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이유리 저
천선란 저
임선우 저 저
한정현 저
이경희 “SF에는 세계를 파괴할 힘과 재생할 힘이 있어요”
2021년 04월 05일
인생 앞에 ‘만약에’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누군가 ‘만약에 네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특별히 후회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어서 일까? 나는 특별히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누군가는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해미에게 제안을 한다. ‘20년 전 사고 당일의 해운대로 돌아가 해미의 어머니 진수아씨를 살릴 것.’ 2025년 해운대에서 원자력 발전소 아래 활성단층에서 진도 6.2의 지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반경 30 킬로미터 지역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이곳에서 해미는 엄마와 동생 다미를 잃었다. 엄마는 혼자 떨어져 있던 해미를 찾으러 갔지만, 재난에 휩쓸려 죽고 만다. 20년이 흐른 2045년 프리러닝 유튜버로 활동했던 해미는 군인 출신 잠수사로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동생 다미는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해미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했고, 그래서 사과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미는 그런 언니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언니를 괴롭힌다. 이런 두 사람에게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해미는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의 그 날로 가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들게 되는데...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여행은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인데 이 책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과정이 조금 지루하다고나 할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엄마를 보고 엄마를 살리기 위한 틈을 찾는 설정까지는 좋은데 무한 반복 같은 느낌이 들어 나중에는 언제 끝나는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데? 라는 느낌? 과학적인 지식이나 설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는 그 나름의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보다 과학이 발달하면 내 지난 소소한 과거를 바꾸는 날이 올까? 그렇게 바뀐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시간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를 만나고 수많은 엄마와 동생 다미를 만난다. 그렇다면 그 중 진짜 나는 누구일까? 그들은 다 ‘나’일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하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또 어쩔 수 없기에 상처에 매몰되어 살아가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회한다. 지금 현재의 결과에 상처받거나 아픔이 가득하면. 책에서처럼 이런 설정이라면 나도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살리고 싶을 것 같다.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 딸은 엄마를 살리고 싶고, 엄마는 딸을 살리고 싶고. 그러니 계속 죽어 나가는 수밖에. 살아 돌아왔더라도 지금 현재의 나와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 아닐까? 이런 메시지를 너무 무겁고 거창하게 만들었네. ^^
기억하는 일만큼 무서운 저주가 존재할까
기억하는 일만큼 무거운 형벌이 존재할까? (229)
과거를 바꾼다는 건 결국 그런 거야. 누군가를 치우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 넣는 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어. (323)
"가족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타인 아니야?"
이 말을 엄마한테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는 듯한 표정, 그 후에 바로 들려오는 잔소리에서는 서운함이 잘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틀린 말을 한 것 같지 않은데.
최근에 보는 드라마가 있다.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이라는 일본 드라마로, 에이섹슈얼인 두 사람이, 아예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이 "가족(임시)"를 이루며 같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흥미롭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고, 보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뭔가 이해가 안 갔다. 왜 이렇게 "가족"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 혈연관계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언니, 누구의 아들, 누구의 형제. 이 책을 읽는 내내 이거에 관해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이들이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서로를 위할 수 있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조금 이상했다. 왜 "가족"이기 때문에, 혈연 관계이기 때문에 사람은 이렇게 맹목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물론 소설의 인물 같은 경우에는 서로한테 갖는 죄책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돌려서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해미는 자기 때문에 죽은 것 같은 엄마한테 계속해서 죄책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돌아가서 엄마를 살려내려고 한다. 다른 평행세계의 엄마는, 자기 세계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 해야만 했던 해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살아 있는 게 죄책감처럼 느껴지는 거다. 나의 인생은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뺏어갔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그렇다하면 굳이 다 피로 이은 가족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족이라고 해도, 피로 이어있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애초에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되기 하는 걸 보면, 서로 다른 타인, 피로 이어지지 않은 타인이 결합해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럼 굳이 그런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감정 없이, 가족이 되겠다는 결심 하나만으로 가족이 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결말에서 그 정답을 찾았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재정의 될 수 있다. 굳이 누군가가 희생하고 참고 당신을 위해서 감안을 계속 해야하는 그런 관계, 꼭 맹목적인 관계만이 가족 관계가 아니다. 때로는 느슨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어져 있는 그런 관계를 가족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소설 속의 가족이, 맹목적으로 서로를 위하는 이 가족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야만 했을까. 그래야만 했기에 소설이 탄생한 걸지만서도.
혼자 읽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모임에서 대화하고 나니 여러 이야기가 쌓였다. 시간 여행에 대한 책인 만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대부분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는데 지금도 종종 과거를 후회하고 그리워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이 책의 시간 여행으로 생각하면 너무 고된 일이기도 하다. 좋았던 과거도, 후회되는 과거도 흘려보내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기에 때로는 보내줘야 한다.
엄마와 딸이 가지는 죄책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건 K-딸로서 내내 생각하던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성인이고 엄마의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지금의 엄마를 바꿀 수 없고 바꿀 수 있다면 그건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독립된 개체로써 바라보기를 연습하는 중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나 보다.
2025년. 부산에 6.2의 강진이 일어나고 원전사고로인해 방사능이 유출되는 거대한 재난이 벌어졌다.
반경 30km 지역에 대피령이 떨어지면서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엄마 수아는 혼자 숙소에 있는 딸 해미를 구하려다 인파에 휩쓸려 시체로 발견된다.
엄마가 죽고 20년 후 2045년. 전 프리러닝 유투버인 해미는 잠수부로 사람을 구조하는 일을 맡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그날의 기억을 떨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만다.
한편 해미의 동생 다미는 엄마를 이어 유명대학의 물리학자를 전공했지만 그날의 끔찍한 기억에 시달려 방황하고 있었다. 해미를 원망하고 상처주는 것도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매에게 대통령 직속 시간관리청 재난복구위원회 소속직원인 쌍둥이가 찾아와 은밀한 제안을 했다.
그것은 2025년 과거로 돌아가 엄마 수아를 구하는것.
해미는 우수한 신체능력을 이용해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의 엄마를 구할것, 다미는 뛰어난 기억력과 지식을 이용해 계획을 세울것.
험난한 테스트를 통과한 자매는 쌍둥이의 제안에 수락하였고,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들기로 한다.
현재의 해미, 과거의 해미와 만나서는 안되며(패러독스), 10분이내로 복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과 위험을 감수한채....
미래의 문명과 지금과 비슷한 문명의 시점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며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하기도 하고 반전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양자역학을 비롯한 전문용어, 논리가 나와서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어려운 편이다.
특히 (당신을 죽이기 위한 시간)은 평행우주가 등장하고 이세계, 저세계의 인물이 등장하기에 여러번 읽어야 겨우 이해가 가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그 이유는 현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여행만 빼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끔찍한 사고, 후유증. 지금도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있다. 무엇이든간에 예고없이.
십몇년 전 교통사고로 다친 엄마가 생각났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엄마가 죽을까봐, 어떻게 될까봐 너무 두려웠고 막막했다. 엄마한테 말대꾸만 했는데... 효도도 제대로 못했는데..
만약 엄마가 죽었으면 그들처럼 과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을까? 후회하면서 우울하게 지냈을까?
해미, 엄마는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살았겠지. 내가 좀더 잘해줬어야 했는데..상처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떨어지지 말고 같이 있었어야 했었다고 생각하며..
엄마를 구하려는 해미, 해미와 엄마의 과거, 그리고 해미를 구하려는 엄마, 쌍둥이의 진실...
이들은 불가능하면서도, 패러독스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서로를 구하고 서로를 방해하고 있다.
마치 같은 자석극으로 서로를 밀어내듯, 그렇게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듯. 한명을 구하려면 한명을 포기해야한다.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모두가 행복해 질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너무 사치스러운 욕심인 것일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에게 사과하고 많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반복해서 과거로 뛰어드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 눈물이 나면서 응원하고 가슴이 떨렸다. 진전이 보이면 한숨을 놓이고 실패하면 자매의 감정에 이입해 한숨이 나왔다.
그들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노력했고 발버둥치고 격려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있다.
언젠가 모두가 만날것이다. 두번다시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ps. 가족중심, 누군가가 슬프게 죽는 표현을 보면 계속 눈물이 찔끔거린다. 이유가 뭘까.. 아직도 감성적이다..
역시 SF 장르는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해미 다미 수아 휘 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해서 거북목이 되어가고 온몸에 소름돋고 정신차려보니 약간 울고있는거같고..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 읽어도 새로운 관점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
나에게도 과거로 되돌아가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하면 갈까?
당장은 바꾸고 싶은 과거는 생각나지 않는다.
수아, 해미, 다미 모두 지하철을 타고 탈출하려는 장면에서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자기 아이를 태우겠다며 자매보고 내리라고 칼로 협박하는 장면에서 나는 그 아버지를 좀 안좋게 생각했는데 후에 수아가 하는 말처럼 열차에 탈 수 있는 정원은 정해져 있고 셋 중 한명이 더 타게 되었으니 열차에 타 있던 다른 한명은 죽을 운명이라는게 참 슬펐다. 나같아도.. 내가 그 아버지 서사를 읽었으면 자매와 수아를 안좋게 보았겠지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작가의 말처럼 나중에 해운대에 가면서 해미와 수아가 엇갈린 지점과 베이스캠프 등을 보러 갈 예정이다.
마지막에 휘화 현의 쿠키영상 같은 짧은 글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