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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레

그래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다

최민영 | 위고 | 2018년 11월 30일 한줄평 총점 9.4 (1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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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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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아무튼, 발레』

어느 주말 무료하게 낮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잠이 많고 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단조로웠다. 나이가 들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발레! 그러나 발레가 무엇인가, 팔다리 길고 하늘하늘한 사람들이 우아한 피아노곡에 맞춰 아름답고 근사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예술 아닌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맥주 뱃살이 양손 가득 잡히는 자신의 아랫배와 무대 위 그녀들의 공기처럼 가벼운 몸에 생각이 이르면 발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해졌다.”그러던 어느 토요일,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 성인 발레 전문학원으로 쳐들어가 3개월 일시불 선결제로 발레수업을 등록하고 만다.

발레에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 하지만 온몸으로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전하는 일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꿀잼’이다. 그래서 발레인들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저녁에 발레할 생각으로 즐겁게 출근한다. 비록 타고나길 뻣뻣하고 방향치인 몸이지만 이런 자신에게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발레를 아름답게 출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한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얼추 비슷하게만 해내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는데, 이젠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도 짓는다. 이런 성취욕, 살면서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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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개월 일시불 선결제 해주세요
1번 발, 2번 발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요! 미디엄, 미디엄 사이즈 갖다주세요!
좀 찢어드릴까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셰네로 돌다가 통베 파드부레 다음에 앙드오르로 두 바퀴 돌고
신발 가운데를 말이죠, (흡!)
소란스러운 고요함
고백하자면 나는 힘 빼기를 두려워했다
오오 터닝신이 강림하셨다!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나는 내 몸을 다시 빚는 중이다

저자 소개 (1명)

저 : 최민영
취재기자. 2000년부터 신문사에서 일해왔다. 이달의 기자상도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 사람 많은 회식 때는 말수가 줄어들고, 취재원에게 전화 걸기 전에는 울렁증에 시달린다. 마흔 살을 코앞에 둔 2015년부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10년 뒤 실버 아마추어 발레단의 오디션에 합격하는 게 목표다. 취재기자. 2000년부터 신문사에서 일해왔다. 이달의 기자상도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 사람 많은 회식 때는 말수가 줄어들고, 취재원에게 전화 걸기 전에는 울렁증에 시달린다. 마흔 살을 코앞에 둔 2015년부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10년 뒤 실버 아마추어 발레단의 오디션에 합격하는 게 목표다.

출판사 리뷰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아무튼, 발레』

어느 주말 무료하게 낮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잠이 많고 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말 낮잠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고 하루하루가 단조로웠다. 나이가 들어서도 심리적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린 시절 꼭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발레! 그러나 발레가 무엇인가, 팔다리 길고 하늘하늘한 사람들이 우아한 피아노곡에 맞춰 아름답고 근사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예술 아닌가.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맥주 뱃살이 양손 가득 잡히는 자신의 아랫배와 무대 위 그녀들의 공기처럼 가벼운 몸에 생각이 이르면 발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해졌다.”그러던 어느 토요일, 어차피 죽으면 썩어서 사라질 몸인데 난 참 쓸데없이 주저하는 일이 많구나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 성인 발레 전문학원으로 쳐들어가 3개월 일시불 선결제로 발레수업을 등록하고 만다.

_규칙도 모르겠고, 용어도 모르겠고, 음악에 박자는 맞춰야 되겠고

그러나 역시 발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속옷도 안 입고 타이즈와 레오타드만 입는다는 것이 정말일까 반신반신하며 탈의실에서 한참을 꾸물거리고, 기초적인 팔과 다리의 포지션을 배웠지만 머릿속에 남은 건 ‘1번 발, 2번 발’뿐이었으며,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전공했음에도 ‘앙아방’, ‘앙오’ 같은 발레 용어가 프랑스어임을 한 달 후에야 눈치 챘다. 규칙도 모르겠고, 용어도 모르겠고, 음악에 박자는 맞춰야 되겠고, 몸이 마치 광고용 바람인형처럼 움직였다. 다리 동작을 하면 팔이 공중에서 헛짓을 하고 있고, 팔 동작에 신경을 쓰면 다리가 엉뚱한 데로 가 있다. 앞사람을 곁눈질로 따라 했는데 알고 보니 앞사람도 틀렸다. “총체적으로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가 바보스럽다고 느끼는” 초유의 경험.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업 첫날 발레에 빠져버렸다. 도전의식이 활활 불타오르는 채로. 이후 야근으로 피곤한 날에도 홍삼 한 포를 입에 털어 넣고 발레 학원에 가는 날이 이어졌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발레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_‘세상의 쓴맛’을 아는 어른들의 ‘달콤한 끝맛’

이 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옆찢기 180도’에 성공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은 채 어른이 된다는 것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선생님들은 자애로운 미소를 띤 얼굴로 수강생들의 안쪽 허벅지를 발로 밀어 다리 각도를 늘리고 심지어 안쪽 허벅지를 밟고 위에 서기까지 한다. 부끄러움도 다 잊은 채 “앗! 저! 선생님! 잠깐! 아!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나면 어느새 다리 각도는 10도쯤 늘어 있다. 세상에 애쓰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세상의 쓴맛’을 아는 어른에게, 스트레칭의 고통이 보장하는 ‘달콤한 끝맛’을 알아갈 무렵, 어느새 잠들기 전 다리 하나 번쩍 들어 코앞까지 붙여보고 “어허 시원하다” 같은 감탄사를 내뱉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_“목에 제발 힘 좀 빼세요. 이렇게 힘주면 목 두꺼워져요.”

거의 매번 수업 때마다 힘 좀 빼라는 지적을 듣는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답답함에 못 이겨 선생님이 ‘바로 당신 이야기예요’ 하고 일러주었을 때에야 뒤늦게 문제를 인지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면서 총체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음을 깨달았다. 한국형 ‘맏이 표준 교육’을 받으며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큰딸이 되기 위해 자신이 우울한 줄도 모르면서 죽 우울하게 커왔음을 인정하게 됐다. 목표를 이루면 기뻐하기보다 안도했고, 이루지 못하면 쉽게 자기혐오에 빠졌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빠졌을 때는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긴 휴식을 거치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것이 컸음을 깨닫는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비로소 발레를 할 때의 몸의 움직임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_학원비 벌려고 일하고, 퇴근해서 발레하려고 출근한다

발레에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 하지만 온몸으로 궁극의 아름다움에 도전하는 일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꿀잼’이다. 그래서 발레인들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저녁에 발레할 생각으로 즐겁게 출근한다. 비록 타고나길 뻣뻣하고 방향치인 몸이지만 이런 자신에게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발레를 아름답게 출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한다.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얼추 비슷하게만 해내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는데, 이젠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음도 짓는다. 이런 성취욕, 살면서 한 번쯤은 괜찮지 않나, 생각하면서.

종이책 회원 리뷰 (10건)

북클러버-5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l*******5 | 2022.05.31

아무튼, 발레는 저자의 취미발레 에세이다. 나름 입소문이 난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인데 `아무튼 00`이라는 책 제목이 직관적이면서도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친구가 `"너 이번 달에는 뭐 읽고 있어?"라고 물어봤을 때 어쨌든 발레라고 당당하게 대답했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했으니 그 마음이 투영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책을 두 번에 걸쳐 읽었다. 처음에는 학원 등록을 앞두고 저자에게 발레 영업을 당하고 싶어서였는데 책이 재미없거나 특별히 어렵지 않았음에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두 번째는 발레핏 학원 3개월을 일시불로 결제한 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리고 왜 읽다 말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책 초반 저자의 발레 입문 고군분투가 그려지는데 프랑스어로 된 발레 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줬음에도 문외한인 나에게는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고작 일주일 나간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니 저자님 감사합니다. 그 동작이 정확히 그렇게 발음하는 거군요. 저도 텍스트를 읽으면서 머리로 복기해볼게요. 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무래도 본 수업에서는 거울을 보며 어설픈 동작으로 따라가는 데 급급해 정확한 용어나 순서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동작 설명서를 읽어본 기분이랄까?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나는 운동하는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굳어있던 몸이 유연해지자 자신감이 붙었다는 체력증진의 목적이든 이렇게 습관을 들였더니 몸무게를 이만큼이나 감량할 수 있었다는 뉘앙스의 다이어트 책이든 어느 쪽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극도로 운동을 싫어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잘 쓰인 책을 읽고 잠깐 자극받아 운동을 시작해본들 3개월을 넘긴 적이 없고, 운동을 그만둔 뒤에 찾아올 현타를 더 이상 맛보기 싫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괜히 감흥을 받고 도전하고, 중단과 함께 친구처럼 따라붙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자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목차 중 `고백하자면 나는 힘 빼기를 두려워했다`는 것에 이끌려서다. 매사에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애쓰던 저자는 일정 수준의 긴장을 안고 살아가서 몸에서 힘 빼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모든 운동을 할 때 어깨에 힘 빼라는 소리를 매 수업 듣는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목매는 성격이라 A를 하면서도 B 스텝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핑핑 돌아간다.
잘 해내고자 마음을 쓰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노력하지 않는 모습보다는 좋은 자세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매번 긴장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와 동일선상에 놓이는 건 아니더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주변을 둘러보기보다는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깐 더 노력하면, 더 집중하면 이번에는 다를 거라며 더욱 공회전을 반복하다 소진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뭔가 대단한 비결이 있나 싶어서 궁금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게되었다.
다 읽고 느낀 감상은 책 제목처럼 아무튼, 발레였다. 내 우려와 달리 저자는 발레를 하라고 추천하지는 않았다. 발레는 찬양했지만 자기 기준으로 재미있고 매력 있었다지 야 너도? 야나두!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미 별다른 영업 없이 나도 발레에 빠져버린 것 같다. 서른 넘어 시작한 발레에 뭐 얼마나 큰 결과가 있겠는가. 왜 세간에서 `취미` 발레라 강조했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우아한 백조가 못될지라도 괜찮을 것 같고, 이러다가 3개월 뒤에 재등록을 안 해도 현타가 올 것 같지 않다. 뭐 어떠냐 아무튼 발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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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도 발레하듯이 - [아무튼, 발레]를 일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2.01.16

빨래도 발레하듯이

<아무튼, 발레>를 읽고

 


 

 

  "팁토(tiptoe)~ 팁토~" 아이가 네 살 무렵 유아 발레수업을 다녀온 뒤부터 한동안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발끝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 발레동작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발레란 호기심 가득한 세계이나 어른에게는 호기롭게 다가갈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발레>는 한 직장생활자가 어린 시절의 꿈을 되찾기 위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좌충우돌 취미 발레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는 발레 학원비 벌려고 직장 다니고, 퇴근해서 발레하려고 아침에 출근한다."(13쪽)

 

  어릴 적 심한 사고로 못생겨진 왼팔 관절과 집안의 맏이라는 컴플렉스 때문에 배우고 싶었던 발레를 삶의 한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저자는 마흔을 눈 앞에 두고 성인 발레 전문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기초반 한 달만 들어보고 계속할지를 결정하라는 학원측의 권유를 뒤로 한 채 석 달치 수강료를 호기롭게 일시불 선결제하며 결의를 다진다.

 

기초반 수업은 매트에서 스트레칭 20분, 바워크 50분, 센터에서 10분의 순서였다. (중략) "오늘은 개강 첫날이고 발레 처음 배우는 분들도 계시니까 팔과 다리의 포지션을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다리는 1번부터 6번까지의 자세가 있어요."(19~20쪽)

 

  다리 자세는 무릎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턴아웃한 상태를 가르키는 1번부터 그냥 발을 평상시처럼 가지런히 모으는 6번까지, 팔 자세는 팔을 가슴 명치와 배꼽 사이에 모으는 앙아방부터 팔을 옆으로 길게 뻗는 알라스콩까지 네 가지가 있다는 선생님의 쏜살같은 설명이 첫날부터 저자의 머릿속에 콱 박힐리 만무하다. 첫 80분 수업은 저자의 몸과 정신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발레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던 날로 기념한다.

  '운동(혹은 취미)은 장비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초심자에게는 장비 구입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취미 발레는 ‘초기’ 투자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대신 몸으로 고생하면 된다고 저자의 말이 웃기면서도 슬프게 들렸다. 발레의 기본복장에는 타이즈, 스커트, 캔버스 재질의 연습용 슈즈, 팬티와 티셔츠를 하나로 결합한 형태의 레오타드(지금껏 내가 레오파드로 알고 있었음은 비밀로 해둔다)가 있다. 이 가운데 부상의 위험이 있어 왕초보에게는 금지되는 토슈즈도 프로페셔널에게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평균 한 켤레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라 발레단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관절과 스트레칭은 안중근 선생과 독서와의 관계와도 같아서 하루라도 거르면 예전의 뻑뻑한 상태로 돌아가 시치미를 뚝 뗀다.(44쪽)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스트레칭은 기본인데, 유연성이 중요한 발레에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기에 스트레칭은 혼자보다는 '찢어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비명을 지르고 오만상을 찌푸리던 저자는 문득 의심한다. 어쩌면 선생님들에게는 타인이 조금씩 찢어질, 아니 발전해가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이타심과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심리가 공존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매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지만 발레 입문 반년만에 저자에게 첫 고비를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플리에('구부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체육관에서 스쿼트를 한다면, 발레에서는 바워크에서 가장 먼저 하는 동작이 바로 플리에인데, 높이 날아오르고 부드럽게 내려앉는 모든 동작의 앞뒤에 빠지지 않는, 원장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점프의 시작점인 것이다. 안 쓰던 속근육이 자랄 때까지 6개월은 기다려야 함에도 조급함에 마음처럼 따라주는 않는 몸을 원망했던 저자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한 결과, 마침내 동작이 덜 힘들어지는 경험을 하고나서 그동안 마음은 최선을 다해 돌보면서도 정작 몸은 그렇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누구나 인생에 '플리에'의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떨어지고, 주저앉는 순간들 말이다. (중략) 그건 넘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의 '플리에'를 하는 거다. (중략)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63쪽)

 

  예전에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마치 축구선수의 그것처럼 보이는 발이 발레의 우아함에 감춰진 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라는 찬탄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말한다. 발레에서 아름다움의 핵심은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해내는 것이라고. 그게 바로 우아함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지금까지 발레 하면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춤추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우아한 겉모습에만 눈길을 고정시켰다. <아무튼, 발레>를 통해 눈길을 그 안으로 돌려 (취미) 발레가 무엇인지, (취미) 발레인은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시선을 빌어 발레의 동작과 자세가 삶을 대하는 몸과 마음가짐을 교정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늘도 어느 연습실에서 바워크를 하고 있을 저자가 실내로 들어오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환한 웃음을 보내며 말하는 것만 같다. 두 볼이 발그레해지는 건 한순간일 뿐, 발끝을 들어 살금살금 걷기부터 무대 센터를 누비며 '셰네로 돌다가 통베 파드부레 다음에 앙드오르로 두 바퀴 돌고···' 마무리 포즈까지, 발레의 희열을 만끽해보길 바란다고! 책을 덮으며 문득 노트북과 발레 용품들을 가득 넣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며 그날 배운 동작들을 연습한다는 저자의 얘기가 떠오른다. 어쩌면 빨래를 널다가도 발레 동작을 연습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궂은 날씨든 맑은 날씨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빨래는 해야하듯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를 계속하고야 말겠다는 취미 발레인의 도전과 일상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발레에는 입구는 있되 출구는 없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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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안 힘든 척! 진짜 안 힘들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e***n | 2021.07.13
아무튼 발레. 그래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다.
최민영

☆☆☆☆

취재기자. 2000년부터 신문사에서 일해왔다. 이달의 기자상도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적성에 맞는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마흔 살을 코앞에 둔 2015년부터 취미 발레를 시작했다.

2008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
2010년? 예술의 전당에서유니버설 발레단 공연. 그때 아마 문선명씨를 슬쩍 본 기억이 난다.
2011년? 빼짜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뭘 봤는지 기억안남.

인생에서 발레 공연은 3번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맨처음 봤던 호두까기 인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표현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점프가 아직도 잔상이 남아있다.
그래봐야 발레가 뭔지 알겠나?
딸을 낳은 덕에 동네 발레학원가서 기다린게 전부고,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였다. 최근에는 무용을 전공한 친구에게 발레가 얼마나 좋은지 설명을 들은게 전부고.

어퍼컷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책에서 여자 수학 선생님이 권투를 시작하게된 장면이 인상깊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나에거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1분 1초도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권투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는 거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상에 치이고 찌든 저자가 병원을 찾게되고 치료중에 이런이야기늘 듣는다.

“물론 노력하는 건 좋죠. 하지만 세상에 자기 자신을 소진시킬 만큼 중요한 직장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직장은 내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곳이에요. 나는 받는 돈만큼 내 노동력을 제공하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직장하고 학교는 다른 거죠. 학교는 내가 수업료를 내고 내 성적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거고, 직장은 내가 일하고 돈을 받는 거니까 굳이 그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이런 다짐을 한다.

. 나는 공회전을 멈추기로 했다. 퇴근 후나 휴일에도 눈만 뜨면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강박적인 습관도 버렸다. 삶의 궁극적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하길 그치고, 매일 만나는 소소한 순간들을 세상의 모든 게 첫 경험인 아이처럼 즐기기로 했다. 나에게 기대를 거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도 인정했다. 애당초 그런 부담감은 사실 누구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강한 자기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돌아보게 됐다. 난생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기어이 발레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 슬프고 화나는 날에도 꾸역꾸역 발레를 하러 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시간 반 동안 풀업을 하며 몸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의 감기에 걸렸을 때도 발레는 빼먹지 않았다. 덕분에 상태가 빨리 나아졌다. 물론 어떤 운동이든 꾸준하게 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발레를 하면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드는 생각을 이야기 하는 문장들은 역시 취재기자 답다는 생각이 든다.

. 솔직히 발레를 배우기 전에는 90도 아라베스크가 그리 어려운 건가 싶었다. 그런데 처음 해본 순간,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하몬 한 덩이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다리가 무겁기 짝이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다리를 들어올리면 몸통이 앞으로 기울
고, 몸통을 세우면 다리가 내려가는 인간 시소가 되기도 했다.

. 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180도 다리찢기가 가능한 고관절의 유연성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관절과 스트레칭은 안중근 선생과 독서와의 관계와도 같아서 하루라도 거르면 예전의 뻑뻑한 상태로 돌아가 시치미를 뚝뗀다. 정직한 몸, 진짜 얄밉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깨달음도 얻는다.

. 짬 나는 대로 실제 팔다리의 코디네이션을 연습했다. 그러자 동작이 저절로 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남 하는 걸 백날 관찰해 봤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불완전하더라도 내가 직접 해보는 게 중요했다. 무작정 했던 이전의 노력은 진짜 노력이 아니었다. 노력을 쏟는 그 방향이 정말 맞는 건지, 노력하는 방식이 정말 효과적인 것 인지를 스스로 질문하는 게 필요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까 더 나아질 거야' 라는 자기 주술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책에는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다.

. 발레에서 아름다움의 핵심은 어떤 동작이든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해내는 것이다. 그건 우아함의 본질이도 하다. 격렬한 감정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꼭꼭 씹어서 소화한 뒤 한 단계 승화하는 것이다. 무대위의 발레리나는 어떤 순간에도 배역이 아닌 무용수 자신의 불안이나 통증을 날 것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몸으로 창조하고 생산하는 활동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정신에 집중하다 못해 우울하게 자기 자신을 파먹지 않나요. 하지만 진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단순한 생의 원칙에 따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지요. 몸이 진짜예요.”

. 발레에 관한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래픽노블 『폴리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행동을 취하기 전에 항상 핑계를 댄단다. 좋은 핑계도 나쁜 핑계도 없어. 핑계를 대며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진 거야.”

. 나 자신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사실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에 ‘플리에’의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낮아지고, 떨어지고, 주저앉는 순간들 말이다. 원
하던 일을 얻지 못했을 때,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졌을 때, 사랑이 어긋났을 때, 누군가에게 거절 당했을 때, 그건 넘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각자의 ‘플리에'를 하는 거다.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으려면 플리에를 꼭 거쳐야 하고, 내려와야 할 순간에도 플리에는 꼭 필요한 거니까. 그래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에는 ‘오늘은 꽤 깊은 그랑 플리에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 플리에 같은 그 시기를 잘 지난다면, 인생의 속근육도 자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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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아무튼, 발레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h****a | 2020.03.26

아무튼, 발레 - 최민영 3.5 / 5.0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살면서 딱 한 번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가볍게 날아다니는지, 저렇게 꼿꼿하게 서있으면 발은 아프지 않은지, 신기함과 경외함 사이에서 공연을 봤습니다. 이후에는 '빌리 엘리어트', '블랙 스완' 등 영화로만 발레를 접하다가 한쪽에서 취미 발레가 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제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에 '발레'가 떠서 따지지 않고 구매했습니다. 작가는 취미발레 4년차로 그동안 발레를 하며 겪었던 일과 깨달음을 재치있는 문체로 풀어냅니다. 특히 우리네 삶에서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장이 많아 만족감이 높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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