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 수박 한 통은 사치여도
캔맥 하나와 밀린 영화에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신인류,
호모 자취엔스의 진화 일기
※여러 번 볼수록 재미 공감 증폭 주의※
퇴근길,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에 도착해 더듬거리며 불을 켜면 작지만 아늑한 ‘내 자취집’이 펼쳐진다. 내가 꾸리고 만들어가는 ‘1인용 살림’이다. 마냥 자유로울 것 같았던 혼자 사는 삶은 여기저기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집안일 때문에 분주하다. 일에 치여 며칠 게으름을 피우다가도 결국 내가 손대지 않으면 지친 마음속처럼 너저분해지기에 끙차, 길게 뻗었던 몸을 꾸역꾸역 일으켜 세워야 한다. 혼잣말이 익숙해지고 급기야는 내 목소리에 내가 놀라는 날도 있지만, 엄마의 잔소리 없이 오로지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건 혼자가 가진 가장 큰 달콤함이다. 때문에 지친 하루 끝, 늦은 밤 티비 앞에 드러누워 마시는 캔맥주 하나에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며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저자는 이렇듯 1인용 삶을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호모 자취엔스’라 지칭한다. 혼자 돈을 벌고 살림을 꾸려나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능숙함과 서툼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며 안정을 위해 진화를 거듭하는 신인류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이 시대의 호모 자취엔스들의 리얼한 진화 과정을 담았다. 처음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며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기초살림 마련하기, 먹고 사는 법, 집 관리하기, 셀프 인테리어와 혼자 노는 법, 그리고 다시 월세에서 월세로 이사하는 과정까지 무척이나 현실적인 자취생활이 컷 만화로 펼쳐진다. 또한 보다 완벽한 자취의 진화를 위한 알찬 정보들이 담겨있어 이른바 자취인들의 완소 소장템이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누구보다 찰진 드립과 깨알 같은 공감 포인트 덕분에 혼자 읽어도 외롭지 않은 자취인의 반려책이 되어줄 것이다.
어찌어찌 혼자 살고는 있지만
불시에 튀어나오는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뭐한 궁금증들
생활초밀착형 자취팁, 별거라도 다 알려주마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자신만만하게 필요한 것들을 다 챙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샤워하고 나오면서 보니 축축한 발을 닦을 매트가 없다. 감자 좀 깎으려고 했는데 잠깐, 감자 깎는 칼도 필요한 거였어?!
부모님 집에는 모든 것이 원래 있던 옵션처럼 당연했는데, 혼자 살림을 꾸리다보니 끊임없이 없는 것들이 튀어나온다. 다 떨어지면 바뀌어있던 새 샴푸며, 싱크대에 항상 있던 주방 세제 역시 돈 주고 사야하고 심지어 이것들이 꼭 한꺼번에 떨어져서 없는 살림에 타격을 준다.
또 방만 쓸고 닦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화장실엔 자꾸 물때가 끼고 하수구에선 쿰쿰한 냄새가 난다. 쓰레기는 뭐든 하나에 몰아버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음식물과 일반쓰레기를 구분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작다고 무시했는데 이거, 만만한 살림이 아니었어!
1인용 살림이지만 살다 보면 정말 잡다하고도 소소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그때마다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뭐한 것들, 저자가 이 책에 꼼꼼하게 모아두었다. 다이소 추천템과 센치해질 때 마시면 좋은 과일주 만드는 법, 음쓰같은 일쓰 구별하는 법,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만능청소템 만드는 법, 셀프 인테리어까지 사소하지만 유용한 자취생활 팁을 알려준다. 또 가장 중요한 자취 계약 서류와 전입신고/확정일자 받는 법, 월세 세액공제 받는 법, 이사할 때 처리해야 할 과정과 같은 정보들을 저자가 직접 부동산을 돌며 모아모아 정리해두었다.
혼자지만 결코 궁상맞지만은 않은 호모 자취엔스들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