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끝이예요. 이제 같이 이 문으로 나가요.
<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p.495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연애도 해본 사람이 하는걸까? 가만보면 연애에도 빈익빈 부익부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입맛대로 남자를 갈아치우는 취샤오샤오, 여러 남자가 목을 매는 판성메이, 약간 멍충멍충(?)해도 연애세포는 살아있는 추잉잉,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이 차가운데 매력남들이 죽고 못사는 앤디까지도 연애를 하는데 우리 관쥐얼은 짝사랑만 할 뿐 환락송 3편까지도 영 연애소식이 없었다.
관쥐얼을 제외한 모두가 사랑의 기쁨에 빠져 허우적댈 때에도, 이별의 아픔에 괴로워할 때에도 옆에서 그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역할만 했지 사랑의 주연이 된 적이 없던 그녀, 순둥이 관쥐얼이 드디어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도 굉장히 로맨틱하게 말이다! (드라마 <환락송>에서는 무려 "등륜"이 그녀의 남자친구로 등장했었다!) 새벽4시, 관쥐얼은 씨에빈의 손을 잡고 건물의 18층 테라스로 나간다. "여기가 끝이예요. 이제 같이 이 문으로 나가요."라는 씨에빈, 마치 관쥐얼에게 "당신의 솔로 생활은 여기가 끝이예요."라고 선포하는 듯 하다!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는 판성메이의 가족들을 보니 속이 상하고, 꽃길을 걷는 듯 보였던 앤디와 바오이판이 가시밭길을 걷는 걸 보니 또 마음이 아프다. 드라마속에서는 해피엔딩을 맞았던 추잉잉과 그녀의 남친 잉친이 환락송 4편에서는 재결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결말까지 딱 한권이 남은 시점, 환락송 22층 자매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환락송 아파트 22층에 사는 5명의 여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십대때의 분투하던 내가 생각난다.연애에 울고 웃었던 나, 회사에 막 입사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나, 그리고 상처를 받기도 상처를 주기도 하던 지난 시절의 나. 아마도 우리가 <환락송>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아무리 우리의 삶이 외롭고 힘들어도 그게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것,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곧 나올 것이고, 어두컴컴한 터널은 곧 끝이 온다는 자명하고도 단순한 인생을 <환락송>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환락송 #아나이 #박영란 #팩토리나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
환락송 22층에 살고 있는 다섯 여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며
삶과 인간상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돌아보게 만드는 로맨틱 현대물이다.
5권이 마지막 권이며, 3-권 출간 예정이라는 문구에
첫 1권을 읽으면서 뒷 이야기가 언제 나와, 결말까지 다 읽을까? 싶었는데..
3, 4권이 적당히 빠른 시기에 출간되었고,
술술 읽히는 전개에 후딱 읽을 수 있었다.
4권은 휘몰아치는 충격 전개라고 해야 하나...
예상했던 스토리와는 동떨어지는 일들이 펼쳐져, 좀 놀랐다.
앤디의 임신이야 암시된 바 있으나, 바오이판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바오이판의 부모 문제로 앤디와 바오이판은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된다.
한편 새로운 여친의 단점, 무리한 부분을 보며
잉잉의 소중함을 알게된 잉친과 잉잉은 재회하게 되고,
결국 약혼녀 측으로부터 몰매 폭력까지 당한
잉친과 추잉잉의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올 수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잉잉의 바람대로 잉친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좋아해야 하는건지...-_-;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 탓에 재밌게 느껴진다.
늘 남자들의 인기 속에서 살아왔고 남을 우습게 여기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랑 앞에 노력하는
취샤오샤오의 진심과 행동력은 배워야하지 않을까..
또 자오치핑에 대한 미련과 씨에빈에 대한 의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던 관쥐얼이 끝내 마음을 열고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판성메이 가족의 짜증날 정도의 행동은 4권을 읽으면서
가장 스트레스받던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ㅜㅜ
제발 마지막엔 판성메이 커플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4편에서는 환락송 친구들의 도움과 협력이 유독 빛을 발했다.
여전히 재밌고, 마지막 5편의 결말이 기대되는 4권이었다.
5권 얼릉 출간해주세요ㅜㅜ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판성메이와 관쥐얼, 추잉잉은 룸메이트이고 앤디와 취샤오샤오는 각각 다른 호실에 살고 있다. 가족환경, 학벌, 재력이 제각각인 인물들은 밖에서라면 접점이 없어 만나기 힘들었을 텐데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만났기 때문에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있으니 인연이라 할 만하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지 들여다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중국의 문화와 그 나라 청년들의 삶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서로를 아끼는 등장인물들이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이 친근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힘든 시기를 거치고 미래를 향해 힘들게 걸어가는구나 새삼 느꼈다.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년 전쯤 한국에서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능력 없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사장들이라든지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평범한 부모들을 보며 중국도 한국이 지나온 시대를 겪어나가는구나 싶었다. 애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나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 상사가 화근'이라는 말이 직장 생활 백서에 있다고 말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던 한국 사회를 그대로 비춰준다. 서른 넘은 여자가 자신감이 넘친다며 감탄하는 앤디 애인의 속마음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시대 소설을 볼 때는 과거에 성차별이 심했으니 성차별적 표현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현재를 그린 소설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이제 어색하다. 십 년쯤 지나면 중국 사회도 많이 변할 거라 본다. 그때는 위화감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부분만 빼면 정신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꽤 재밌게 감상할 수 있으니 다음 권을 기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