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의 기획, 10여 년의 비행, 48억km의 여행, 명왕성 탐사를 향한 인류의 첫 번째 미션 뉴호라이즌스 호를 탄생시킨 결정적 순간들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가 2015년 여름 지구로 보낸 명왕성 사진은 7개 대륙 전 신문 첫 페이지를 장식하며 우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인류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탐사를 마쳤다.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플라이바이(근접비행) 이후 며칠 만에 명왕성은 구글 사이트 로고부터 수많은 웹툰, 티셔츠, 원피스, 냉장고 자석, 주문제작 장신구, 봉제완구 등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플라이바이 당일 명왕성을 보기 위해 나사 웹사이트에 접속한 이들의 수만 20억을 넘어섰다. 진보한 기술과 장비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여준 명왕성 탐험은 그야말로 우리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되었다.사실 그전까지 명왕성은 너무 멀리 있는 탓에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던 작은 행성이었다. 그런 행성을 스타의 반열에 올린 것은 명왕성의 매력과 존재에 호기심을 품고 그에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한 2500명 과학자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었다. 이렇듯 이 책은 명왕성 플라이바이라는 과학적 사건뿐 아니라 이런 과학적 사명의 배후에 있던 수많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이뤄낸 과학적 진보와 우주과학의 흥미진진한 면모를 무척이나 자세히 다루는 동시에 우주과학과 행성 탐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선다. 저자가 어쩌면 위성을 만드는 것보다 심오한 미션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NASA 내외부와 정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정치적인 싸움과 권력다툼을 이겨내고 마침내 우주선을 하늘로 띄워 올리기까지의 우여곡절 속에서 탄생한 역사 드라마가 명왕성으로 향한 여정 위에 장대하게 펼쳐진다.정치적 압박과 정적의 방해, 명왕성 행성 퇴출 논란 등수많은 외압에도 기필코 명왕성 프로젝트를 구해내기까지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 탐사를 완수함으로써 수많은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서 새로 발견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실들은 명왕성처럼 작은 행성도 큰 행성만큼이나 복잡할 수 있다는 것, 형성된 지 수십억 년 흐른 지금도 활발한 지질활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 등을 가르쳐주었다. 인류는 이제 처음부터 알려져 있던 아홉 개 행성을 모두 정찰하는, 50년에 걸친 긴 탐험을 끝냈다.이렇게 수많은 의의가 담겨 있는 명왕성 탐사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명왕성 탐사’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수십 년간 전투를 치뤘다. 우주선 제작에 착수할 자금 확보를 위해 탐사계획서를 작성했다가 실패한 것만 여섯 번이었다. 수많은 정치적 압박과 거대기업 등의 방해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도 수차례 이어졌다. 2006년, 천문학자들이 엉뚱한 논의 끝에 명왕성을 퇴출시키는 ‘행성에 대한 정의’를 내놓는 일도 벌어졌다. 천문학자의 표결에 참여한 인원보다 더 많은 수백 명의 행성학자들이 이 엉성한 정의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청원서에 서명했지만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이토록 명왕성의 중요성을 축소시키려는 수많은 외압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미심쩍은 눈초리 속에서도 그들은 태양계를 온전히 종단해 결국 명왕성에 도착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적 성취뿐 아니라 수많은 우여곡절 앞에서도 호기심과 추진력, 끈기, 희망을 잃지 않은 용기 있는 자들의 노력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이야기에는, 이 세상에는 꿈을 포기하기를 거부한 자들에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