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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의 신화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베티 프리단 저/정희진 해제/김현우 | 갈라파고스 | 2018년 7월 18일 한줄평 총점 0.0 (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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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파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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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페미니즘의 고전, 50주년 기념판
우리에게는 누군가의 꽃이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베티 프리단의 부고 기사에 “이 책은 1963년 현대 여성운동에 봉화를 올림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조직을 영구히 바꿔버렸다”고 썼다. 『여성성의 신화』는 사회가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여성들을 인간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만들고 억압하는지 밝혀낸다. 프리단은 여성의 역할을 가정 내에만 국한시키는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을 어머니나 주부 혹은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보는 남성 중심 사회의 시각을 규탄한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논픽션이자 앨빈 토플러가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책”이라고 평한 이 책은 미국에서만 3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직장에서의 성차별 폐지와 임신중절에 대한 권리,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운동 등을 펼친 2세대 페미니즘을 촉발시켰다.

『여성성의 신화』는 지구상 ‘모든’ 여성들이 교육, 법, 고용, 경제적 지위 등 공적 영역에서 평등을 획득하는 ‘그날’까지 유효하다. … 이 시대 여성들의 근본적 고민은 여전히 남성과의 불평등 때문이다. 단지 ‘선택’이 다양해졌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운다.
-정희진(『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목차

해제 : 베티 프리단,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다-정희진
10주년 기념판 서문 :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개정판 서문 : 두 세대 뒤의 변화한 풍경
들어가는 말
01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들
02 더없이 ‘행복한’ 주부의 등장
03 위기에 처한 여성들의 정체성
04 페미니스트들의 열정적인 여행
05 프로이트가 여성에게 끼친 영향
06 기능주의의 함정, 여성성 주장 그리고 마거릿 미드
07 여성성을 주입하다
08 잘못된 선택의 결과
09 여성을 노리는 상술
10 집안일은 왜 끝이 나지 않을까?
11 성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들
12 가정이라는 이름의 안락한 포로수용소
13 박탈당한 자아
14 여성들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기 위하여
나오는 말
애나 퀸들런의 후기
출간 50주년을 축하하며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3명)

저 : 베티 프리단 (Betty Friedan)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로 1921년에 태어나 스미스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심리학을 연구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리더스 다이제스트》, 《마드모아젤》 같은 여러 잡지에 글을 썼다. 1963년 『여성성의 신화』를 출간해 현대 여성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1966년 전미여성기구NOW 창설을 주도하고 1970년까지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것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두 번째 단계』, 『나이의 원천』 등의 저서를 썼으며, 2006년 자신의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로 1921년에 태어나 스미스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심리학을 연구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리더스 다이제스트》, 《마드모아젤》 같은 여러 잡지에 글을 썼다. 1963년 『여성성의 신화』를 출간해 현대 여성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1966년 전미여성기구NOW 창설을 주도하고 1970년까지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것은 내 인생을 바꾸었다』, 『두 번째 단계』, 『나이의 원천』 등의 저서를 썼으며, 2006년 자신의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해제 : 정희진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서평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서평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역 : 김현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활동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간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에너지체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연구했으며, 에너지 전환, 도시 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썼다. 지금은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를 되찾자』 『GDP의 정치학』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공역) 등이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활동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간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에너지체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연구했으며, 에너지 전환, 도시 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썼다. 지금은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를 되찾자』 『GDP의 정치학』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지금 수백, 수천 명의 여성들이 그러는 것처럼, 1963년에 어느 여성이 이 책이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여성성의 신화』에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나는 이렇게 적어줬다.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이 길에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신의 전 생애를 변화시켰고, 분명 내 생애도 변화시켰다.
- 본문 중에서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그것은 코르셋이다.
우리에게는 누군가의 꽃이 아닐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한 여성은 자기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광고에서는 가냘픈 여성이 “하루를 살아도 아름다운 여성으로 살겠어요”라고 말한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낮고, 임신과 출산을 할 경우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겨우 겨우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소수의 여성에게 사람들은 집에서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는다. 아주 낯익은 이야기지만 이것은 지금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1963년에 출간된 『여성성의 신화』에 실린 사례들이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가정주부였던 베티 프리단은 교외의 크고 멋진 저택에서 네댓 명의 아이를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며, 세간의 인식대로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야 할 주부들이 왜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의문을 가졌다. 스미스대학 동창생들의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 기혼 여성들을 심도 깊게 인터뷰하고, 미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친 잡지와 광고, 심리학 저서들을 분석하면서 베티 프리단은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하고 있는지 밝혀냈다. 방대한 연구를 통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소비주의의 해악을 선구적으로 지적한 이 책은 ‘여성성’이라는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여성에게 부과되는지 이야기한다. 유능하고 고학력인 여성이라도 하이힐을 신은 재생산 기관으로만 간주하는 사회 때문에 여성들은 업무 능력과는 별개로 외모를 가꾸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으며, 다이어트 산업과 미용 산업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은 남성의 지위를 위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여자친구의 학업적 성공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낀 남자친구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 베티 프리단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워킹맘들은 자신이 일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죄책감을 느낀다. ‘여성다운 여성’을 사회가 아무리 찬양한다 하더라도, 여성들은 그 ‘여성다움’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은 1978년 한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 『여성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널리 알려졌으나 이 제목이 ‘여성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덧씌워진 역할과 이미지’라는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여성성의 신화’로 수정하였으며, 일부 누락되었던 본문을 되살리고 오역을 바로잡기 위해 재번역하였다. 또한 여성학자 정희진의 해제와 새로운 후기들이 추가되었다.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페미니즘의 고전
베티 프리단이 이루어낸 결과들

베티 프리단은 미국의 많은 여성들이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그 문제는 당시 미국에 만연해 있던 허구의 이미지, 여성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만족을 느낀다는 통념과 여성의 실제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성 중심적인 학계와 매스미디어가 주입한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인생 여정 외의 다른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고,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을 가지는 일 없이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가정주부로 살았다.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배운 여성들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고 자식과 남편을 뒷받침하는 삶을 살면서 괴로워했다. 이에 대해 베티 프리단은 사회가 여성을 누군가의 성적 대상물이자 인구 재생산 도구로만 여겨지도록, 인간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살게 교육시켰다고 말한다. 대부분 남자로 이루어진 여성 잡지 편집자들은 이상적인 ‘여성상’으로서 행복한 가정주부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전파했으며, 기업들은 여성들이 집안일에 더 힘써서 가전제품을 더 많이 사도록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조작했다. 프로이트의 여성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마거릿 미드의 기능주의적 관점을 잘못 받아들인 결과 여성의 이미지는 협소해지고 말았다. 교육자들은 이러한 이미지가 ‘정상적인 여성상’이라고 말하며 여학생들이 천체를 관찰하거나 새로운 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되도록 교육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고 다양한 삶의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리단은 여성의 역할을 가정 내에만 국한시키는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은 누군가의 성적 대상물이자 어머니로서만 존재할 수 없으며, 남편이나 아들을 통해 삶의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여성의 자화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논픽션이자 앨빈 토플러가 “역사의 방아쇠를 당긴 책”이라고 평한 이 책은 여성 참정권 운동 이후 잠들어 있던 페미니즘을 부활시킨 책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만 3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직장에서의 성차별 폐지와 임신중단권 운동,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운동, 여성의 권리 향상 운동 등을 펼친 2세대 페미니즘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프리단은 미국 최대 여성단체인 전미여성기구 NOW를 조직하여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었다.

여성성의 신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었고 이제 성차별은 예전만큼 심하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한국의 여성 교육 수준은 세계 1위인 반면, 노동시장 진출의 질은 104위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8~42퍼센트 정도 적다. 교육 수준과 취업의 괴리는 고학력 여성을 결혼 시장으로 내몰고, 여성들을 자녀 교육에 올인하게 한다. 고학력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에서 자아를 실현하려 한다면, 한편에서는 비혼을 선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자기 계발과 스펙 쌓기에 지친 여성들은 ‘고양이, 알바, 여행’으로 상징되는 ‘소박한 삶’을 원하고 SNS를 통해 자아를 구성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여성들에게 선택지가 다양해졌을 뿐, 이 시대 여성들의 근본적인 고민은 여전히 남성과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정희진의 말처럼, ‘여성성’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탐구한 『여성성의 신화』는 출간 이후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 여성은 언제나 성 역할과 시민권 사이에서 갈등했고, 이 책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은 우리의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고 정희진은 말한다. 페미니즘의 교과서와 같은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쟁점들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성평등을 향한 돌아갈 수 없는 길에 섰다. 여성이 알 수 없는 문제로 괴로워할 때 그 문제에 이름을 붙이고 여권을 위해 싸워온 프리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용기를 준다. 지금 새로운 길 위에 선 우리는 앞서 나갔던 선구자의 저서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는 게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건)

그 함정의 열쇠는 물론 교육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다*방 | 2021.12.15

1921년에 태어난 '베티 프리단'은 이 책을 1963년에 출간했다. 세상은 여자들에게 집에 있으면서 청소와 요리를 하고 남편과 아이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여자의 역할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대중매체에서도 그랬다. 여자들은 대학을 가지 않거나 대학에 다니다가도 중퇴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는 것이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다. 그렇게 결혼을 해 집안일을 하고 남편 뒷바라지에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분명 이것이 여성이 해야할 일이며 이것이 여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라고 하는데도 어딘가 공허했다. 분명 누가 봐도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데, 하라는대로 하고 있는데, 살라는대로 살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공허할까. 왜 이렇게 다 아플까.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병원에서는 왜 진단내릴 수 없어하는걸까. 그리고 왜 그렇게 아픈 가정주부가 나 뿐만이 아닌건가. 

 

베티 프리단이 대단한 건 이런 시기를 살면서 '나도 아프다'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게 왜그럴까' 그리고 이걸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깊이 생각했다는 거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현상에 대해 이상하다는 의문을 갖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고 또 문제해결방법까지 제시한 게 베티 프리단이 이 책으로 한 일이다. 누구보다 앞서 나아갔고 누구보다 생각이 깊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부인할 수가 없다. 모두가 살라는대로 살면서 지치고 공허해할 때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다니, 그 하나 만으로도 베티 프리단의 업적은 기릴만하다.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써낸 베티 프리단의 이 책은 그래서 매우 '세다'. 만약 페미니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관심도 없던 '기혼 유자녀 고학력자 전업주부 여성'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도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후려쳐지는 걸 활자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뭔가 비어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짚어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베티 프리단은 가사 노동 자체는 그렇게 머리써서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거, 누구든 시켜도 할 수 있어, 남자들도 잘 할 수 있지. 그런데 머리 좋고 지적인 여자들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아무 발전 없는 일을 쳇바퀴 돌리듯 하고 있으니 안아프고 베기겠니? 오늘 하는 일 내일 또 하고, 그러면서 하루를 보내고 일년을 보내야 하니 새로운 청소도구를 쓰고 새로운 청소방법을 써보고..그런다고 그 일이 해결되니? 그렇다면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아이를 낳아 육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가겠지. 그런데, 아이는 언제까지 낳을 수 있나. 그것 역시 언젠가는 그만 낳아야 해. 매해 아이를 낳을 수도 없잖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다 자라면, 스무살전후로 결혼한 여성들이 30,40대가 되었을 때, 그 때 그 시간은 어떻게 보낼 것이야?

 

베티 프리단은 지적인 성인 여성들을 이렇게 집에 가둬두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지만, 그들의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아이들에게만 온 열과 성의를 다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어하고 아이들에게 역할 대행을 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고 각종 질환들을 끌어안게 된다고. 그러면서 동성애 까지도 이런 식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다. 이게 단순히 여성들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라는 의도로 강하게 말하려고 했던 까닭이겠지만, 이런 주장들은 반발을 살 위험이 너무 높아 보인다. 어떤 의도로 쓴 글인지 알겠지만, 그렇다해도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다 엄마 탓이라니까!' 라고 읽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 잘못되는 건 다 엄마탓이야, 그건 그런데 엄마를 그렇게 만든 세상탓이지. 이렇게 주장하려는 바이긴 하지만, 그래도 왜그렇게 죄다 엄마탓을 하는거지? 라고, 어떤 의도인줄 알면서도 거부반응이 들었다. 물론 알고있다. 조곤조곤 살살 말했다면 아마 귀기울여 듣는 사람도 현저히 적었을 것일 뿐더러, 들었어도 새기질 않았겠지. 거칠게, 세게 말해야만 들어주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나 세게 얘기한 것일테다.

 

결론은 놀랍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교육'이었다. 여성들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문제들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음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교육이 답이라고 말하는 베티 프리단의 주장을 읽노라니 너무 짜릿했다.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았다. 베티 프리단은 여성 자신을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혼한다고 교육을 멈추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교육은 어떻게든 답이 된다고. 배우기를 멈추지 말라는거다. 그건 동네에서 문화센터에 가 교양을 쌓는 그런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남자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바로 그 교육, 똑같은 교육이었다. 언어, 화학, 수학, 물리 등에 대한 교육들. 그런 교육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마치라고 한다. 어떻게든 마치라고. 그러면 설사 결혼하고 일에서 멀어졌어도, 나중에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도 세상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할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자, 어디가서 무얼 해볼까,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하는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녀가 인터뷰한 전업주부들 중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병'으로부터 스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림 그리기를 배운다던가 학교를 다시 다닌다던가. 뭔가를 배웠던 사람들은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교육 자체로부터 멀어졌던 사람들은 아이들이 자라고 이제 자신에게 쏟을 시간이 왔을 때 조차, 어디에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거다. 

 

또한, 교육을 받고 거기에 머리를 쓰고 그걸 이용해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 이 모든 것이 여성 개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그 여성이 속한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법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 높은 여성이 아내인 것이 또 엄마인 것이 더 낫다는 것. 그 가족들은 가족 내에서 더 잘 지낼 수 있었고 가사 노동에 들어가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게다가 아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인데, 이렇게 자기 만족이 높은 여성이 섹스에서도 더 즐길 수 있었다.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섹스로 즐거움을 찾으려 하거나 아이에 몰두하거나 하게 되는데, 내가 일을 하고 나의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사람들에게는 섹스가 부수적인 것이 되고, 하면 즐겁게 하지만 굳이 안한다고 스스로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뭐, 너무 당연한 말이다.

 

미국의 전업주부 여성들이 모두들 아프다고 할 때 그 현상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베티 프리단은, 이 책이 날개 돋힌 듯 팔린 이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단체를 조직하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거다. 그러나, 아, 베티 프리단은, 래디컬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남성을 끌어안지 않으려는 래디컬들을 향해 비난한다. 베티 프리단은 반드시 남성과 함께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베티 프리단, 남자 디게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이 책은 지금 읽기에는, 그리고 지금의 젊은 페미니스트나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읽기에는 그렇게 획기적은 책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 이 책이 얼마나 놀라웠을지는, 이 책 속에 숱한 인터뷰이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베티 프리단이 말하는 여성의 교육, 그리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있어서는 나 역시 마음 깊이 동의하는 바다. 전업주부로 살며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여자가 어떤 식의 삶의 형태를 선택하든, 단단하게 설 수 있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하는 거다. 내가 결혼해 남편과 함께 살더라도, 그리고 그 남편이 운좋게 돈을 마구 벌어온다고 해도(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 속 그레이처럼), 거기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교육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그 축이 무너졌을 때 나 역시 쏟아져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기대야 하는 게 나 자신이라면, 내 축을 내가 잘 세우는 한 내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부분이 너무 짜릿했다. 여성들이 더 많이, 더 열심히 배움에 몰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베티 프리단의 주장은 그런 지점에서 여전히 유의미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시나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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