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지적 해설서
익히 알고 있던, 한때 심취해 읽기도 했던 소설들은 ‘사랑’을 기준 삼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지점들이 보인다. 이 책이 과연 내가 알고 있던 그 책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관통하며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섹시하고 도발적이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개츠비의 불행(〈위대한 개츠비〉), 애인의 외도를 참아야만 했던 테레자의 사정(〈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우리가 섹스에 집착하는 의외의 이유(〈노르웨이의 숲〉), 결혼을 인생의 두 번째 기회로 삼는 법(〈부활〉). 그리고 지난 시절엔 이해할 수 없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안타깝고도 어리석은 선택에 대해, 저자의 해설에 귀 기울이게 된다. 외도를 일삼던 애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폴과 질투에 눈 멀어 아내를 죽여야 했던 오셀로의 모습은 결국 사랑할 때 우리 자신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몸을 샅샅이 알아도 사랑으로 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상대의 사랑의 온도와 나의 것이 조응할 수 있느냐의 차이다.“ - 본문에서
“『연인』의 소녀처럼, 때론 먼 훗날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사랑이 아니라고 믿었더라도. 그래서 과거형으로 말해지는 모든 사랑은 슬프다. 이런 이유로 『연인』을 읽으며 지난 연인들을 생각하고 몇몇 인연이 짧았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있는 한, 이 책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 본문에서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한 권의 책에 담긴 다양한 ‘사랑의 행태’에 대해 해부하며, 작가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반복적으로, 날카롭게 상기시킨다. 저자의 지적 통찰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지난 사랑을 재편집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독자들은 자신의 과거, 어느 사랑하던 시절에 다다를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왜 끌렸나,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그리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의 쓸모〉는 만남과 이별, 결혼과 불륜 등의 키워드로 고전을 읽는 새로운 독서법이자, 어렵고 부담스러워 미뤄뒀던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독서록이다.
“어떤 사랑은 추락에서 절정을 맞는다. 신분과 재력, 능력과 외모 등 서로 다른 높이에서 출발한 이들이 추락과 상승을 거듭하다가 어느 순간 완전한 수평을 이루며 사랑이 이뤄진다. 로체스터와 제인의 상승과 추락이 엇갈리며 이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딱 만났고, 바로 그 순간이 사랑의 두 번째 시작점이다. 점과 점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서 섹스 없는 일체감에 전율한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