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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어”
고요한, 권여름, 김혜나, 류시은, 박생강, 서유미, 조수경
일곱 명의 작가가 열어 보인 신비로운 삶의 단면들


1의 문을 두드리면 ‘2의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짐작은 가능하지만 도저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내일을. 그런 날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게 삶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오늘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끌어들이는 통로가 아닐까. 삶을 1이라 본다면, 그 문을 두드리면 또 다른 세계, 제2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았다. 겉으로 보이는 삶 너머의 이야기 말이다.
《2의 세계》는 그런 의미에서 출발한 단편소설 앤솔러지다. 숫자 ‘2’라는 테마로 일곱 명(고요한, 권여름, 김혜나, 류시은, 박생강, 서유미, 조수경)의 작가가 열어 보이는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밀스럽고, 진지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커튼을 열어젖히면 이내 보이는 바깥세상처럼,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한 겹의 막을 걷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일곱 명의 작가, 삶을 통해 말하는 ‘2’의 의미
삶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 삶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일들. 둘 중에 어떤 게 더 비밀스럽고 신비롭다고 느껴지는가? 물론 후자 쪽일 것이다. 일곱 편의 소설은 우리 삶에 펼쳐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2’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고요한의 <모노레일 찾기>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 어느 횟집에서 만난 전 여자 친구 주변을 여전히 빙글빙글 돌고 있는 마음을 ‘모노레일’로 표현한다. ‘두 개’의 선로가 있어서 영원히 하나 되지 못하는 사랑을.
권여름의 <시험의 미래>는 파이널 점독관으로 채택된 구은열이 시험을 점독하는 상황을 그리며, 보이는 세계를 통제하는 또 다른 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방 역시 통제하는 ‘제2의 방’이 있다.
김혜나의 <코너스툴>은 ‘코너스툴’처럼 자신이 그 사람의 쉼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정작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반’ 작가의 사랑을 편지로 그려낸다.
류시은의 <2차 세계의 최애>는 아이돌 쇼케이스에서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현실과 달리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있는 ‘2차 세계’ 그리고 ‘덕질’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면서도, 인생에 있어 진짜 즐거움이 무엇인지 질문을 남긴다.
박생강의 <2의 감옥>은 퍼펙트 도플갱어를 만나 ‘2의 감옥’에 떨어진 2% 부족한 남자, 그 남자를 찾기 위해 (0)천공의 세계에 사는 존재를 만난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유미의 <다음이 있다면>은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된 미진이 자신과 닮은 두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내며, 미래가 불투명하고 나만 정지된 상태인 것 같을 때 ‘다음’이 있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수경의 <이야기 둘>은 죽음과 만남을 통해 긴밀히 연결된 ‘두 개의 시공간’을 그린다. 두 가지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게 찾아온 죽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상태이고, 그 속에서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또 다른 형태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아서 더 경이로운 2의 세계로
삶을 산다는 건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을 해도 그 끝은 예상할 수 없고,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모르며, 오늘은 괜찮아도 내일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기대감이 생기는 것일 테다. 눈에 보이는 삶 너머의 세상, ‘2의 세계’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다. 1(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삶은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는 오랜 시간 팬데믹을 겪으며 ‘내년엔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2022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막상 2022년을 살면서도 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상황의 익숙함만이 삶에 자리해 있다고 느낀다. 그런 우리에게 《2의 세계》는 잠시나마 우리의 눈을 돌리고 이렇게 위로해줄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오늘이 또 다른 세계로 이끌 통로라고.
1의 뒤에 ‘2’가 있듯 그 후의 세계도 있을 것이다. 숫자 2의 형태처럼 구불구불하고 또 다른 고통과 아픔, 슬픔의 순간과 직면할 수 있지만, 분명 즐겁고 행복한 길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고 흔해빠진 표현이지만, 그래서 인생을 살 만하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 미지의 세계에 발을 푹 담고 가는 게 나뿐이 아니라는 데에 위로를,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그 세계를 매일 경험하고 있는 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목차

모노레일 찾기 ∞ 고요한
시험의 미래 ∞ 권여름
코너스툴 ∞ 김혜나
2차 세계의 최애 ∞ 류시은
2의 감옥 ∞ 박생강
다음이 있다면 ∞ 서유미
이야기 둘 ∞ 조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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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저 : 서유미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려한 올가미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인간들을 이야기한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2007년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서른 살을 지나서도 여전히 철들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정해진 바 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서른셋 여자의 일상을 그린 『쿨하게 한걸음』으로 2007년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였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틈』, 『홀딩, 턴』을 썼다. 2007년부터 ...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려한 올가미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인간들을 이야기한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2007년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서른 살을 지나서도 여전히 철들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정해진 바 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서른셋 여자의 일상을 그린 『쿨하게 한걸음』으로 2007년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였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틈』, 『홀딩, 턴』을 썼다.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이 세상에서 나 하나 건사하며 사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결혼도 하고 늦은 나이에 아이도 낳았다. 가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해 어떤 이야기, 문장을 보탠다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것, 완전한 것, 의미가 깊은 것들은 이미 어떤 상태로 완성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다만 그 부스러기, 그림자에 대해 적어보려 이렇게 저렇게 애쓸 뿐이다.
저 : 박생강 (박진규)
작가 한마디 거대한 세계를 객관적으로 조감할 깜냥은 없어서 정공법 대신 나는 에둘러 간다. 그래서 서울을 녹인다. 몽상의 손가락으로. 깊은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으면 어둠이 찾아와 두런두런 귓가에 들려줄 법한 속삭임으로. 잠들기 전 떠올리면 먹먹하고 짠하고 아름답고 우스꽝스럽고 그리운 추억이지만 날이 밝은 후엔 까맣게 잊히는 내가 없는 세월의 이야기를. 1977년 북한방송 전파가 종종 흑백텔레비전에 잡히던 경기 파주 금촌에서 태어났다. 2005년 단군신화 설화를 패러디한 호랑아낙을 등장시킨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본명 박진규로 등단했다. 2014년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출간하면서 박생강이란 필명으로 문학 활동을 새로이 시작했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강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생각의 강’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물간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 1977년 북한방송 전파가 종종 흑백텔레비전에 잡히던 경기 파주 금촌에서 태어났다. 2005년 단군신화 설화를 패러디한 호랑아낙을 등장시킨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본명 박진규로 등단했다. 2014년 장편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출간하면서 박생강이란 필명으로 문학 활동을 새로이 시작했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강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생각의 강’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물간 상류층들이 주로 드나드는 멤버십 피트니스 남자 사우나의 사우나 매니저로 잠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장편소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엔터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 칼럼 [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를 연재했다.
저 : 김혜나
작가 한마디 저는 제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가슴으로 느낀 것을 쓰고 싶어요.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방식은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가 경험한 삶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와 닿지가 않아요. 와 닿지 않으면 제 언어로 쓸 수가 없거든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제리』로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청귤』,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이 있다.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제리』로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청귤』,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이 있다. 제4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
저 : 조수경
글 · 그림 ·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그들이 사라진 뒤에』가 있다. 글 · 그림 ·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그들이 사라진 뒤에』가 있다.
저 : 류시은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나」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앤솔러지 소설집 『2의 세계』에 참여했다. “여름 과일을 좋아하는 소설가. 딱복(딱딱한 복숭아)과 물복(물렁한 복숭아)은 가리지 않는다. 늦여름 아침은 캠벨 포도 한 송이. 그래도 너무 더운 날에는 수박.”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나」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앤솔러지 소설집 『2의 세계』에 참여했다.
“여름 과일을 좋아하는 소설가. 딱복(딱딱한 복숭아)과 물복(물렁한 복숭아)은 가리지 않는다. 늦여름 아침은 캠벨 포도 한 송이. 그래도 너무 더운 날에는 수박.”
저 : 고요한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되었다. 첫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를 펴냈으며, 2022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으로 제1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저 : 권여름
1982년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작은 섬, 식도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했다. 잔잔한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언제 어디서든 소설을 ‘쓰는 중’인 작가가 되고 싶다. 1982년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작은 섬, 식도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했다. 잔잔한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언제 어디서든 소설을 ‘쓰는 중’인 작가가 되고 싶다.

종이책 회원 리뷰 (26건)

포토리뷰 하나와 둘 사이, 사람들의 시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b******g | 2023.03.18
하나였던 세상에서 둘이 되는 것과 달리,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것은 상실과 단절이다. 단 하나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던 이에게 또 다른 길이란 두려움이다. 하나 이상 생각을 못한 이에게는 끈기와 열정이 있다. 때로는 상대를 향한 벽을 만들기도 하다. 1과 2, 그 사이를 오고 가며 삶의 의미를 더하고 빼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랑을 잃어서 찾는 사람도 있고, 하나가 되어 둘이었던 그때를 추억하는 이도 있다. 자신에게 갇혀서 세상을 나아가지 못한 이에게 그 다음이란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것이다. #앤솔러지 작품을 살필 때면 작가들의 넓고 깊은 세상을 한꺼번에 들여다 보는 듯하여 박물관을 들른 듯 하다.


■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현실의 집 주변을 돌다 오면 내 안에 고여 있던 그리움 같은 것들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발을 떼는 순간 그리움이 다시 차올랐다. (31p, 고요한의 '모노레일 찾기')


이미 끝난 관계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은 일방통행이다. 흐름의 방향이 한쪽이기에 끊임없이 자신에게 고여버린 감정은 썩기 마련이다. 끝내 닿지 못할 마음과 생각이 하나로 수렴되기 때문일 것이다.


■ "서로에 대한 불신 덕분에 시스템이 견고해지는 거잖아요, 그렇죠?" (50p, 권여름의 '시험의 미래')


몰입을 아니라 매몰이 되어버리면 방향성을 잃는다. 시험의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오로지 오류가 없는 형식에 매몰된 출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 시험으로 선별된 결과는 사람의 도구화를 낳고 인간은 기계보다 못한 자리를 차지한다.


■ 정갈하고 반듯한 글씨체로 적어 내려간 그 노트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그것을 번역했을 그의 모습이 선연히 그려졌어. 그가 왜 이책을 번역해 나에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유 같은 것은 물어보고 싶지 않았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알고 있기에 물을 수 없었어. (106p, 김혜나의 '코너스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와 독자가 읽고자 하는 의도 사이를 배회하듯이 관계의 방향은 하나인 듯 둘 사이를 돌고 돈다. #코너스툴 이야기 속 작가는 세상의 이해로부터 떨어져 있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소리를 죽인다.


■ "내가 살아보니 꼭 2의 감옥에 오지 않아도 완벽한 존재와 가까워지는 건 종종 독이 되긴 하더군요." (190p, 박생강의 '2의 감옥')


완벽한 존재가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하지 못한다. 신 외에 온전한 존재가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이해받지 못하지만 그래서 자신 아닌 다른 이를 이해하고 보듬는 존재로서의 삶을 그려낸다.


■ 미진은 걱정으로 위장한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가족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냉장고를 뒤져 끼니가 될 만한 걸 챙겼다. (215p, 서유미의 '다음이 있다면')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간 이들은 무엇이 문제일까 싶었다. 역시 소통의 테두리에 있다고 믿고 있기에 그렇지 못한 소외 속에 있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주류적 사고일테다. 미진을 통해 다른 이들이 못보고, 못듣는 것을 들어서 자신의 이해 안에 갇힌 것을 알게 된다. 이해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갇히게 했을 것이다. 문을 열 수 있는 순간과 기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어느 순간, 문을 열릴 것이다.

■ 유서를 남기지 않은 그녀의 죽음을 두고 미디어에서는 여러가지 추측을 했다. 미진은 기사의 내용과 사람들의 말도 맞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미류의 죽음이 비관과 극단이라는 단어에만 갇히지 않기를 바랐다. (226p, 서유미의 '다음이 있다면')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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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리뷰_1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m******5 | 2023.02.09

처음엔 주인공인 여자 작가가 당연히 책방 주인인 유부남을 이성의 감정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불문율처럼 회자되는 남녀사이에 친구란 없다는 강력한 프레임이 작용한 것인지, 그저 그런 불륜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주인공은 레즈비언이었고, 자신과 책방 주인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책방 주인의 아내에게 그녀는 끝내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이니, 오해마세요 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과 차별이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작가들의 모임에서 신인 작가가 된 책방주인의 딸을 만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용기내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편지로 적어 내려간다. 내가 나일수 없게 만드는 시선과 언행들, 사람들의 판단이나 시선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수 있겠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 대우를 받고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제 2의 시선으로 대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돌이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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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세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22.09.26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나, 상상만으로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꿈이나 환상이나 전생 같은, 기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차원이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고, 이승이 아닌 저승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1의 세상일까? 아니면 2의 세상일까? 그게 어떤 세상이든 내가 속한 세상에서 잔잔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작가들이 ‘2’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다.

 

모노레일 찾기’(고요한)1231일 인천의 어느 횟집에서 전 여자친구 주변을 맴돌던 남자의 이야기를 모노레일로 표현한다. ‘시험의 미래’(권여름)는 파이널 점독관으로 선정된 구은열의 이야기다. 호텔에서 자신의 존재조차 비밀에 부쳐졌는데 자신을 통제하는 또 다른 제2의 점독관이 있었다는 것. ‘코노스툴’(김혜나)은 그 사람에게 쉼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반작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2차 세계의 최애’(류시은)은 아이돌 쇼케이스에서 서로의 이름은 알지 못한 채 벌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의 세계가 아닌 온라인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덕질의 세계. ‘2의 감옥’(박생강)은 퍼펙트 도플갱어를 만나 2의 감옥으로 사라진 2% 부족한 남자와 그 남자친구를 찾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다음이 있다면’(서유미)는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하고 집에만 있던 주인공이 사촌과 배우의 죽음을 통해 조금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야기 둘’(조수경)은 두 개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에게 찾아온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복잡하고 어렵게 엉켜있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실제로는 간단하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상처가 있다면 그에 맞는 위로가 있다. 바쁘고 정신없는 삶 안에도 쉼이 있듯이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7편의 단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서유미 작가의 다음이 있다면이다. 살면서 다음 기회에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여태까지는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았기에 다음 기회가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다음이 있다면, 혹은 다음 기회라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집에만 있던 나는 3개월 단기 알바를 시작한다. 그리고 사촌이 찾아와 자신이 다쳤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진 것처럼 열심히 산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사촌은 자신을 만나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또한, 자신이 일하고 있는 카페에 배우가 와서 커피를 마시고 가는데 는 그녀에게 반가운 알은 채를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반갑게 인사하는 날이 오겠지 싶었는데 배우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건 반가운 것일까?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어느 쪽이 후회의 마음을 갖게 될까 

 

내가 사는 세상이 1의 세계든 2의 세계든 그냥 산다. 최선을 다해 살지 말고 70%의 에너지를 갖고 산다. 아직은 다음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그렇게 산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사는 거라고. 오늘도 나는 무수한 2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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