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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천선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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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재 저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세상은 온통 웃기고 슬픈데,
망원동 8평 옥탑방만이 처절하게 유쾌하다! 연체된 인생들, 찌질한 네 남자가 코딱지만 한 망원동 옥탑방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대책 없는 포 트러블 브라더스가 뒤죽박죽 뒤엉켜 펼치는 고군분투 인생 재기 프로젝트. 오갈 데 없는 루저들, 언제 파산할지도 모르지만 대책 없이 느긋하기만 한 인생들, 하지만 그들 사전에 포기란 없다. 망원동 옥탑방의 네 남자는 두 계절 동안 8평 좁은 공간에서 지지고 볶으며 좌절과 재기, 격려와 배신, 여행과 추억,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 자기 몫의 삶을 꾸려가며 재기를 꿈꾼다.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망원동 브라더스』는 심사평처럼 우리 시대 남자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세대별 고민이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가볍고 유쾌하다. 배꼽 빠지게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위안이 찾아온다. 웃음을 멈추고 책장을 덮을 땐 가볍게 툭툭 털고 희망이란 놈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도 슬그머니 생긴다. 이 책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 풍경과 살아 숨쉬듯 리얼하고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묘사이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때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찰진 입담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아등바등 재기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지지리도 궁상맞은 등장인물들이 한없이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짚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소설은 한바탕 가벼운 웃음으로 유쾌하게 건너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진지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고, 시간은 가고, 비록 더디더라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현실은 어둡지만, 그에 굴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을 열심히 찾아가는 모습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다가 마지막엔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따뜻한 소설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연극' 영상보기 *클릭* |
2021년 05월 03일
'가족'이라는 단어를 풀이하자면 '한집에 사는 일가'를 뜻하는 말이 된다. 보통 가족을 일컫는 또 다른 단어인 '식구'를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먹는 입'이 된다. 한 집에서 함께 작고 함께 먹으며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식구요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함께 살지 않는 가족도 많고, 함께 살더라도 함께 먹고 부딪히며 살아가지 않는 가족의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반대로 핏줄을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함께 먹고 자고 살아가며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 힘든 세상을 헤쳐나가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가족'의 원래 의미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망원동 브라더스]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투닥거리며 가족처럼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망원동의 보증금 500에 월세 30짜리 8평 옥탑방에 모여살게 된, 네 남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오영준 작가는 35살의 만화가지만 현재는 일도 없고 작품 활동도 없는 백수에 가깝다. 주인공이 사는 곳이 바로 망원동 옥탑방이다. 그런데 이 집에 40대 기러기 아빠 '김부장', 황혼이혼을 당하게 된 50대의 '싸부', 그리고 20대의 공무원 고시 준비생 '삼척동자'가 모이게 되면서 20대, 30대, 40대, 50대 네 남자로 구성된 일명 '망원동 브라더스'가 된다. 여기에 60대 집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10대인 그 손자까지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6 남자와, 각자의 사정을 가진 '주연'과 '선화'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다채롭고 평범한, 고군분투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자든 여자든 10대든 60대든 모두가 각각의 고민과 숙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 가운데에서 실패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결국 또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당장 눈앞에는 희망찬 미래가 보이지 않지만 멀리멀리 내다보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매일매일 나아간다.
망원동이라는 이름이 원래 조선시대 왕족이 지은 '먼 경치도 잘 볼 수 있는 정자'라는 '망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니, 내가 찍은 사진도 그럴듯해 보였다. 그래 이 옥탑은 망원정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중에서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있는 척, 잘생긴 척, 아는 척 '삼척'동자에게도 그럴만한 말 못 할 가족사가 있었고, 황혼 이혼을 당한 싸부에게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모두의 인생은 각자의 이유로 어렵고 고단한 길이다. 특히 요즘 모두의 경제가 어려운 시기라 그런지 더 어렵고 고단한 인생이 많아지는 것 같다. 모두의 인생에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제야 삼척동자가 왜 그렇게 있는 척, 잘생긴 척, 아는 척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은 실제로 있는 집 자식이고, 그 정도면 훤칠하게 생겼고, 아는 것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가득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
[망원동 브라더스] 중에서
새로운 가족의 구성
이 험난한 인생길을 견디고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가족'이다. 나를 위해 마음 졸이고 고생하시는 부모님, 금쪽같은 아이들, 언제나 안쓰러운 반려자를 생각하며 힘을 내고, 또 이들의 응원과 위로로 다시 용기를 내고 험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물론 가까운 사이기에 오히려 더 상처를 주기도 하고 티격태격 끊임없이 다투기도 하지만, 가족이 주는 힘은 참 거대하다.
새로울 것 없는 세상과 새로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우리. 그걸 용인하며 늙어가는 거다. 당연한 듯 주어진 삶. 오히려 그게 다행인 날들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중에서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런 가족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비록 피 한 방울 안 섞인 전통적 의미의 가족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지지해 주는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요즘에 1인 가정도 많아지고 결혼하지 않는 비혼주의도 많아지는 것 같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많아진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가족처럼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느슨한 가족'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의 장점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무거운 사회적 문제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무척 경쾌하고 재미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처럼 흥이 올라있다. 그리고 읽고 나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고 담담하고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망원동에서 시작되고 망원동에서의 울림이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저자는 담담하고 즐겁고 쾌활하게 펼쳐준다.
누구나 한번쯤 삶이 힘겨울 떄 읽어본다면
다시금 용기내어 살아갈 힘이 되어줄 것 같은 책~~~
나름의 삶의 이유와 방식들로 제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은 어떠한 방식으로 노크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는
이야기다.
브라더스라 함은 20대 청춘 넷이 옥탑방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거라 짐작했는데 연령대도 다양한 남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저 단어에 어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여튼 네 명의 남자 이야기이다. 만화잡지로 상을 타 등단했지만 이렇다할 출세작 없는 무명만화가 30대 영준, 한 때는 잘 나가는 영업부장이었으나 기러기 아빠이자 백수가 된 40대 김부장, 또 한 때는 잘 나가는 만화스토리 작가였으나 황혼이혼까지 당하는 영준의 50대 싸부, 고시공부만 몇 년 째 하고있으나 번번히 탈락하는 고시생인 영준의 대학 동아리 후배인 20대 삼척동자. 여기가 옥탑방 주인 슈퍼할아버지, 손자인 석이, 선화 등도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처절함직한 백수탈출기 이야기인데 심각하게 상황을 끌고 가지 않아 초조하니 무언가를 짐작하면서 읽지 않아도 된다. 일 부탁하러 3만원 들고 선배의 자녀 돌잔치를 오랜만에 찾아가고,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나를 이용하려던 사실도 깨달아보고, 다단계에 빠지거나, 가장의 노릇을 하지 못해 이혼까지 당하고, 매번 고시에 떨어지는 가족사까지 곁들어지는 에피소드가 최고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자그마한 옥탑에 달라붙어 사는 동거인들에 질려 망원동을 떠날 결심을 한 영준의 스토리도 갈등인가. 물론, 이러한 사항에서 여자친구까지 생기는 행운이 찾아온다.
영준은 잡지만화의 작가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고 학습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웹툰에 브라더스의 이야기를 실을 준비를 한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김부장은 요리실력을 발휘해 식당을 개업하고, 싸부는, 싸부는 의도치 않게 옆집 부녀를 화재속에서 구해내 동네 영웅이 되어 매스컴을 타고 대학 강사가 되고, 김부장을 돕던 알바생 삼척동자는 그들의 식당인 해장마차 프랜차이즈를 준비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매번 느끼듯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배경이 망원동 옥탑방 어딘가에 살고 있듯이 느껴진다. 솔직히 우리 주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서민서민 한 사람이다. 소개글만 보면 매번 백수같이 살아 갈 듯, 아무 일도 안하고 살아갈 거 같지만, 아무일 안 한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일이 갑자기 터져서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각자 그들 나름대로 돈을 벌고자 백수를 탈출하고자 노력을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잠잠하고, 작가 특유의 유머로 순탄하게 이야기가 끌어나가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 갈 수 있다. 내 주변 이웃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들, 이제는 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거 같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