮기는 삶에 대한 사랑까지 지극하게 담긴 이 편지들이 우정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스포일러’가 되어줄 것이다.


동녘의 ‘맞불’ 시리즈는 계속 타오릅니다
청년의 시각으로 질병과 장애를 섬세하게 분해하는 안희제X이다울, 에코페미니즘과 동물권을 종횡무진 사유하는 이라영X전범선, 수면 아래 잠긴 여성의 우울과 자살을 건져 올리는 서울대 의료인류학과 이현정X《미쳐 있고 괴상하며 우울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쓴 하미나의 편지가 타오를 예정입니다. 이 그치지 않는 대화들이 독자와 사회를 끓게 하는 작은 불티가 되길 바랍니다.

종이책 회원 리뷰 (7건)

[10월 북클러버 / UCGR]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아**하 | 2022.10.31

"번역 이야기를 한다는 건 내가 특정 언어와 언제 처음 사랑에 빠졌는지, 문학이나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어디에서 기쁨을 길어내는 사람인지를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

작업실 불을 끄고 집으로 가던 길, 안 풀리던 문장이 조금씩 나아지던 순간에 했던 혼잣말들이 또 다시 눈처럼 소복이 쌓여갈 즈음 두 명의 여성 번역가가 편지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말에 고민하던 중 만약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면 반드시 이 친구와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메일을 보내려는 찰나, 편집자로부터 이 친구의 이름이 적힌 메일이 왔다.

그리하여 언제나 응원하고 애정을 보내던 번역가 친구와 작정하고 원 없이 번역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이야기.

...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아침에 책을 펴고 이국과 모국의 언어를 만지작거려온 여자들의 이야기랍니다. 혹시 받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_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인사말 '알고 보면 할 말이 많답니다' 

 

서문이 너무 좋아 뒷 이야기로 넘어가는 책장을 멈출 이유가 없었다. 

노지양 번역가가 쓴 인사말은 이 책의 전부를 축약해 놓은 글이다. 번역을 하게 된 이유, 그리고 번역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 그 과정에서 느끼는 희노애락. 그리고 오랜 시간 번역이란 길을 함께 해온 동료 번역가에게 느끼는 큰 애정과 안쓰러움. 

우리가 익히 아는 좋은 책들을 번역해온 노지양 번역가와 홍한별 번역가가 나누는 이 편지글에는 번역의 숨은 행복과 고통이, 그리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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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_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사**필 | 2022.06.08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책.

동녘 출판사에서 진행했던 해님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도서만 제공받았었는데 내부 사정상 마지막 책은 '자유 도서'로 내가 직접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내가 고른 책이 이 책이었다..!!!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라니.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이지? 게다가 저자가 저자가.. 번역가님들 잘 모르지만 나도 들어볼 정도로 유명하신 분들.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라는 부제까지 엉엉 나 울어요 ㅜㅜ

 

번역가의 삶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언어를 다루는, 책을 만드는, 글을 쓰는 사람들. 정확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의 처우나 대우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그치만 돈이 꼭 최대치의 행복은 아닌 법.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성공과 행복이 있고 사람들마나 원하는 행복의 모양은 다르니까.

 

현지에서 살면서 숨겨진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운명처럼 발견한 후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건 번역가의 궁극적인 로망이 맞지. 117쪽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느꼈다. 난 여전히 번역가의 삶을 동경하는구나.

내가 진정 원하는 궁극적인 로망이 위에 언급한 구절에 나와 있다. 이 책에서는 번역가의 멋진 삶에 대해 나와 있지 않다. 번역가의 현실, 프리랜서의 고민, 일하는 엄마의 어려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세계에 대한 기록 등등.. 어떻게 보면 번역가의 어두운 뒷모습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난 이 글을 읽고도 여전히 그리고 더 열렬히 그들의 삶이 좋아 보이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살짝 생긴다.

 

아래 구절들은 번역가의 삶에 대한 나의 로망을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준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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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적 보상이 많지 않은데도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건 어쨌든 글을 쓸 때의 기쁨 때문이 아니겠어? 이 자리에는 무슨 단어가 들어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딱 들어맞는 단어가 떠올랐을 때의 짜릿함, 도무지 한국어로 옮겨지지 않을 듯한 문장을 두고 끙끙대다가 키를 발견하고 스르륵 암호를 풀 때와 같은 상쾌함, 운 좋게 비슷한 소리가 나는 단어가 포개졌을 때 뜻하지 않게 생기는 리듬, 다른 색과 무늬의 천을 서로 대보며 잘 어울리는 천을 찾을 때처럼 단어들 사이의 어울림과 간섭을 탐구하는 과정. 원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스산함, 슬픔, 따뜻함, 고요함, 충격, 통렬함을 조심스럽게 내 언어로 어루만져 이루어내는 일. 거기에 속절없이 낚여버린 거야. 23쪽

이런 대담한 공감각적 이미지는 누구의 소행일까? 저자일까 번역가일까 궁금했어. 원문이 짐작도 가지 않는 것을 보면 번역가가 범인일 것 같지만, 만약 저자가 의외의 이미지를 썼다고 하더라도 그걸 아름답게 어긋난 상태로 남기려면 번역가가 용기를 발휘해야 했겠지. 100쪽 

 

그런데 나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보다도 편집자가 ("잘 팔릴 것 같은 책이다" 혹은 "좋은 평을 받은 책이다"가 아니라) "이 책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책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라고. 우리가 책으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기쁨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번역한다는 게 아니겠어? 그런 마음으로 편집자와 같이 책을 만드는 경험은 분명 즐거울 거고, 이 편집자는 내 원고를 소중히 다뤄주고 정성스럽게 좋은 결과물을 내줄 거라고 기대하게 되니, 어쩐지 마음이 설레면서 "그럼 한번 해볼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128쪽 

 

단어와 단어 사이를 만지고 이(異)문화와 언어를 다루고 책을 만지는 이 직업에 대한 나의 로망은 이렇게 끝날 줄을 모른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It's a good life 홍한별과 노지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A***e | 2022.04.18
나와 애들린(제레미의 부인)은 둘 다 건강하고 잘 지내고있어. 아들린은 올해 초에 직장에 복귀했어.
여러 해 전에다녔던 로펌에 법률 서기로 들어갔는데 회사 사람들이 애들린이 다시 돌아와
반가워한단다! 우리는 날마다 기차를타고 같이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고,
일과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좋은 삶이야
It's a good life.

...문득 이 일이 고맙고 뿌듯할 때도 많아. 하지만 나는 여기서 조금만 더 원할래.
내가 만족을 잘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행복하기 쉽지 않은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일이든 내 인생이든 더 나아지기를, 풍요로워지기를 바라. 경제적인 보상을 더 받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존중받으면 좋겠어. 우리뿐만 아니라 출판계 프리랜서들의 작업 환경과 만족도가
높아지고 번역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눈이 반짝반짝한
후배들에게 “너를 한번 걸어봐라. 그럴 만한 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그래서 “The best is yet to come” 이라는 문장이 찾아와 가슴에 박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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