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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소준철 | 푸른숲 | 2020년 11월 30일 한줄평 총점 9.0 (6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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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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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도시연구자 소준철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여성 도시 노인의 생애사적 특징과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가난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어떠한 가난의 경로를 거쳐왔는가? 분기점에서 한 어떤 선택이 그들을 가난으로 이끌었는가? 그들이 살아온 삶,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한 이유, 수집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쟁, 노인들의 지역공동체를 들여다보며 가난의 구조를 배운다. 그 구조는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

13시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늙는다는 것 / 넝마주이의 후예들 / 이 책의 배경─북아현동의 지역적 특징 / 이 책의 주인공─북아현동의, 폐지 줍는, 여성, 노인들

13시 15분
고령사회 진입과 노인의 가난 / 통계의 역설 / 노인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 가난의 구조적 요인: 생애, 쓸모의 변화, 가족, 부양의무자 /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하는 이유

13시 30분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몇 명이나 될까? /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과 그 산업 / 제도의 바깥, 혹은 빈틈에 그들이 있다

14시 30분
리어카와 카트 /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생태계

16시 30분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의 어려움 / 고물상과 노인의 관계─재활용품 판매가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 고물상의 모순 / *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소득

17시 30분
여성노인이 거치는 가난의 경로─개인의 문제인가? / 자립(自立)하고, 자구(自救)하라는 요구 / 여러 가지 가난의 경로

18시 30분
가난한 여성노인의 가사노동 /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한 노력 / 수집한 재활용품의 보관

20시 20분
노인을 위한 공동체는 가능한가─공간에 대해 / 노인의 정신적·육체적 건강 문제 / * 위험한 노인의 현실

22시 00분
재활용품 수거원들과의 경쟁 / 재활용정거장이라는 대안은 제대로 기능하는가 / 제안 / * 재활용품 수집 노인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시도

1시 25분
새벽의 노인들을 위협하는 것들 / 위험 1. 교통사고 / 위험 2. 묻지마폭행

5시 30분
그들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 빈곤의 쓸모 / 노인이라는 ‘밋밋한’ 규정

6시 34분
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소득 /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 / 외로운 노인의 경우 / 취로사업에서 일자리사업으로 / 노인의 쓸모? / 여러 가지 시도들

10시 30분
노인의 가족은 집에 있지 않다 / 결국, 그들도 재활용품을 줍는다 / 노인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경로당 / 경로당의 여가 활동 / 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시도들 / 새로운 ‘식구’

12시 30분
도시에서 늙는다는 것 / 죽는다는 것

에필로그
후기

*붙임 1 윤영자라는 ‘가상’ 인물의 생애
*붙임 2 윤영자의 가족 이야기
*붙임 3 윤영자의 일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소준철
도시사회학 연구자.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국제관계학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했다. 도시의 통치술과 하층민의 생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쓰레기 수거-처리체계, 수용시설, (해적판)출판물 시장에 이르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970년대의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가 있다.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좋은서울’ 우수논문상(2015)과 제1회 최재석 학술상 우수논문계획상(2020)을 수상했다. 도시사회학 연구자.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국제관계학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했다. 도시의 통치술과 하층민의 생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쓰레기 수거-처리체계, 수용시설, (해적판)출판물 시장에 이르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970년대의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논문으로 「정부의 ‘자활정책’과 형제복지원 내 사업의 변화」가 있다. 서울연구원 ‘작은연구 좋은서울’ 우수논문상(2015)과 제1회 최재석 학술상 우수논문계획상(2020)을 수상했다.

출판사 리뷰

가난에도 문법이 있다
도시의 길거리에서 보이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이 문법의 대명사다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28쪽)

거리에서 폐지와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인 리어카나 카트를 끌고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충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세 가지 반응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세 가지 반응을 나타내는 무리 중 각자의 사정은 이렇다. 첫째, 외면하는 사람들의 경우다. 아스팔트에서 김이 나게 뜨거운 날, 혹은 언덕길이 빙판이 된 날, 폐품을 잔뜩 쌓아 수백 킬로그램은 될 리어카를 끌고 그 길을 힘겹게 걷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편한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들의 처지를 직면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젊었을 때 저축을 별로 안 한 사람들이겠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어서 자식이 생활비도 안 주나 보네. 나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연금도 붓고 있으니 저런 노인이 될 일은 없을 거야. 외면하는 이들은 그들의 처지가 ‘내 일’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린다.
둘째,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떤 이들은 동정하기를 택한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연민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이들은 가끔 노인들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어디에 폐품이 많이 쌓여 있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집에 모아둔 폐품을 노인들에게 건네기도 한다. 이들은 늙어서도, 몸이 아픈데도, 푼돈을 위해 거리를 쏘다녀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다.
세 번째 경우의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 노인들의 처지가 언젠가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이들은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걱정한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여 일찍 은퇴하거나, 질병으로 모아둔 재산을 병원비로 소진할 경우, 자식이 없거나 자식에게 노후의 부양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며 냉정하게 미래를 계산한다. 하지만 남는 것은 실질적인 대비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커다란 두려움이다. 나도 저런 처지가 되면 어쩌지.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도시연구자가
골목길에서 목격한 우리 시대 ‘가난의 표상’


이 책의 저자인 소준철은 어느 날 한 무리의 노인들을 목격했다. “2015년 3월의 어느 날, 가양역 근처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 여럿을 보게 됐다. 그녀들은 함께 다니는 게 아니었다. 그녀들은 어떤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271쪽) 소준철이 본 노인들의 모습은 어떤 소설의 묘사와도 맞아떨어진다. “고물은[고물 줍기는] 타이밍이 중요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였다. 물건이 나올 시점을 잘 잡아 때맞춰 돌아다녀야 했다.”(《소각의 여왕》, 이유, 23쪽) 즉, 소준철이 본 것은 폐지를 비롯한 재활용품을 주워 파는 노인들의 무리였다. 소준철은 이들을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이들의 처지를 자신에 빗대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이들을 연구하기를 택했다. 《가난의 문법》은 그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현장을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리어카나 카트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시대 가난의 표상이다. 가난의 표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 전후 시대에 누더기를 입고 맨발로 미군들에게 껌을 구걸하는 모습에서, 경제성장기 달동네의 판잣집 좁은 부엌에서 연탄불을 때는 모습, IMF 경제위기 이후 도심을 차지한 노숙인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9쪽)

가난한 여성노인에 대한 상징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대개는 재활용품을 줍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빨래〉라는 뮤지컬에서 빈곤층 여성노인은 폐지가 실린 작은 손수레를 끄는 모습으로 재현되는데, 꽤나 상징적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광고공모전에서 최우수 수상작을 받은 한 포스터는 더 노골적이다.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아래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위에는 신문이 쌓인 카트가 그려져 있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노년에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지 않고, ‘품위 있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125쪽)

달동네가 재개발되고 판잣집이 사라지면서, 넝마를 입고 고물을 주우러 다니던 넝마주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우리사회에서 가난이 사라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가난은 모습을 바꾸었을 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판잣집 대신 쪽방 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넝마주이 대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나타났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그 옛날의 공동체는 사라지고 한낮의 동네에는 일할 곳 없는 노인들만 남았다. 도시의 노인들은 각자도생하며 폐지를 줍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사회는 65세 언저리를 은퇴연령으로 정해놓고 그 연령이 지나면 미래세대에게 일자리를 넘기기를, 이제는 쉬면서 사회의 복지제도라는 혜택을 누리기를 ‘강요’한다. 그런데 왜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들이 있는 걸까? 젊은 날에 저축을 못한 것이, 연금을 부으며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자식이 있어도 그들에게 부모의 생활비를 댈 능력이 없는 것이, 과연 노인들의 잘못일까?


자립自立하고, 자구自救하라는 주문
죽어야만 끝나는 ‘노오력’─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에는 여성이 많다.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여성노인의 빈곤은 심각한 문제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만큼 빈곤함도 길게 겪는다. 게다가 여성노인은 남성노인에 비해 체력이 달리고, 숙련된 기술이 없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직업 경력도 없다. 소준철은 ‘폐지 줍는 도시의 여성노인’을 주인공 삼아 사회와 제도 사이의 빈틈에서 연구를 이어나간다.

남성노인의 경우,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기존의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여성노인의 경우는 숙련된 기술 혹은 장기적인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낮은 취업문에 막혀 나쁜 환경과 조건의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거나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57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과 남성의 생애경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만난 노인들을 돌아보면, 남성노인은 ‘출생’에서 ‘진학(초등-중등)’에서 ‘취업’과 ‘결혼’과 ‘은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로를 거쳐 나이 들지만, 여성은 ‘출생’에서 ‘진학(초등)’ 이후 잠깐의 ‘취업’과 ‘결혼’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되는 경로를 거친다. 여성노인들은 남성인 파트너와 그의 임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활이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제도에서 벗어난 ‘시장’의 변방에 나가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현재의 여성노인들은 직접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없는 상태였다. 다시 말하자면, 가난한 여성노인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성 생애의 목표를 남편에 대한 내조와 자녀의 양육으로 삼게 하고, 따라서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던 결과인 것이다.(12쪽)

소준철은 《가난의 문법》에서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해부하며 노인들의(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에서 구조를 찾으려 시도한다. 윤영자는 소준철이 현장조사 과정에서 만난 여러 노인을 합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이어지는 14개의 장은 가상의 인물인 윤영자의 하루 중 일부와 이에 대한 해석으로 이뤄져 있다. 1945년생인 윤영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1945년에 출생등록을 했던 이들의 이름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을 골라 지은 것이며, 그녀의 남편이나 자녀들의 이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었다.(16쪽)

글에 나오는 윤영자와 가족의 학력, 출산(출생), 결혼 등의 여부와 때에 있어서는, 1945년생이 ‘일반적인 생애주기’를 거쳤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윤영자가 의무교육으로 국민학교에 입학했으리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결혼 시기, 첫 출산의 나이와 자녀의 수, 그리고 자녀들의 독립 시기 등에 대해서는 1945년생 노인들 생애의 평균치라고 생각되는 것을 반영했다. 그러므로 윤영자는 그들의 대표가 아닌 ‘평균의 노인’이며, 이 이유 때문에 그 어디에도 없는 존재다.(16~17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갖가지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맞닥뜨린다. 윤영자는 개인적으로는, 결혼, 3남3녀의 출산, 그들의 대학 진학, 그들의 결혼, 자식들의 퇴직 및 사업 실패와 금전 요구, 남편의 퇴직, 남편의 질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사회적으로는 남방개발(남편의 인도네시아 파견), IMF 경제위기, 북아현동 재개발, 2008년 세계경제위기 등의 경로를 거쳤다. 윤영자는 한때 아현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정도의 부를 축적했지만 이런 개인적/사회적 사건사고를 겪으며 자산을 잃고, 지금은 20만원 남짓 하는 연금과 폐지를 주워 판 돈,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합쳐 50만원 남짓으로 한 달을 살아가고 있다. 윤영자씨의 가난은 그녀의 개인적인 선택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와 시대의 변화 과정에 휘말린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좇으며 가난의 구조를 해부한다.


도시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물론, 집을 팔아 자녀의 사업자금을 대는 것 같은 개인적인 선택이 현재의 가난을 초래한 것이니, 가난이란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특히 지금의 노인세대는, 1970~1980년대의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개인의 자립(自立)과 자구(自救)라는 삶의 태도를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두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때는 개인이 ‘노력’만 하면 누구나 잘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였다. 사회적인 경향 또한,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부를 축적하는 게 당연하며, 부를 축적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의 탓이라 여겼다.

2011년,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근혜는 자신의 어머니인 육영수의 추도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는)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실 때 (그들의) 자립과 자활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립’하기를 요구해왔다. 박근혜의 추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가난한 주민들이 육영수에게 찾아와 양돈사업을 하겠으니 돼지를 사달라고 요청했고, 육영수는 “사료값이 비싸 돼지를 키우는 게 어려우니 아이들이 뜯는 풀로도 키울 수 있고 번식력도 강한 토끼를 키우라.”고 답했다 한다. 그리고 토끼 키우기를 계기로 이 마을은 번성했다는 내용이다.(128~129쪽)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개인이 ‘자립’하여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말이다. 국가는 헌법에서 개인이 가지는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개인에게 전가한 면이 있으며, 개인은 스스로 살 방법을 강구하며(自救), 스스로일어서야 했다(自立).(131쪽)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27쪽) 이전에는 이렇게 늙은 세대가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 농촌사회에서는 마을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노인을 부양했고, 노인의 지혜와 경험은 공동체의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공동체가 해체된 지금의 도시에서 노인은 예전의 지위를 잃었다. 국가와 사회는 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했지만 현실과 제도 사이에는 빈틈이 있게 마련이며, 이 빈틈이 개인의 어깨 위에 짐을 지우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지금 노인의 현실은 어찌 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맞닥뜨릴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미래를 지금 개인의 선택과 능력에만 맡기는 게 정당할까? 국가는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결과를 마주하든, 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나? 우리 모두는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 않은가? 도시에서 가난한 노인들의 뒤를 쫓던 한 연구자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자, 문제 제기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 그중에서도 여성노인에 대한 책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난’을 박멸할 수 있다는 정치적 선언도, ‘가난’을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낭만도 아니다. 정책을 구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필자의 처지에서, 이 책은 가난한 삶의 경로와 우연하지만 필연적이었던 구조들을 가시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단순하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런 일과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재활용 정책’ 및 ‘재활용 산업’의 일부와 가난한 노인의 삶 간의 관계를 파헤치려 시도했음을 밝힌다. 한 개인의 삶은 국가, 산업, 심지어는 같은 동네 주민인 우리들의 영향을 받아 이뤄지는 것임을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가난한 노인들을 둘러싼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따져볼 것이다.(12~13쪽)

지금의 노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생존 연령이 길어져 늙어감에 대처해야 하며, 다음 세대에 비해 국가 사회보장망의 보호가 미약한 상황 속을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 생계에 대한 책임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49쪽)

이 책에서 구성한 윤영자의 삶에 정부의 책임 전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윤영자의 삶은 다름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며 살아왔던 이 시대 노인들의 보통 모습이다.(131쪽)

종이책 회원 리뷰 (57건)

구매 가난의 문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s******3 | 2022.11.17

요새 들어 가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책의 소개를 보게 되면서 고르게 된 책입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폐지줍는 노인, 가사노동, 노인문제 등등 평소 생각하던 이야기들이 나와서 현실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나올 문제들이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암담하게 만들지만 생각을 시작한 것부터 한 발 나아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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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폐지 줍는 여성 노인 윤영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서*촌 | 2022.05.07


 

 

 

소개

가난의 문법

소준철

푸른숲

20201130

304346g 133*195*18mm

빈곤/불평등문제

 

 

후기 

내용편집추천

 

 

 

 

 

가난(家難, poor)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상태.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함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충족, 위생과 보건, 최소한의 교육 등 그 사회가 가지는 가치에 미치지 못하면 사용하는 말이다. , 부자들만 사는 베벌리힐스에는 가난한 자들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빈국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는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에 부자가 없다. 그래서 톤즈에는 가난이 없다. 가난은 부자가 있으므로 생기는 말이다.

 

 

 

 

 

가난은 다시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 나뉘는데, 남수단같이 생물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식주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절대적 빈곤이라고 한다. 반면에, 차상위계층보다 중산층이 더 자신이 가난하다고 믿는 것은 그들이 복지나 제도적 혜택 등을 접할 가능성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 상대적 빈곤은 생물학적 빈곤이 아니라, 복지나 유희의 단계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말한다.

 

 

 

 

 

P.09 “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전쟁이 끝난 후 갈 곳 없는 고아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온 달동네의 모습과 IMF 위기 이후 노숙인의 모습을 거쳐 손수레를 끄는 사람들(특히 노인들)의 모습으로, 가난의 모습은 늘 바뀔 것이다. 다음에 올 가난이 어떤 모습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중략재활용품 수집 노인,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에 관한 책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난을 박멸할 수 있다는 정치적 선언도, ‘가난을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낭만도 아니다.”

 

 

 

 

 

책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3.8%로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한 노인 문제를 다룬 책이다. 1945년생 윤영자(가명)76세로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다. 1989년에 단독주택을 샀고, 1997IMF로 실직한 첫째 사위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줬고, 2003년 다섯째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줬고, 2004년 셋째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줬다. 2006년 주택을 매각하고, 2008년 남편이 건강상의 문제로 개인택시를 매각하고 실직하게 된다. 2014년 기초노령연금으로 32만 원을 받아 딸과 사는 남편에게 절반을 보낸다. 남편은 대장암에 걸리고, 2020년까지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한다.

 

 

 

 

 

202278세가 되는 윤영자는 이제 다섯 명의 자녀가 있어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어 생계·의료·주거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빈곤층으로 몰락하고 10년을 생계유지를 위해 폐지를 주워야 했다. 202111월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60년 만에 폐지했다. 2022년 현재 의료급여가 부분적 제한되는 것 이외에는 전면 부양의무자가 폐지됐다. 20157월 교육급여 폐지, 201810월 주거급여 폐지, 202111월 생계급여 폐지, 2023'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는 의료급여까지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자와 같은 지식인과 의식 있는 단체들의 노력으로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것을 이루어냈다. 의료급여만 받지 못한 빈곤층 50만 명도 이제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더는 빈곤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급 노인의 도덕적 불감증이나(지하철 유희 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의 서문처럼 가난의 모습은 달동네, 노숙자,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에서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가난의 문법은 문명사회가 존재하는 한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2020년 나온 책의 세상보다 2022년 오늘의 세상이 더욱 나아졌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추천하는 독자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60년 만에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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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북클러버 26기 - 작심삼일빵빵]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퀄**록 | 2022.01.12

폐지를 줍는 노인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그들을 마주하면 안쓰러움, 죄책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곤 했다. 책을 알게 되고 읽을 용기가 나지 않던 이유였다. 혼자서는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북클러버 책으로 선정해 보았다.

 

이 책은 폐지를 줍는 노인,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왜 길거리로 나오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은 일정 나이가 되면 노령 연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법적 제도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가정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며 살아온 여성 노인들이 특히나 그 취약한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인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 중 여성이 더 힘듦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살아야 하기에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다. 동정받거나 감사받고 싶어서 나온 게 아니다. 그들의 노동을 감히 불쌍히 여기거나 감사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인상깊게 남아있던 기억이 있다. 늦은 밤 길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연륜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여행 내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밝은 미래를 그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한.

 

대한민국에선 노인이 일자리를 잃고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노인의 도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고 책을 펼쳤는데, 작가의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 말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나라가 노인이 일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폐지를 줍는 모습보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쇼핑몰에서. 어디에서나 그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폐지를 줍는 노인에 대해, 또 그들의 일자리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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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가난의 문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p*******4 | 2021.04.03
북아현동에 있는 폐지를 줍는 노인 특히 여성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구성은 시간대 별로 이 노인들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적어낸 부분과 이것을 설명하는 자료로 나누어져 있다. 사회 문제에, 노인 문제에, 불평등한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내부 사정을 알지 못했다.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인사이트를 제공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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