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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김규림 | 위고 | 2019년 8월 15일 한줄평 총점 8.6 (5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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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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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상 위 이상하게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아무튼, 문구』

『뉴욕규림일기』에서 슥슥 쓰고 그린 귀여운 손글씨와 그림으로 여행의 매력을 기록했던 김규림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소문난 문구 덕후이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돌 대신 문방구를 덕질했던 ‘뼛속 깊이 문구인’인 김규림은 자신의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모두 문구와 얽혀 있으며 그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방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검정 플러스펜 하나로 족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세계, 문구. 평생을 문방구와 함께하고 싶은 문구인 김규림이 이 이상하고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세계를 함께 탐험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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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문구인 여러분!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는 일
일요일 저녁엔 문구점에 가요
이상하게 좋은 것들
가성비를 따집니다
나는 꾸준히 쓰고 있다
검정 마블 패턴만 봐도 아직까지 두근두근한 마음을 보면
만년필에는 ‘굳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죠
“스티커 많이 주세요”
종이, 이 친구의 매력은 상당했다
형광펜 공개수배
오늘은 또 어떤 문구점에 가볼까나?
꼭 필요해야만 사나요?
행동하는 문방구
역시 좋은 이름이다
이것도 문구입니까?
#다꾸 #손글씨 릴레이
작은 문구들의 힘
조만간 사라질 것들에 대하여
취향입니다, 문방구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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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규림
문구인. 용돈의 8할을 문방구에서 탕진하는 어린이였는데 이제는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하는 어른이다. 작은 문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하나씩 써보거나 바라보는 것이 삶의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다. 문구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겸연쩍고, 그냥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우연히 한 문구 회사의 소개말에서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만난 후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했다. 카페와 서점만큼 많이 가는 곳이 문구점과 화방이고, 해외에 가서도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러 뭐라도 하나 사고 난 뒤에야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내내 옆구리에 일기를 끼고 다닌 결과물로 독립출판물 ... 문구인. 용돈의 8할을 문방구에서 탕진하는 어린이였는데 이제는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하는 어른이다. 작은 문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하나씩 써보거나 바라보는 것이 삶의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다. 문구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겸연쩍고, 그냥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우연히 한 문구 회사의 소개말에서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만난 후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했다. 카페와 서점만큼 많이 가는 곳이 문구점과 화방이고, 해외에 가서도 가장 먼저 문구점에 들러 뭐라도 하나 사고 난 뒤에야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 내내 옆구리에 일기를 끼고 다닌 결과물로 독립출판물 『도쿄규림일기』를 냈고, 1년 후에는 뉴욕을 여행하면서 ‘뭘 이런 걸 다’ 사사건건 기록한 『뉴욕규림일기』를 펴냈다.
문구점 주인이라는 장래희망이 있으나, 세상의 다른 재미있는 것들에 쉬이 유혹되는 탓에 계속?보류 중이다.?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를 상상하며 자주 흐뭇해한다.

출판사 리뷰

일요일 저녁엔 문구점에 가요

일요일 저녁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꼭 하는 의식 같은 것이 있으니, 바로 문구점에 가는 일이다. 일주일의 끝을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데 문구점 방문만큼 좋은 것은 없다. 특별히 살 것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슬렁거리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문구점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공기, 가지런히 놓인 여러 색깔의 펜, 각 잡힌 지류들을 보면 어딘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심지어 집보다 더 편안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자전거 바구니에 문구들을 한껏 사 담아 돌아오면서 ‘다음 한 주도 잘 살아보자!’ 하는 두둑한 마음까지 함께 안고 돌아온다.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문구 소비에는 언제나 좋은 기운과 아이디어가 함께 따라온다고 믿는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문구를 사서 써봄으로써 돌파구 혹은 해결책을 얻은 적이 많다. 좋은 아이템이 장착되면 잘 싸우는 게임 캐릭터처럼 새 문구를 살 때마다 일주일치 에너지가 솟아나기도 하고, 열정이 끓어올라 새 취미를 만들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사인펜을 발견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쁜 노트를 매일 가지고 다니려고 일기를 써왔다. 그러니까 문방구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불씨가 되기도 하고, 작업의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취향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학창 시절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쓰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또래 친구들보다 많았던 것도, 숨 막히는 학창 시절에 조금은 숨 돌리며 취미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문구 덕분이다. 나는 생각보다 작은 문구들에게 훨씬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문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쓰거나 만드는 건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만큼 나의 감정과 생각에도 곁을 내주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우선은 책상에 앉게 된다. 머릿속의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내가 느끼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스친 아이디어를 놓칠세라, 혹은 새로 산 펜을 어서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쓰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마음이 해소되고 위로를 얻는다. 때로는 지나간 기록 속에 담긴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위로를 해오기도 한다. 문구를 사용하면서 생겨나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참 좋다.


문구인 여러분,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문구를 사면서 실용성을 잣대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굳이 실용적인 핑계를 찾아 소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구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예뻐서, 귀여워서, 써보고 싶어서, 그냥 사고 싶어서, 저걸 사면 오늘 하루가 더 나아질 것 같아서. 문구를 사고 싶은 이유는 실용적이라는 이유 말고도 너무나 많으니, 문구인 여러분,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책 회원 리뷰 (27건)

포토리뷰 아무튼 문구, 그대에겐 기쁨을 주는 그 무엇이 있는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프**나 | 2022.09.03



 

 

아무튼 시리즈는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이다.

 

아무튼 시리즈의 하나인 아무튼 문구를 집어든 건 평소 문구를 좋아해서였다. 문구를 사랑하는 저자답게 문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라는 책도 펴낸 바 있다. 저자의 문구 사랑의 모든 것이 아무튼 문구에 집약돼 있다.

 

문구를 사랑하는 문구인이라면, 책을 넘기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정말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문구 덕후라고 자부하며 살아왔지만 저자의 문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종이와 커버까지 직접 골라서 자신이 쓸 노트를 천 권이나 제작했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문구점을 구경하는 게 가장 큰 낙이고, 문구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문구류를 하나하나 모아가면서 희열을 느끼는 문구인의 삶. 아마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구인의 삶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괜찮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문구 수집은 아무리 오래 지속한다고 해도 건강을 해칠 염려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 취미인가.(다만 고급 필기구에 빠져들 경우 가산 탕진의 위험은 있다.) 저자가 책에서 스스로를 칭한 문구인이라는 호칭이 맘에 들어서 앞으로 나도 스스로를 감히 문구인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문구를 사용하면서 생겨나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참 좋다.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마음이 해소되고 위로를 얻었던 기록의 순간들.”(21)

 

나는 쓸데없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상상해보라. 책상 위에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만 덜렁 놓여 있다면 참으로 팍팍할 것이다.”(95)

 

쓸모만을 추구하는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삶의 모든 것에 쓸모의 잣대만을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는 얼마간의 불필요함낭만은 꼭 필요한 법이니까. 문구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왕에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책 한 권은 거뜬히 쓸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이 있다면 좋겠다. 다른 아무튼 시리즈들도 역시 기대된다.

 

 

 

 

#아무튼문구 #김규림 #문구덕후 #문구인 #위고 #아무튼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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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아무튼, 문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e | 2022.08.09


 

여행지에서 들른 서점에서 구입한 책. '새로운 서점에 왔으면 뭐라도 한 권은 사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둘러보다가 제목에 이끌려 집었는데 만족할만한 내용이었다.

 

사실 내용에 특별한 것은 없다. 문구가 취향인, '문구인' 저자가 문구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글이다. 하지만 나도 나름 예전부터 문구를 좋아했던 사람이고(저자의 문구 사랑을 보고 있자니 나는 '문구인'의 칭호까진 획득하지 못할 것 같다) 책도 가볍고 얇아서 푹 빠져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

 

정말 공감했던 부분. 나와 작가만 이런건가? -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의 취미는 책상 위 오브제 관망하기다. (중략) 이 친구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만지작거리다 보면 금세 두세 시간이 지나버린다. 책상 위 물건들 중에서도 유난히, 이상하게 더 좋은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솟아서 특별히 더 잘 보이는 자리에 배치한다. (p.38)

 

'굳이' 불편한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

생각해보니 나는 굳이 수고를 들이는 일을 좋아한다. 칼로 연필을 깎고, 매일 시계의 태엽을 감고, (중략). 이런 비효율성을 감내하는 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 속에 항상 쓸데없는 일들이 조금씩 자리하고 있기를 바란다.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 속에 수고로운 것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p.67)

 

인정합니다. - 
물건을 사기 전에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어차피 살 거 당당하게 사면 되지 않나. 그래서 이제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중략) 더구나 세상에 진짜로 필요한 물건들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게 지루해진다.  (p.93)

 

저자가 알려주는, 문구인이 말하는 서울의 3대 문방구 - 

홍대의 호미화방, 고속터미널의 한가람문구, 남대문의 알파문구 본점

 

/

 

책을 읽은 후 오랜만에 내 문구들을 꺼내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썩 재미있었는데, 아래 몇 장의 사진과 설명을 덧붙여본다.

 

 

후쿠오카에서 비에 도망치듯 들어간 상점에서 구입했던 uni 사의 목재 볼펜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고 지나가듯 말한 것을 기억하고 몇달 후 베프가 선물해줬던 플래티넘 사의 만년필

 


 

부모님이 동유럽 여행을 갔다가 펜을 좋아하지 않냐며 사다주신 스와로브스키 사의 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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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힘을) 믿는 (문구)인간에 대하여 - [아무튼, 문구]를 읽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흙******에 | 2021.12.14

(문구의 힘을) 믿는 (문구)인간에 대하여

<아무튼, 문구>를 읽고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할 듯하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쉬는 시간(가끔은 수업 시간)마다 친구들과 지우개 따먹기에 열중했고,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교과서와 문제집에 중요한 (대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다가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댔고, 직장생활자가 되고부터는 크고 작은 포스트잇을 전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70억 지구인 속에서 문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기록한 <아무튼, 문구>의 저자는 같은 질문에 '미도리 노트'를 으뜸으로 꼽는데, 그 이유가 제법 구체적이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잉크가 번지지 않는 종이 재질과 낱장을 넘길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가죽 커버까지 씌울 수 있어서 지금까지 스무 권 가량의 일기장으로 써오고 있으며, 심지어 지금 다니는 회사 면접에서 합격하는 데 부적과도 같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기만의 책상에서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어 글을 써내려가거나 혹은 그림을 그리면서 생기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을 즐긴다고 한다. 머릿속을 채운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을 밖으로 꺼내 보내는 일은 문구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시간들 속으로 스며드는 것과 같으리라. 이처럼 노트 하나에 대한 진심만 봐도 다른 문구들을 어떠한 마음과 철학을 갖고 대하는지 쉬이 짐작이 되어 눈길을 거두려는 찰나, 신나게 어딘가로 가는 문구인의 모습이 보여 함께 따라가본다.

 

지치고 힘든 어떤 날 예전에 쓴 일기들을 읽으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위로를 해온다. 나름대로의 걱정과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던 그때의 내가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다 지나갈 걸라고, 결국엔 다 가벼워질 것들이라고.(21쪽)

 

  문구인답게 문구세권(문구+역세권)에 사는 저자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집에서 10분 거리에 문구점들을 탐방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 오래된 문구점에서부터 대형 문구점까지 문구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저마다의 특색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형마트와 골목시장의 관계처럼 대형 문구점에 비해 물건 가짓수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네 문방구에 대한 걱정에 공감이 갔다.

  또한 문구인으로서 언젠가 자신만의 문구점을 여는 게 꿈이라는 저자가 학창시절 부모님이 문방구 사장님인 친구가 가장 부러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초등학생이던 내게도 부모님이 문구점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서 새로운 완구류가 나올 때면 최신 정보를 입수해 학교가 파하자마자 달려가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졸랐던 기억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이밖에도 동묘, 서점, 공구상, 옷가게 등 문구점 아닌 문구점 소개를 통해 문구가 문구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과 (문구)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한 외국 문구점의 특징과 차이점도 퍽 흥미로웠다.

 

 

책상 위에 부지런히 사물들을 들여놓고 사용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결국 나의 삶을 가꾸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살뜰히 가꿔야겠다. 책상도, 나의 삶도.(38쪽)

 

  한 때 인스타그램에서 '왓츠온마이데스크(#whatsonmydesk) 릴레이'가 유행했던 것에 착안하여 저자는 '왓츠인마이백(#whatsinmybag) 릴레이'를 제안한다. 작업실이나 서재의 책상 위 소품(문구)들을 공개하는 일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소지품을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전해주지 않을까 싶다. 솔선수범의 자세로 저자부터 문구인의 보금자리이자 안식처인 책상을 공개한다.

  먼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상 위 문구는 도쿄의 한 편집숍에서 데려온 '황동 캘린더'와 방콕의 한 마켓에서 산 '태엽 시계'이다. 매일 일자와 요일을 한 칸씩 돌려서 쓰는 만년 캘린더와 매일 태엽을 감으면 우렁찬 초침소리를 들려주는 시계를 최애하는 까닭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성은 물론, 자동화되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매일 수고롭지만 작은 성실을 요하는 매력이라고 덧붙인다.

  다음으로 문구계의 바늘과 실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필기구와 종이를 들 수 있다. 오랜 기간 그야말로 바늘에 실 가듯이 만년필을 사용해온 그는 일방적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맞춰나가는 상대로서 만년필을 대한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처럼 그가 도구를 길들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가 도구에 길들여지며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글씨를 쓰거나 내용을 받아적는 필기(筆記)에 관한 새로운 시선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펜이나 연필 등 '무엇으로' 쓸까에만 초점을 맞추며 정작 노트나 종이 같이 '어디에' 쓸까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필기라는 행위가 이뤄질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깨닫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볼펜, 사인펜, 만년필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본 것처럼 여러 종류의 종이에다가 번짐, 필기감, 색깔 구현, 비침 등을 테스트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가지 종이를 사서 그려보고 써보고 인쇄해보며 자기와 궁합이 맞는 종이를 찾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이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다니, 좀 멋진 일 아닌가. "저는 백색보다 미색 용지, 도공지보단 비도공지, 중량은 100그램 이상의 두터운 용지를 선호합니다"라고 괜히 있어 보이는 말도 해볼 수 있고 말이다. 아는 것이 늘어갈수록 일상은 한층 더 풍성해진다. 매일 이렇게 무언가를 새로 알아갈 수 있어서 즐겁다.(78쪽)

 

  누군가는 문구인에게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라는 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자기를 만들고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문구를 소비하고 있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흔히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와 펜,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나 칼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문구점에서 각양각색으로 진열된 문구류만 놓고봐도 문구 소비에는 '실용성'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필품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만 달랑 놓여 있는 팍팍한 느낌의 책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쓸데없는 것의 힘을 믿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그 어려운 것을 일력이 해내게 한다는 점에 참으로 대단한 문구다(라고 쓰고 올려다보니 나의 일력이 일주일 전에 멈춰 있다. 어서 뜯어야겠다).(104쪽)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는 그 어떠한 책에도 밑줄을 긋지 않는 내가 감히 그럴 수만 있다면) 형광편과 빨간펜으로 밑줄을 몇 번씩이나 긋고 싶을 만큼, 문구인과의 만남에서 가장 놀라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조금 더 행동력이 필요할 때 이른바 '행동하는 문구'들을 일상에 들인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365일 다이어리, 플래너나 스케줄러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침에 뜯을 때마다 차라락 하는 얇은 종이 재질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일력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 마음에 드는 사인펜을 발견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쁜 노트를 매일 가지고 다니려고 일기를 써왔다는 이야기에서도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지금껏 필요로 구매했던 (피동적인) 문구가 오히려 (능동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문구 소비에는 언제나 좋은 기운과 아이디어가 함께 따라온다고 믿느다. 문구의 가치는 자주 저평가되곤 하지만 사소하고 작은 문방구일지라도 그것이 가져다줄지 모를 효과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문구를 사서 써봄으로써 돌파구 혹은 해결책을 얻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132~133쪽)

 

  문구인과 함께 문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동안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문구의 세계를 조금씩 알면 알수록 '디지털 기기인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어떤 면에서는 문구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저자 역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도 문구인지에 대해 '인간의 기록을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문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데, 궁금한 독자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듯하다.

  문구의 세계에서 돌아오니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무실 책상 위와 아이의 책상 위(보다는 아래에 더 널브러져 있는) 문구들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작은 문구에게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색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이 아이의 색감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포스트잇 한 장과 계산기 한 대가 업무와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 소소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훗날 아이와 내가 오늘보다 더 풍요롭고 단단한 내일을 맞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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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문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키* | 2022.06.05

김규림 작가님의 아무튼, 문구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평소 문구에 관심이 많아 큰 기대 없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고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관심 분야가 같으니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아 더욱 흥미롭게 읽은 것 같아요. 중간 중간 삽입된 작가님 일러스트도 너무 귀엽고요. 읽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작가님 다른 책들도 이북 발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전부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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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eBook] 아무튼, 문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0****6 | 2020.09.15

문구 덕후가 쓴 책은 재미있다. 왜냐면 나도 문구 덕후이기 때문에.

문구 덕후들의 책이 유달리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같은 문구 덕질을 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이런 문장이 그렇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

맞는 말이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문구를 사면서 실용성을 잣대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 굳이 실용적인 핑계를 찾아 소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구 덕후들이 같은 감수성을 나눌 수 있는 책. 아무튼,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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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무튼, 문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A***a | 2020.04.26
문구에 빠져서 너무 돈을 막 쓰는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비슷한 취미를 가진 분이 쓴 책인 아무튼, 문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문구 소비에는 ‘실용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사실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정말 딱 그 정도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용성만을 가지고 논하기에는 수많은 문구점들에 꽉꽉 들어찬 수천 종류가 넘는 검정 볼펜들의 존재 이유를 좀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펜뿐만 아니라 다른 문구들도 그렇다. 자르기 위해서라면 가위 하나, 칼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내 책상과 서랍에는 재질과 컬러가 다른 수십 개의 칼과 가위가 있고, 언제 쓰일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엽서들과 새 노트들이 있다. 그렇다.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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