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드나드는지 알 수 없고, 방향도 알 수 없는”
마음이란 것이 문제로다
-조선의 베스트셀러 《심경》을 풀이하고, 생동하게 하다
조선 시대 왕부터 재야 학자까지 지식인이라면 늘 곁에 두고 읽은 책이 있다. 《심경》이다. 이 책은 중국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가 사서삼경과 《예기》의 <악기> 그리고 유학자 주돈이와 정이, 범준과 주희의 글에서 핵심 문장만 뽑아 모은 일종의 격언집이다. 전체 37장인데, 마음 다스림에 관한 글이 많다.
《심경》은 조선 중기에 국내에 유입되었고, 이후 조선 지식인 사회에서 필독서이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조선에서만 주석서가 백 권이 넘었다니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된다. 성리학은 요즘 분과학문으로 보면 심리학에 가깝다. 《심경》은 성리학의 화두인 마음 문제를 다룬 데다 《논어》, 《맹자》, 《대학》 등 주요 책까지 골고루 다루어 당대의 교양서로 주목받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문제로다
《조선이 사랑한 문장》은 《심경》 해설서다. 저자는 전작 《말의 내공》에서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단순히 문장을 쉽게 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문장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도 끌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 시작이고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천지인(天地人)에 인을 넣은 이유도 인간에게 마음이 있어서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마음은 공자의 말처럼 “언제 드나드는지 알 수 없고 오가는 방향도 알 수 없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그 어느 시대보다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마음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현대인에게 맹자는 “잃어버린 가축은 찾으려 하면서 왜 마음은 찾지 않느냐”고 일갈한다. 이처럼 저자는 해설을 넘어 옛 문장을 지금의 삶으로 끌어내 생동하게 한다.
그런데 왜 지금 《심경》을 읽어야 할까.
첫 번째 이유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론을 배우기 위해서다. 서양에 비해 동양철학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론이 발달했고 감정을 경영하는 데도 뛰어나다. 조선 시대나 지금에나 마음 다스림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특히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버텨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97쪽
주요 동양 고전의
고갱이만 추려 놓다
저자는 《심경》을 동양 고전 입문서로도 권한다. 고전은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우리의 사고와 가치관은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것들을 당연시하고 불변의 진리로 여기는 데서 폐단이 생긴다. 다른 시대의 사상과 문물을 접해야 하는 이유다. 고전은 지금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추동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전은 다른 시대의 글이란 점 때문에 접근을 꺼리게 한다. 현대와 맞지 않는 내용이 있고 어떤 책은 두꺼운 분량이 또 걸림돌이 된다. 그런 문제로 고전 읽기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심경》은 안성맞춤하다. 주요 동양 고전에서 고갱이가 되는 문장들만 추려 놓은 데다 얇기 때문이다. 공자부터 주희까지 성리학 계보를 훑어 내려가며 마음에 관한 문장들을 음미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써야
‘사람’이 되는 것일까
왜 마음, 마음 하는 것일까. 마음이 ‘사람다움’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어떻게 써야 ‘사람’이 되는 것일까. 맹자의 말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만약 삶보다 더 절실하게 소망하는 것이 없다면 무릇 사람은 살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을 것이다. 만약 죽음보다 더 극심하게 싫어하는 것이 없다면 무릇 사람은 죽음의 환난을 피하기 위해선 못할 짓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렇게 하면 환난을 피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삶보다 더 강렬하게 소망하는 것이 있고 죽음보다 더 강렬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현자만이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단지 현자는 이를 잃지 않을 따름이다. -145쪽
이를테면 삶과 의로움 중 의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 그 행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돈을 훔칠 수 있는 상황에서 훔치지 않는 것이고, 거짓말을 하면 이로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이웃을 헐뜯으면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헐뜯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성공을 도모하지 않는 것이다. 크고 작은 여러 선택의 상황에서 본마음 즉 도심을 지키는, 자부심 있는 삶을 살자고 맹자는 권한다.
인류가 멸종되지 않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마음’을 놓고 고민하고, 공부할 것이다. 《조선이 사랑한 문장》도 그 마음공부 대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