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 저
채사장 저
폴 칼라니티 저/이종인 역
넥서스콘텐츠개발팀 저
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공저/김설인 역
레오 버스카글리아 저/이은선 역
나에게 미술이라는 것은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예술보다 뭔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많은 지식이 있어야 미술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작품들을 보면서 심오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미술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들을 깨부수었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그냥 이런 걸 표현하려고 했구나 정도로만 넘기고 맘에 드는 것은 어떤걸 표현해서 좋았다의 감상이 아니라 색의 조화, 그리는 방식 등의 작품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들이였다. 이 책은 유명한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그 작가의 일생을 이야기해주고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마음에서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점이 정말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보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어떤 기법인지, 무슨 시대의 작품인지 보다 작가는 어떤 마음에서 이걸 그렸는지 이야기해주면 그 작품이 더 와닿는다는 걸 느꼈고 두 번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 작품들을 접할 때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 그저 그림을 바라만 보고 올 뿐이었는데 방구석 미술관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폴 고갱에 대한 부분이었다.
10년도 더 전에 우연히 전시회에서 고갱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때도 ‘고갱’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타히티에서 그린 작품들을 보며 당연히 타히티 사람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살았으며 선원으로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 프랑스 증권중개소에서 일했고, 타히티에서 마지막을 보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생애를 알고 나니 그림이 다시 보였다. 그림도 결국은 작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그들의 삶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붉은 들판에서 야곱과 천사가 싸우는 모습을 그린 <예배 뒤의 환상>이라는 작품에서 그의 깊은 고뇌가 잘 드러난다. 보이는 색 그대로를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이 느낀 색으로 그림을 그린 고갱은 원시와 야생을 찾아 타히티로 떠난다. 문명에서 벗어나 보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것을 그리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보다 과감하고 독창적인 그림들을 그려낸다.
폴 고갱 외에도 비극적인 삶이었지만 그림으로 이를 극복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나, <키스>로 잘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 등 댜양한 작가들의 삶을 작품들과 함께 보니 그들의 생에가 어떻게 그림 속에 반영이 되었는지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잘 녹아들어 더 의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냥 봐도 좋지만 간단하게라도 배경을 알면 조금 더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이렇게 가볍게 훑고 지나가면 도움이 될 것같다.
사진 이전에 그림은 시대를 기록하고 남기는 기록을 위한 것이었고, 사진 이후의 그림은 인간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여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들은 치열하게 인생을 살면서 살아내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았고, 타인들은 그 그림들을 살펴보면서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세상이 어떠한가를 함께 살펴보았다. 예술은 인간의 마음과 삶에 자리하면서 인간을 향한 고민들을 덜어내는 동시에 더해 주었고 인간이 앞으로 걸어갈 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과정이 미술이라는 것을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난해하기도 하고, 미술자체가 워낙에 부자들의 여가생활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그런데 책은 위대한 화가를 옆집 아져씨처럼 친근하게 소개하면서 왜 그림이 그려졌는지 어떤 생각 속에서 그림이 우리에게 전해졌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익숙하고 유명한 거장들이 옆집 아져씨가 되도록 만드는 책을 통하여 인간을 말하는 그림의 가치를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2권도 나왔다는데 빠른 시일 내에 읽어 봐야겠다.
조원재 작가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화가들의 인생, 사생활과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 <방구석 미술관>은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구석 미술관>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내용 일부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2018년 출간된 이래 1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모토 그대로 친근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큰 인기를 끈 것 같다.
직접 읽어보니 술술 읽혀서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화가 모두가 유명 거장들이다 보니 '이런 인생을 살았어?', '이 작품에 이런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고?' 하며 놀라고, 그것을 계기로 작품을 새롭게 느껴보기도 하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뭉크의 이야기부터 인상 깊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로도 모자라 누나, 남동생, 심지어 여동생까지 줄줄이 병에 걸리게 되어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낀 뭉크... 그는 그러한 자신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경험과 감정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자전적 표현을 통해 표현주의의 선구자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인생에 공감하고, 그런 감정을 덧씌운 채로 그림을 감상하니 전과는 다른 시각을 통해 작품을 느끼게 되었다.
진한 눈썹의 자화상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프리다 또한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느낀 고통의 감정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안타까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역시 사람의 인생사는 순탄하지만은 않고, 저마다의 굴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의 작품을 통해 감명받을 수 있는 거겠지. 방식과 표현은 다를지언정, 겉 포장지를 헤쳐보면 그 속에 담긴 감정은 과거의 나 또한 느껴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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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문체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인물사, 팟캐스트의 QR 코드 삽입... 여러모로 현대적이고 색다른 미술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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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