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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

김지승 | 제철소 | 2020년 11월 16일 한줄평 총점 0.0 (1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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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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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공들여 깎은 연필처럼 우아하고 예리하게 빛나는 이야기

아무튼 시리즈 서른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연필’이다. 비영리단체 발간 매체의 에디터와 기자로 오래 활동하며, 자기 서사 쓰기와 여성적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해온 김지승 작가의 첫 산문집으로, 연필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마치 공들여 깎은 연필심처럼 우아하면서도 예리한 사유로 풀어냈다.

1부 ‘연필’은 오랫동안 읽고 쓰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연필이 남긴 무수히 많은 점선과 실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쓰고 지우고 그 흔적 위에 다시 힘주어 눌러쓴 생의 기록들이 연필 경도의 스펙트럼만큼이나 다채롭게 펼쳐진다. 2부 ‘연필들’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도로시 파커, 조이스 캐롤 오츠 등 그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이 연필을 매개로 새롭게 조명된다. 책 마지막에는 ‘나에게 맞는 연필 고르기’ ‘선호 경도 테스트’ 등 연필 덕후만이 알려줄 수 있는 정보들을 부록으로 실어 위대한 연필의 세계로의 입문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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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부 연필
연필의 지리학
검색창에 연필을 입력하세요
다이아몬드와 같은 이름
P. P. P.
『아무튼, 코끼리』가 될 뻔한
마녀의 빗자루
그래파이트 타투
스페인 프리힐리아나의 실비아 씨
연필 장례식

2부 연필들
버지니아 울프의 연필
다와다 요코의 연필
최윤의 연필
밀레나 예젠스카의 연필
도로시 파커의 연필
조이스 캐롤 오츠의 연필
조앤 디디온의 연필
넬리 블라이의 연필
루이자 메이 올컷의 연필

부록 - 슬기로운 연필 생활

채널예스 기사 (1개)

저자 소개 (1명)

저 : 김지승
읽고 쓰고 연결한다. 『100세 수업』 『아무튼, 연필』 『짐승일기』를 썼다. 읽고 쓰고 연결한다. 『100세 수업』 『아무튼, 연필』 『짐승일기』를 썼다.

종이책 회원 리뷰 (11건)

구매 포토리뷰 그녀의 삶, 그리고 연필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추**방 | 2021.11.16


 

 연필 덕후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평소 사무실에서 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가끔 기회가 되면 지인들에게 연필을 선물하곤 한다. 연필을 써내려갈 때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도 좋아하지만 연필의 그 고유한 나무 냄새가 좋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회사 업무에 지친 나에게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연필 선물(구입)을 하다보니 서랍을 열어보면 모인 연필이 꽤 된다.

 연필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짝이었던 친구가 학교로 가져온 노란색 연필. 아빠가 미국 출장 중에 사왔다는 노란색 연필엔 USA라고 쓰여 있었다. 미국의 이글사 연필이었을까? 딕슨사의 연필이었을까? 아무튼 노란색 연필에 홀린 나는 친구에게 연필 한 자루만 달라고 졸랐고, 친구는 잠시 망설이다가 애니메이션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 같은 나의 눈을 보고 연필 한 자루를 건네 주었다. 친구가 준 미국산 노란색 연필 한 자루는 몇 번의 이사 끝에 내 품에서 사라질 때까지 애지중지하던 나의 보물 1호였다. 

 

 [아무튼, 연필]은 평소 즐겨 읽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의 34번째 책이다. 연필 덕후인 저자 김지승이 1부에서는 자신의 그동안 걸어온 삶의 단편들을 연필과 연계하여 담아내고 있다면 2부에서는 문학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연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의 그동안 삶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잠시 다녔던 작은 회사는 남성우열주의가 강한 회사로 보이고(회사를 관두며 후임자에게 백이사와는 절대 술 따로 마시지 말라하거나, 조이사와 백이사의 연필 깎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알려준다) 어렵게 떠난 유학은 포기하고 돌아온다. 삶에 대한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쌓였는지 음식을 하다 양배추가 말을 거는 지경에 이르러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다(상담을 받으면서도 상담가 손에 들린 스테들러 오피스 연필에 신경이 쓰인다). 책 속 연필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고려할 때 아마도 연필 덕후로써의 삶이 그녀의 힘든 시기들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1부에서는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이사 온 아홉살 저자가 시골 성당에서 어린이 미사 반주를 맡고 있을 때 첫 부임한 테오 신부님의 어머니에게 받은 오셀로 연필(신부님의 어머니가 오셀로 연필을 왜 주었을까?), 힘들게 떠난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해 본가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H에게 선물하려던 노트를 발견하고 오랜만에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 H가 전해주려던 1980년대 후반에 생산된 문화 더존 연필(코끼리 때문에 연필을 받지 못한다), 스페인의 실비아라는 여성과의 온라인 장터 거래로 구입한 스타빌로 마이크로 8000세트 중 HB 연필(코로나19 팬데믹 때 스페인에 있는 그녀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등 저자의 삶 속에 연관된 연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버지니아 울프(그레이트 브리튼 연필)를 시작으로 다와다 요코(미츠비시사의 하이 연필), 최윤(톰보우 연필), 밀레나 예젠스카(하르트 코이누르 1500), 도로시 파커(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조엔 디디온(조터), 넬리 블라이(블랙윙) 등 문학계에서 큰 빛을 낸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연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파버 드로잉 연필을 갖고 싶어. 나 진짜 그거 필요하다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에서 조의 원고를 태어버려 독자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았던 막내 에이미가 갖고 싶어했던 연필이 파버 드로잉 연필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파버 드로잉 연필을 갖고 싶어했던 막내 에이미의 감정은 소설처럼 궁핍하게 살았던 루이자 메이 올콧이 느꼈던 감정의 투영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에이미가 단호하게 욕망했던 1860년대 A.W.파버 드로잉 연필 세트가 현재 이베이에서 3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매가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파버 드로잉 연필 세트 중 H 한 자루를 가지게 된 저자는 연필을 갖고 싶어하던 소설 속 에이미에게 연필을 전해주고 싶어한다. "1886년 에이미 손에 이 연필 좀요!"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만한 다양한 연필들과 연필에 대한 유익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아무튼, 연필]의 전반적인 시선은 여성을 향해 있다. 연필과 펜슬스커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획안의 초안을 연필로 쓰라는 지시를 어겼다며 새로운 부서장이 회사의 유일한 여성 팀장의 기획서를 허공에 날리던 장면과 함께 연결된 영화 <82년생 김지영>,  1885년 미국 <피츠버그 디스패치>지에 실린 칼럼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에 대하여 분노를 참지 못한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린(넬리 블라이)의 반박문에 관한 이야기 등은 [아무튼, 연필]이 연필에만 한정하여 시선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베이에서 한정판 연필이나 빈티지 연필을 직구하고 1980년대 나온 문화연필 더존을 찾으러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다닐 정도의 연필 덕후는 아니지만 연필을 좋아하고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튼, 연필]과의 만남은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저자의 여성을 향한 시선이 연필에 대한 정보만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연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라 하겠다. 마지막 부록에 실려있는 슬기로운 연필생활은 연필 덕후들에게는 큰 공감을, 연필 입문자들에게는 유익한 정보를 줄 것이다.

 

나는 연필을 쓴다. 그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리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 P.117

 


[서랍 속에서 꺼낸 연필들]

 

 

1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아무튼, 연필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작**습 | 2021.04.20

아무튼어쩌다시리즈가 요즘 대세인가보다.

하나의 사물과 현상을 두고 집중해서 파 보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특히나 연필에 숨겨진 사연을 비밀스럽게

알고 싶은 사람끼리 파헤지는 것 동질감이 느껴지는 책이였다.

나도 꽤 연필을 좋아하나보다.

 

연필과 펜슬스커트와 아이브로펜슬은 하나의 검색어에서 태어난 혈연들처럼 연결되었다. 아이브로펜슬로 화장을 하고 펜슬스커트를 입은 여성 비서가 연필을 들고 있는 70, 80년대 미국의 지면 광고는 그 세가지를 한 장에 모두 담는다. 광고 속 여성의 이미지만으로 보면 세월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뉴트로 유행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미지 속 여성의 역할과 업무 라인이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이다. 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 상사의 결재로 이루지며 공공의 의미 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란의 그 표식은 연필이 아니니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사람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사람은 잘 부서지는 존재이고, 의아할 만큼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은 안다고 말라기보다 모를수가 없다고 해야한다.우리는 그냥 알기보다 대체로 모를 수가 없는 경험으로 자란다. 흑연은 잘 부서졌다. 사람이 그런 것처렴 흑연도 강하지 않았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구성 성분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처럼 계속 강해 보였던 나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어, 하고 놀랐다

 

환각제를 외음부 점막에 흡수시키는 도구로 빗자루가 쓰였다는 이야기나 빗자루의 비부분은 여성을, 자루의 막대기는 남근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마녀의 성적 욕망과 음탕함으로 연결되었다. 연필처럼 막대기 비슷한 것들이 죄다 남근이라는 한 뿌리는 가지는 역사(펜과 펜슬의 어원도 페니스다)속에서 마녀의 빗자루와 연필은 그리 멀지않은 친인척 관계랄 수 있었다.

 

먼지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묘비명에 대한 고찰과

어릴 적에 왜 그리 사프가 갖고 싶었을까?

연필에 대한 나의 추억을 더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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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20210221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심*****임 | 2021.02.21

20210221

아무튼 연필 리뷰. 일 리뷰.

 

내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좋아~

인상 깊었던 구절 

1. 키만 멀대 같이 크네. 거기서 더 크면 못쓰겠다. 어른들은 나를 두고 무신경하게 말했다.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도 별 수 없고"인 말이긴 했다. 21년도 정도라면 180까지 크려구요. 아직 크는 중이에요. 하며 웃으며 맞받아쳤을테지만 그 땐 아니였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 하나가 내 이마를 천천히 힘주어 미는 듯했다. 마음이 그리 간단치 않은 것 처럼, 사람과 말의 상황 때문에 자주 헷갈렸다.

 

2. 다른 사람들처럼 키가 몇이니? 라고 묻지 않았고 대신 뭘 좋아 하냐고 물었다. 뭘 싫어하냐고 물었다면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3. 당시 따돌림은 지금보다 순한 편이긴 했다. 그렇다고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는 여기저기 다쳤다. 지금도 여전히 방어기제가 강하고 관계의 폭력성에 예민하고 타인의 관심에서 비켜서 있고 싶어 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누구에게는 그 정도가 평생 아슬아슬하다.

 

4. 누군가와 누군가를 위해 '사이'를 건축할 줄 아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무엇보다 갈망한 건 그때부터다. 나는 그 상상력으로 자기를 동시에 여러 곳에 둘 수 있는 사람들을, 사람들과 사랑했다. 

5. 여성을 포함한 검색어가 토해내는 이미지들이 많은 부분 여성의 신체를 일관성있게 보여줬다는 건 믿어도 된다. 마치 이것이 당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인류의 뇌 속 입니다 라고 알려주는 것 처럼. 그 결과로 나는 여전히 여성작가와 연필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걸 알게된다. 

 

6. 결국 펜슬스커트와 펜슬을 함께 검색해본 사람 수에 1을 보태면서 둘의 연관성을 높이는 데 미필적 고의로 일조한 셈이 되었다. A와 B의 관계는 이처럼 간단하게 연류된다. 0과 1밖에 모른다는 말간 얼굴로 위장하긴 쉬워도 그곳에서 완전한 결백이란 없다. 

7. 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 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상사의 결재로 이뤄지며 공공의 의미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란 의 그 표식은 연필이 아닌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연필과 만년필, 임시적 존재에서 영구적 존재로의 욕망은 새로운게 아니다. 툭하면 지워지고 대리되고 삭제되는 존재들에게 중첩되는 상처

 

후기: 여성이며 임시직인 계약직이기까지 한 내 처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이 그닥 좋지는 않았지 물론. 그러나 때로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주는 어른들과 선배들이 많기도 하였다. 나대신 뭉툭한 칼자루를 휘둘러 주었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 감동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의 감사를 이렇게 많은 분께 전한다. 날이 시퍼렇게 서린 칼을 휘둘러 이 부조리한 세상을 한 컷에 바꾸지는 못해도 뭉툭한 칼날과 둥그런 작은 방패로 최소한 나 자신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킬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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