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고전을 읽을때마다 깨닫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각한 모순이다. 읽지도 않았으면서..귀동냥으로 들어온 것으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정글소년 모글리의 모험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굳이 찾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다... 연이어 읽게 된 책에서 키플링을 만났다. 보르헤스 선생은 아동문학을 썼다는 이유로 키플링이 평가절하된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그가 엄선한 단편들을 읽으면서 반성했다. 그리고 <내일의 가능성>에서 만난 '정글 '북'은 이제는 읽어야 할 때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원작의 제목은 모르겠지만, '모글리의 형제들' '카의 사냥' '호렁이다! 호랑이!' 이렇게 세 편,즉 모글리의 이야기가 '정글 북' 으로 불리워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서,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읽혀질 정글 북..은 어떤 시선일지도 궁금했다. 어린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된 탓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 너무 많아 놀라웠고,당혹스러웠다..'정글 북'이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무거운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능력에 우선 감탄했다. 늑대들에게서 자라난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 남기 위한 모험담이란 생각은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금 격하게 몰입하며 읽게 된 이유는 물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준 영향 탓도 있을 것 같다. 전쟁과 정치권의 이권 다툼이 보이는 지점들, 허수아비같은 제왕 옆에서 책사(?)노릇하는 인물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라니..."타바키가 그러라고 했겠지.시어 칸 혼자서는 절대 그런 생각을 못 할 걸"/98쪽 그런데 역자 해설을 읽으면서 오버의 시선만은 아니였음을 알았다."키플링은 화가인 에드워드 번 존스,에드워드 포인터,보수당 정치가 앨프리트 볼드윈을 이모부로 두게 되었다. 흣날 영국 총리가 된 스탠리 볼드윈과는 사촌 지간이다"/245'역자 해설 중' 모글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정글의 법칙은 냉혹함이 아니었다. 요즘말로 우리가 세상은 정글이라고 하는데..그건 정글의 법칙을 지키지 않는 인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라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며 살아간다면, 세상이 정글이라 해도 결코 가혹하지 만은 않을 거란 생각...."정글은 모두 네 거야.그리고 넌 충분히 강하니까 모든 걸 죽여도 되지만 네 목숨을 구해 준 황소를 생각해서 절대 소를 죽이거나 먹어선 안 돼.크든 작든 어떤 소도 말이야.그게 정글의 법칙이야"/22쪽 정글의 법칙은 냉험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법칙을 만들어 살아가는 인간들의 세상이 어지러움 그 자체였다. 자신들과 다름에도 기꺼이 생명을 받아들였던 늑대들과 달리, 인간들은 다름에 대해 의심하고,배척하고, 가르치려 들려고만 했다..그 끝에는 결국 그를 마법이나 부리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쫓아내기까지....정글의 세상에서도 규칙을 흔들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허수아비제왕과 간신같은 책사정치인들이 오버랩되는 바람에 힘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소문을 퍼트리는 모습을 보면서..오늘날의 여론몰이 같은 모습이 보여 쓸쓸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는 모습을 광기로 표현한 건 탁월했다는 생각을 했다. 달콤한 유혹의 말일수록 함정이란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광기에 미친 이들의 휩쓸림에 대한 경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할테고... "다시 우리를 이끌어 주시오.아켈라여.다시 우리를 이끌어 주시오 인간의 아이여 이 무법의 상태는 이제 지긋지긋하오 우리는 다시 한번 자유의 부족이 되겠소./안 될 말이지,바기라가 그르렁 거렸다.그렇게는 안 될 거요.배가 부르면 다시 광기가 당신들을 덮칠 테니까(....)"/111쪽 내가 읽은 <정글 북>은 단순히 모글리의 정글 모험담이 아니었다. 정글에 사는 이들이 만든 정글규칙..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는 기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