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다쓰야 저/박재영 역
이준형,지일주 저/인문학 유치원 해설
백상경제연구원 저
2019년 12월 06일
주로 감성적 분야가 아닌 이성적 분야 업무로 평생을 살아 왔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아름다움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것, 가치 있는 것,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감각을 길러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제목처럼 심미안을 키워주는 오감 사용설명서라고 하겠다.
저자는 심미안이란 타고난 능력이라기보다 키워가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잘 읽을수록 더 좋은 삶, 더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등 5개 분야에서 심미안을 키우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몇 해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몇몇 관람객들이 마스 로스코의 <레드>라는 작품 앞에서 가슴이 뛰고 현기증을 일으키는 '스탕달 시드롬'을 경험했다고 한다. 구체적 형태도 보이지 않는 추상화를 보고 어떻게 감정이 극대화된 것일까? 저자는 미술작품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작가의 주파수와 나의 주파수가 맞아 떨어져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미술작품의 감상과 관련해 저자는 "세심하게 관찰하고 편견없이 수용하라"고 조언한다.
음악의 감흥은 그림에 비해 즉흥적으로 다가온다. 음악은 시간의 질서에 공감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연주가 끝나는 동시에 사라지기에 우리의 가슴에 더 남는 법이다. 많은 현장 공연에 참가하고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하나씩 넓혀가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조언한다.
반면 건축은 인간을 자극하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한 공간에 녹여놓은 종합예술로서 비례와 균형, 조화와 통일성을 잘 살펴보라고 말한다. 피라미드에서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소위 랜드마크들은 이런 특성을 잘 보여주는 걸작물이다. 또한 건축물은 밖의 공간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안의 공간을 밖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해 시간을 가두는 예술이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시선의 확장을 통해 눈으로 보는 세상 너머의 모습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디자인 분야는 사물의 진화과정이며 일상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점점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라는 점을 알려준다.
저자가 들려주는 심미안을 기르는 핵심은 과거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예술을 보는 눈을 꾸준히 키워 개방적인 사람이 되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 심미안을 길러 나에게 주어진 좋은 것을 충분히 즐기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에너지도 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감이 된다.
"심미안 수업" 이란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삶이 이토록 거친 것은 무엇이 아름다운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그렇게 강렬한 이끌림과 호기심으로 작가의 수업을 빠져들듯 읽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생활과 직장에 쫒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생각하고 바라봄에 따라 순간순간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고, 그 즐거움에 빠질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뿐.
작가는 우리 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가장 가까운 대상을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다섯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 미술, 이제 미술은 우리의 생활 그 어디서도 함께하는 대상이 되었다. 어려운 예술의 하나라고만 생각하던 미술이 우리 일상 깊숙히 들어와 거리, 사무실, 집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전시회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여행을 할때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을 가보곤 했지만 그 또한 관광의 일부분이지 작품을 보기 위해 설레이며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가가 언급한 미술 작가와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니 정말로 수업을 듣는것 처럼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샤토 무똥 로칠드의 와인 라벨을 다시한번 찾아서 보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할때 몇몇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기절을 했다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레드'도 경이로운 맘으로 찾아보면서 예술의 세계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이제 스쳐지나가는 예술 작품을 한번 더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볼 것 같고, 여유있는 시간 가까운 곳의 미술 전시회도 가서 그림과 조금 더 친해지는 그런 더 여유있는 내가 되고 싶다.
두번째 음악, 음악은 다섯 항목 중 그래도 가장 나에게 친숙했다. 산책을 할때, 식사를 할때, 책을 읽을때, 와인을 마실때.... 나는 늘 그 때 그 때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들었다.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다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음악이 가진 힘이란걸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디테일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었는데, 클래식 음악을 예를 들면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악기로 어떻게 연주했냐에 따라 그 음악이 다르다는 것이다. 책에 언급된 비발디의 '사계'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여러 버젼으로 들어보았다. 여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버젼의 음악을 들어보는 일은 내가 '심미안 수업'을 읽지 않았다면 미쳐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느끼는 힘이 아는 것의 힘보다 얼마나 강렬한지 작가는 참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세번째 건축, 세상에서 제일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 집을 짓고 건물을 짓는 일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 오랜 옛날에 만리장성을 쌓고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이나 파리의 베리사유 궁전같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유명 관광지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 이외에도 우리 주위에 아름다운 건물들, 우연히 지나다 만나게되는 이쁜 가게들 등 우리가 사는 매 순간 우리는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을 볼 여유가 없었을 뿐...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일이 바로 건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제 걸어다니며 만나는 건축물들을 조금더 자세히 조금더 사랑스럽게 바라봐야겠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노력과 생각들이 담겨 있을까...
네번째 사진, 핸드폰이 생겨나오기 이전에 우리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필름 인화를 맡기고 사진이 나오기까지 설레이며 기다렸던 그런 기억이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카메라 못지않는 성능의 사진기를 대신하고 있지만... 가끔 고급 카메라로 담긴 사진 작품을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진은 어쩌면 우리도 늘 일상에서 하고 있는 부분이라 예술로는 오히려 더 멀어졌던 분야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시간과 경험이 될 것이다. 작가가 알려주는 좋은 팁은 사진을 찍던 사람이 존재했던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 시간대의 시선을 내 눈에 장착하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새로운 감흥이 올라온다고 한다. 하찮아 보이고 유명하지 않아도 제 눈으로 찾아낸 아름다움 그리고 작가의 관점이 분명한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책을 일고 작가가 언급한 사진작가 윤길중, 강운구,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작품을 찾아보면서 그들의 사진을 감상하였다. 예전같으면 그냥 무심코 넘어갔을 사진들이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다섯번째 디자인, 우리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함께 하는 영역이라 그 어떤 것보다 친근한 파트가 디자인 아닐까. 같은 물건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그 감동은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가 눈떠서 잠들때가지 우리 일상을 함께하는 모든 것들에 디자인이 빠져있는 것이 있을까... "산다는 것은 매일을 사는데 필요한 물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 작가의 이 표현이 나는 그 어떤 디자인에 대한 정의보다 와닿았다. 소유에서 만족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유가 목적이 되면 계속 결핍감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이 아름다우면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예술의 일상화란 매일 먹는 끼니의 그릇을 더 아름다운 것으로 놓고, 들리는 음악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채우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좋으나, 그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선별의 기준을 갖게 되면 그것이 곧 심미안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미안, 좋은 것을 보고 느낄 줄 아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 매일 매일 더 자세히 바라보고 더 아름답게 생각하고 즐기고 살고 싶다.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심미안'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 등의 5개 분야에서 책의 부제,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의 문장처럼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이다.
"그렇게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보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