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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가 단단 "849일간 고양이 29마리를 관찰하기까지"
2022년 08월 08일
숲노래 책읽기 2022.3.11.
읽었습니다 115
‘잃어버린 나’를 찾아간다는데 ‘피를 빨아먹거나 몸뚱이를 뜯어먹어’야 하고, 피를 빨면서 언제나 살섞기를 해야 하고, 죽이고 죽는 다툼판이 끊이지 않는 줄거리로 짠 《쇼리》를 읽다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 푸른별에서 무슨무슨 ‘주의’를 내세우는 무리가 벌이는 짓을 ‘뱀파이어’로 빗대어 그렸다고도 할 테고, 정작 사람들이 사람다움을 잃고 싸우는 바보짓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도 할 텐데, 오히려 이런 줄거리하고 얼거리는 우리 생각·눈길·마음을 ‘피빨기·살섞기·죽이기·뜯어먹기’에 가둔다고 느낍니다. 이 푸른별이 온통 피를 빨아먹는 노닥질판이라고 여기면서 쳇바퀴를 돌 수 있고, 이러한 글을 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이 푸른별에서 시늉질을 끝내고 사랑빛을 펴는 길을 생각하고 이러한 길을 글로 쓰려고 합니다. ‘sf’나 ‘연속극’이라는 이름으로 메스꺼운 이야기밖에 쓸 수 없다면, 이곳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서 꿈을 꾸지 못합니다.
《쇼리》(옥타비아 버틀러 글/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0.7.15.)
ㅅㄴㄹ
이 책은
안 보이는 구석 밑바닥에
처박아 놓으려고 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 기회에 옥타비아 버틀러 시리즈를 깨보기로 했다. 국내에 어떤 책들이 출간되었나 보았더니 깨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겨우 네 권이었다. 그 중 한 권을 읽었으니 세 권이 남은 셈이다. <블러드 차일드>는 단편 모음집인 것 같고, <와일드 시드>는 중장편이고 그나마 <쇼리>가 장편이자 드라큘라와 관련된 소설이라는 말에 잽싸게 구입했다. 이번에는 어떤 SF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주인공은 겉으로는 소녀처럼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53세이다. 극심한 고통에서 눈을 떠보니 자신이 있어야 할 침대가 아닌 외딴 숲에 나체로 누워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허기를 느끼며 사냥을 하는 주인공은 언뜻 짐승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빛이 보이자 화상을 입은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면 이미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가 된 듯 하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은 초반부터 전혀 지루함이 없이 흥미진진하다.
(읽은 지 좀 된 소설 리뷰는.. 정말 너무 힘들다 ㅋㅋㅋ 게다가 하이라이트 표시도 하나도 없다니.)
무슨 정신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예스북클럽 일자가 다 되어 가면서 편하게 읽을만한 소설을 찾다가 골랐던 것 같다. 아마 순위권에 있었던 책이어서 읽었던 것 같다. 크레마로 다운 받아서 읽었더니 (다 읽고 나서 표지 사진 찍을 때만 아이패드로 다운 받아서 찍는다.) 표지가 정확히 어떤 사진인지 몰랐다. 아주 짧은 머리를 가진 흑인 소녀였다니. 스스로도 놀라운 것이, 당연히 어리고 연약해보이는 백인 소녀를 상상하면서 책을 읽다가 책 뒤로 넘어가면서 묘사되는 주인공을 보며 아, 흑인이구나 했다. 그리고 표지를 보니, 아 역시 그렇구나 하는 이상한 생각. 어쨌든 표지가 몹시 강렬하다. 기울어져 벽에 머리를 대고 있고, 그림자는 꼿꼿이 서 있는 것 같고. 어쨌든... 인상적이다.
다 읽고 (충격에 헤매이며) 찾아보니 저자가 정말 유명한 사람이었다. 크레마로 읽으면 표지를 잘 안 보게 되는데 (저만 그런가요.. 어두컴컴해서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데..) SF계의 거장이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to be continued)
이런 장르는 보통 여러 권으로 이어지는 거라, 시작하기 겁나서 꺼렸는데, 잠깐 찾아봤을 때, 이 책은 단 권이라서 좋았다. 기분전환 삼아 한 권 읽고 덮으면 좋겠다 했는데... 아... 정말 작가님 이런 탄탄한 세계관을 만들어 놓으시고 돌아가시다니요 ㅠㅠ 이건 결코 단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말 내가 이래서 여러권 연결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스토리 세팅이 너무 탄탄해서 뒤 이야기가 너무 너무 궁금하다. 아오.. 뒤에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그들이 잘 정착할지, 남자 공생인들끼리 잘 지낼지, 다른 문제들은 생기지 않을지. 쇼리가 어떻게 성장할지 말이다. 너무 아쉽다.
솔직히 앞부분은 좀 지루하게 펼쳐진다. 여러 권으로 연작되는 책들의 첫권이 그렇듯, 이 책도 새로운 세계관에 대해서 많은 걸 설명해야 하기에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보인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과 함께 그녀의 세상에 대해서 알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쇼리 책이다.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로 보이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뱀파이어인 주인공이다. 실제 나이는 50대이지만, 뱀파이어 (책에서는 이나라고 한다) 세계에서는 어린 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나와 전혀 다른 쇼리는, 그들의 부모가 인위로 만들어낸 인물. 덕분에 그들 사이에서 이물질처럼 여겨지고, 공격 받는다. 그로 인해 모든 걸 잃게 된 쇼리가 그녀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나들은 냄새에 민감한데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자꾸 킁킁 거리게 된다. ㅋㅋㅋㅋ 이나, 공생인, 재판(회의였던가?) 등.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 여자 아이라는 점. 그들의 사회에서도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그리고 있는 걸 보니... 저자가 좀 더 그려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저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다른 리뷰들을 읽어 보면서 전작들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잘 드러냈다고 한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이미 읽게 된 거 뒷 편들도 너무 궁금한데, 아쉽다.
역시 이런 장르는 함부러 시작하는 게 아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