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소지현 저
스티븐 E.쿠닌 저/박설영 역/박석순 감수
윌리엄 글래슬리 저/이지민 역/좌용주 감수
전호근 저
황승용 저
해롤드 제임스 저/안세민 역
땀이 줄줄 흐르는 계절이 되면 제어할 수 없는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똑같은 땀 같아도 언제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지는데, 그건 사람마다 분비되는 땀의 양과 냄새가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려서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에는 땀과 땀 냄새를 차단하기 위한 화학제품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을 민망한 일로 여기게 되었을까요.
저자인 사라 에버츠는 대학에서 생물물리학을 전공하고 화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오랫동안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고 현재는 칼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어요.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 간호사의 빨간 땀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땀의 과학에 매료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땀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과학적 연구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의 지식을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일단 놀랍고 신기했어요. 더우면 흘리는 땀, 그 흔하고 소소한 소재가 과학,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특별한 주제가 될 줄 몰랐거든요.
우리는 왜 땀을 흘릴까요. 땀의 진화를 연구하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유전학자 야나 캄베로프는 "땀은 아주 훌륭한 체온 배출 방법이죠. 피부로 물을 배출해 체온을 식히는 것을 우리 인간만큼 잘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29p)라고 설명하네요.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인간이 거의 유일한데, 진화생물학자들도 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하도록 도운 특이체질 중 하나로 땀 흘리기를 꼽고 있어요. 이 체온 조절 능력 덕분에 우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땀을 쏟게 된 거예요. 그러나 땀샘은 몸이 뜨거울 때만 열리는 게 아니에요. 불안한 순간에 멋대로 열릴 수 있는데, 이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 때문이며, 에크린땀샘과 아포크린땀샘의 수문을 모두 여는 작용을 해요. 이 호르몬은 성적으로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 그냥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혈액으로 분비된대요.
대부분 사람에게서 나는 체취는 겨드랑이에 있는 아포크린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수백만 마리의 세균 중 코리네박테리움에게 먹이가 되어 노폐물이 만들어지는데, 그 노폐물(세균이 싼 똥)에서 악취가 나는 거예요. 아포크린땀샘의 분비물은 그 자체로는 냄새가 없어요. 에크린땀샘은 운동하거나 너무 더울 때 소금기 있는 체액을 분비한대요. 인류 역사에서 체취는 인간의 감정과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고,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특정 질병을 진단하는 도구로서 체취를 분석한다는 것이 무척 신박한 방법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땀 속에 자기만의 고유한 분자를 만들어내고, 이 분자가 지문에 남는다고 해요. 그래서 법의학 연구자들은 땀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흔적을 찾아 분석하고 있어요. 땀 데이터를 이용한 기술들이 개발된다면 우리가 신경써야 할 건 체취가 아니라 자신의 땀 관련 데이터 유출일 거예요.
그동안 땀과 땀 냄새를 없애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에서는 땀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어요. 인간의 땀이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이 지닌 몸의 분비물이며, 인류 진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 땀의 진실이에요. 그러니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땀 흘리는 즐거움을 발견할 것. 역시 과학은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푸는 열쇠였네요. 재미는 덤이고요.
잠시라도 아무런 장비(?) 없이 길거리라도 나서서 몇 발자국을 걷더라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시기에 『땀의 과학』이라...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책이 있을까 싶다. 땀에 대해서 책 한 권을 오롯이 채울 만한 일이 있을가 의심하지 말자. 무엇이든 깊게 파고들면 책 한 권은 충분히 나온다. 땀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들은 많다. 그중에는 체온의 상승을 막는 것도 포함된다. 더운 여름날이라든가, 특수한 상황에서 체온이 어느 정도 오른다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렇게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인간에게 진화가 해준 일이 바로 ‘탐 흘리기’다. 땀은 귀찮은 일 같고, 또 어떤 이는 더럽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몸을 식히기 위해 소변을 보고, 구토를 하고, 똥을 싸서 그것을 몸에 묻히는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보면 땀이야말로 가장 정교하면서도 깨끗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땀샘이 없이 태어난 사람의 경우 더운 날씨에 살아남는(!) 방법은 젖은 티셔쳐를 입고 몸에 계속 물을 뿌려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니 땀의 효능에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땀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는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땀을 통해서 우리 몸의 노폐물이 제거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땀을 흘리면 해독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그 많은 사람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여러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땀의 해독 효과는 땀을 흘리면 지방을 녹일 수 있다는 개념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라는 것이다. 다만 땀을 통해서 몸 속의 화학물질이 빠져나올 수 있는 만큼, 그 화학물질이 독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정도만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온 음료에 관한 것이다. 1960년대 플로리다대학교 미식축구팀의 게이터스(Gators)를 위해 신장병 전문의가 개발한 음료인 게토레이(Gatorade)를 시작으로 많은 이온 음료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좋다고 선전하고, 또 많이들 믿는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입증할 만한 연구 결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더 놀랄 일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땀으로 손실된 전해질을 스포츠음료로 완전히 보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손실되는 만큼의 염분을 음료 자체로 보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갈증의 신호가 오면 무엇이든 마셔도 된다고 한다. 물은 물론이고, 주스도 좋고, 무알콜 맥주, 우유 등. 물론 스포츠 이온 음료도 포함해서.
이 책은 물론 땀에 관해서 얘기하지만, 땀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냄새’에 관해서도 참 많이 다루고 있다. 냄새에 대해서 여러 에피소드와 문학 작품들, 체험들을 이야기하지만, ‘과학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아마도 겨드랑이의 불쾌한 냄새가 세균과 관계가 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체취 역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영역이라는 얘기인데, 겨드랑이의 냄새가 강하고 불쾌할수록 코리네박테리움(Corynebacterium)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대신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의 비율이 높아지면 냄새가 그다지 역겹지 않다고 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있을 수 있지만.
끝으로 희한한 질병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땀 전염병’인데, 15세기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 전염병은 땀이 나기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한 번 걸렸다고 하더라도 다시 걸릴 수가 있었고, 위험성도 줄어들지 않았다. 1485년 헨리 7세가 장미 전쟁에 승리하고 영국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많은 귀족들이 승리를 축하하러 모였다가 다음 날 땀병을 얻어 쓰려졌다고 한다. 이 전염병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호하다고 하는데(당시에야, 그리고 오랫동안 나쁜 공기, 혜성, 화산 폭발, 하느님의 분노 등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마도 미생물이 원인이었을 거란 공감대는 있다. 그중에서도 한타바이러스(Hantavirus)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다한증과는 상관 없는 얘기다.
역시 땀에 관해서 한 권이 거뜬하다. 무슨 소재든 깊게 파고들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관련되어 있고,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을 땀에 대한 이 책 역시 잘 보여준다.
'땀'과 관련된 과학 이야기라니 흥미롭다.
인간에게 있어 땀은 훌륭한 체온 배출 방법으로 우리 선조들이 털북숭이 영장류에서 털이 없는 직립보행 인류로 진화하면서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거의 유일하며 다양한 동물들의 체온을 식히는 방법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람에겐 두 종류의 땀이 있는데 에크린땀은 몸을 식혀주는 짭짤한 땀이고 사춘기에 활성화되는 아포크린땀샘이 있다. 아들 둘을 키우며 직접 경험한 사춘기 시절의 그 고약한 냄새를 잊을 수가 없다. 특히나 여름철 아이들 방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형언할 수 없는 그 냄새는 정말 고역이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 중이지만 언젠가 끝이 날 것이라 희망한다.
운동을 하면 땀이 난다. 대부분 그런 땀은 당연시하며 다분히 의도적 배출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땀 배출을 억제하는 제품도 흔히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 심부체온이 상승하면 그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뇌의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시상하부는 피부의 땀샘을 활성화하라는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해도 땀이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p 51
우리나라도 사우나 문화는 익숙하다. 세계적으로는 핀란드가 유명한데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우나 문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사우나가 심장에 좋다 하니 더워도 종종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우나에 들어서면 그 열기로 인해 땀이 줄줄 흐른다. 이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하다.
- "사우나는 벽이 목재로 되어 있는 방입니다. 그 안에는 난로가 있어야 하고, 그것도 반드시 돌난로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돌 위에 물을 부을 수 있어야 합니다." p 182
땀은 인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데 인공 땀 시장이 존재한다니 신기했다. 시장의 수요로 인해 인공 땀이 전 세계에서 작은 병에 담겨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가짜 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정부 규제를 지키거나 제품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입는 의복이나 기타 줄 및 개인용 전자 제품이 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인공 땀이 사용된다.
이윤이 많이 남는 인공 땀 관련 사업으로 스포츠음료 산업이 있다. 격렬한 운동으로 배출된 땀 성분을 보충해 주는 이온음료는 특유의 닝닝한 맛이 인상적이다. 땀의 배출 유무와 상관없이 많이들 즐기는 음료로 염분 보충용으로 유용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최초의 스포츠음료는 게토레이로 1960년대에 한 신장병 전문의와 동료들이 플로리다대학교 미식축구팀 게이터스를 위해 회복 음료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많이들 찾는 게토레이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이 의외였다.
땀의 유익한 점과 땀을 통한 수사 및 다양한 실험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평소 늘 흘리는 땀이지만 그에 관한 지식은 정말 협소했기에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본격적인 여름이다. 매일 흘리는 땀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금, 읽기 딱 좋은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