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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외상 후 성장’이라는 말을 더 믿고 싶어요”
2020년 08월 13일
2019년 09월 24일
어릴적 본 빨간머리 앤이라는 만화를 볼때의 그 두근거리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한다.
앤을 따라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였더랬다.
잘려진 나무기둥에서 다이애나와 둘이서 티파티를 하던 앤을 보고 카페인때문에 마시지 못하던 차에 대한 로망을 처음 갖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를 포함, 동시대를 살았던 꽤나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인듯 하다. 많은 이들이 원작소설 빨간머리앤이 아닌 지브리의 빨간머리앤을 그리워 하며 그때를 회상하다 관련된 책까지 쓰신 분이 계신다.
#1
작가들, 번역가를 또 시인들의 에세에이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냥 힘이 빠진 가벼운 수필집을 읽다보면 작가의 의식의 흐름이라든지 깊이 등이 조금 더 잘 보이는 느낌이랄까...
관심이 있던 작가의 수필집도 읽어보고, 작품을 읽고 흥미가 생기면 또 그 작가의 수필집을 읽어보는 편인데 에세이를 읽다가 내용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껴 멀어진 작가가 꽤나 있다. 그런데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고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 마구 상승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빨간머리 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굳이 빨간머리 앤에 대해, 아니 그녀가 했던 대사들에 대해 책을 쓸 것 까지 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냥 그저 그런 가벼운 글이겠거니 했지만 왠걸... 깊이가 있어서 놀래부렀어.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을 매개로 전해지는 작가의 생각들이, 그 성숙한 생각들이 감동을 준다.
#2
-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은 사실 '꿀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꿀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꽃은 활짝 피기 전이, 꿀은 먹기 전이 가장 달콤하다.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끽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P45)
- 달아나고 싶었던 고아원으로 되돌아가게 된 앤이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말한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돌이켜보면 걱정했던 일들은 걱정만큼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 벌어질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봄이 왔음을 알아차리는 능력, 현자들은 그것을 현재를 살아내는 능력, 즉 '카르페 디엠'이라고 불렀다. 행복은 지속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목'을 '자주'느끼는 것이라고. (P51)
#3
- 행복은 완결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과정 중에 일어나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심리학에는 '행복의 평균값'이란 용어가 있는데, 이 말은 인간의 행복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행복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중에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해야 할 것은 '뭔가 하기 위해'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하지 않기 위해' 때때로 멈춰 서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고, 잠시 멈춰서서 내가 받은 복을 세어보며 족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인듯 하다. 다만 요즘은 이 작은 행복인 소확행이란 개념이 소비의 개념으로 많이 바뀐 것 같지만 또 그런 작은 소비들이 순간 순간 삶에 대한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도 내 자신에게 잊지 말라고 되뇌이는 것은 소비를 함으로 오는 행복은 결국 더 큰 소비를 하지 않으면 점점 그 작은 행복이 사라지는 매직을 볼게 될 것이란 것.
#4
-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룬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꼼꼼히 읽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몰려 쫒기듯 하고 있는 일을 자기 의욕으로 착각하고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일이다.
삶을 야구에 비유하면, 나는 이제 홈런을 치겠다는 야망보다는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연습을 거리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삶녀서 중요한 건 어쩌면 타율이 아니라 출루율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좋을 볼을 보고 '안타'를 욕심내기보다, 먼저 출루해 나간 사람을 위해 '번트'를 칠 수 있는 선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야망의 기준이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것이다. (P55)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남자친구를 만났던 당시 내 속에서 있었던, 깊이 깊이 숨겨놓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그 목소리는 남들눈에 내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했고 설사 그의 부족한 부분이 보일라치면 그의 부족한 부분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들에게 포장을 했더랬다. 우리 관계는 그렇게 말라갔지. 감사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이 부러워 하는 홈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자의로 타의로 깎여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성숙'이라고 하나보다.
#5
- 어쩌면 고백은 '말'보다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다면 '사랑한다!'는 메시지보다 언제, 어떤 방시긍로, 그것ㅇ@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미안하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태도는 곧 행동이다. 고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서!
딱 이부분을 읽었을 무렵, 엄마와 다투고 카페에 나왔을 때다. 내 잘못이 아니고 여러번 말했지만 고쳐지지않는 엄마의 어떠한 습관 때문에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 분한 마음을 삭히고자 아이스라테 한 잔 하며 책을 펼쳤는데 말이지...
사실 각작의 입장만을 이야기 할 뿐이지 누구의 입장도 틀리다고는 말할 수 없는, 옳고 그름이 없는 논쟁이었기에 더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하나님이 마음속에 계속 주시는 생각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 엄마가 100% 잘못한 상황이었다면 나도 엄마의 사과를 받아야 마땅했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었고 이렇게까지 엄마에게 화낼 일도 아니란 것을 마음으론 알았기에 결국은 내가 엄마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카톡을 보냈다. 엄마는 1박2일동안 잠깐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셨었는데 끝끝내 답이 없으셨다. 예전같으면 여기서 또 난리 난리 나겠지. 아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어떻게 답도 없을 수도 없냐고 2차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번엔 이 글귀가 마음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었나보다. 고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것이란 것... 내가 진심으로 엄마에게 미안하다면 엄마의 답장의 유무에 의해 내 마음이 변하면 안되는 거잖아. 그리고 그렇게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셨을때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줌으로 내 진심을 담은 미안함을 전달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카톡 온줄도 모르셨더라. 나중에 카톡을 확인하시고 장문의 카톡으로 답을 주셨다. 상대방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 마음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진심 곧 진짜임을 확증하는 것.
#6
-한 때 나는 노력이 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의지박약이란 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젠 노력이 일종의 '재능'이라는 걸 안다. 노력은 의지가 아니다. 노력이야말로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재능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특별한 재능 말이다. 노력해서 가장 좋은 건 이게는게 아니다. 노력해서 가장 좋은 건 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이긴다는 건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젠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에 대해서 익혀야 한다. 더 나아가 '지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P298)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것 처럼, 노력하면 (=내 자신을 채찍질 하면) 내가 생각하는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줄 (=이길 줄) 알았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저녁에 가장 늦게 누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목표에는 다다를 수 없었다.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건 잠시 숨을 고르며 나를 먼저 파악하고, 나라는 사람을 충분히 보듬어 주면서 천천히 가는 걸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내가 넣은 input(시간, 노력)대비 최고의 output을 내야 하는 강박증 비스무리한 증상도 있었던것 같다. 그런데 그 output에 내 마음의 안식은 없었어.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이제는 놓아줄 것은 놓아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지는 경험'을 하니 그렇게 지지 않는 방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는 것 같다.
#7
- 사람들은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제 안다. 정확히 말해 과거의 '의미'는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변한다. (P329)
Life goes on.
‘아무튼’ 시리즈라는 것이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시리즈일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그것이 인물일 수도, 취미일 수도, 계절 일수도 또는 음식일 수도 있다)을 소재로 해서 써내려 간 에세이들의 모음이다.
(얼마 전 내가 읽고 리뷰를 남긴 <아무튼 장국영>도 그 중의 한 권이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하는 책 읽기 모임에서 ‘나만의 아무튼’이라는 주제로 글쓰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다들 자신만의 ‘아무튼’을 찾느라 분주한 요즘인데, 나 역시 나만의 ‘아무튼’에 골몰하고 있다.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여겼는데 막상 하나의 주제를 정해 글을 쓰려니 녹록치 않았다. 아무튼 ‘공항’, 아무튼 ‘파랑(Blue)’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문득 앤을 떠올렸다. 앤 덕후인 내게 딱 어울리는 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앤(Anne)’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이야 말로 백영옥 작가의 ‘아무튼 Anne’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앤이 건넨 말들, 마릴라, 매슈, 길버트처럼 앤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상황과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빨강머리 앤이 내게 하는 말>이라는 제목이 아닌 <아무튼 앤>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어도 잘 어울리겠다 싶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작가가 언급한 이 문장은 내게도 빨강머리 앤을 생각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이다. 고아원을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초록지붕집에 갔으나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돌아가야하는 그 상황에서 앤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나는 앤의 그 굳은 마음이,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럽고 좋았다. 작은 일에도 희비를 오가며 우울할 때면 바닥을 치는 내가 “너는 여자아이라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어. 내일 아침이 밝는대로 너를 돌려보내야겠다” 마릴라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밤을 꼬박 새며 울고난 후(앤도 처음에는 엉엉 울었다) 퉁퉁 부은 눈과 한없이 튀어나온 입(나는 심통이 나면 입이 나온다?!)으로 잔뜩 표정을 굳힌 채 마차에 올랐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만나지 않을 마릴라 아줌마나 매슈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뚱하니 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개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그런데 몇 번이고 앤을 읽어가던 내게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앤의 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저는 이 여행을 즐겁게 하기로 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뭐든 즐겁게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빨강머리 앤> 중에서 (번역이 조금 다르다)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굳게 마음을 먹는다는 건 어떤걸까? 나는 앤의 긍정적인 종알거림에 취해 그 뒤에 가려진 앤의 비장한 각오를, 쉽지 않은 결심을 흘려들었던 것은 아닐까? 막연히 앤은 긍정적이구나, 밝구나, 용감하구나..이런 감탄을 하고 있던 나는 긍정적이기 위해 밝기 위해 또 용감하기 위해 몇번이고 다짐하고 마음 먹었을 앤의 노력은 모른척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앤의 빨강머리를 '홍당무'라 놀리던 길버트처럼 앤의 외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앤에게 '빨강머리'는 그 어느 것보다 무거운 것이었을텐데 가벼이 웃어넘기지는 않았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길버트에게 날아들던 석판의 느낌에 움찔해졌다.
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평균 이하의 작은 키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별 모양의 화상 자국일 수도, 어린 나이에 쓰게 된 두꺼운 난시 교정용 안경이나, 유난히 뚱뚱한 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외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존재한다고. 길버트의 놀림을 듣는 순간, 수업중이라는 주변 상황을 떠올릴 새도 없이 석판을 들어 길버트의 머리를 내려칠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저마다의 ‘빨강머리’ 말이다. 그 ‘빨강머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려면 얼마나 큰 다짐이, 굳은 마음이 필요할까
“전 이제까지 빨강머리가 세상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머리카락이 초록색이 되고 나서야, 앤은 자신의 빨강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다짐만으로는 되지않을 때 우리는 결국 시간에 기대게 된다. 시간이 주는 힘은 단순히 그 상황이 지나가 기억속에서 흐려지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쌓인 경험 속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리고 긍정적인 시선을 택할지 부정적인 시선을 택할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있다. 물론 그 선택은 쉽지 않을 때가 많고, 종종 그 상황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한번 앤의 말을 떠올려 본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선택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굳은 마음,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인 시간 속에서 깊은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주머니, 저는 이 여행을 즐겁게 하기로 했어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뭐든 즐겁게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더라고요. 물론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해요.”
*기억에 남는 문장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꼼꼼히 읽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몰려 쫓기듯 하고 있는 일을 자기 의욕으로 착각하고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 물어보는 일이다.
삶을 야구에 비유하면, 나는 이제 홈런을 치겠다는 야망보다는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연습을 거르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중략)..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람은 종종 다른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같이 있음을 전제하기에 가능한 말이다.
삶은 내가 원하던 것과 늘 다른 식의 선택을 요구했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끝없이 집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일이다. 내게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되돌아오는 일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집에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 앤에게 마릴라와 매튜가 있었던 것처럼.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좋은 글을 쓰겠다는 건 매일 원고지를 채우겠다는 의미다. 작가가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는 걸 뜻한다. 글을 쓰느라 생긴 손목터널 증후군, 허리 디스크, 좌골 신경통을 직업병으로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편집자의 원고 독촉 전화와 오타와 비문을 지적하는 독자들, 출판 계약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굴욕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는 것 역시 포함된다..(중략)..무엇을 원한다는 건 그것에 따른 고통도 함께 원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이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몫이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을 존중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제 조심스럽게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을 오래 반복하면 점점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외에 자신의 일에 대한 특정한 태도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태도’란 그 일을 좋아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회복된다고 해도, 인간에겐 흔적이 남는다. 우리는 그것을 흉터라 말한다. 흉터를 안은 채, 죽지 않고 살아내는 것, 견디거나 버티는 것, 어쩌면 삶은 그런 것에 보다 가까울지 모른다.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를 믿는 건 어쩜 어른이 되어간다는 말일는지도......
슬픔은 삶을 통찰하게 하고, 우리에게 누가 진짜 친구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나는 이제 ‘절대’라거나 ‘결코’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다. 절대,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럴 수도, 이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었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간신히 이해한 삶이다.
내가 아는 좋은 관리자나 좋은 부모의 특징은 역설적이게도 대부분 ‘덜 참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테일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나 균형을 바라보면서, 꼭 나서야 할 곳에만 나서는 중용의 묘를 보여주는 것이다.
잘 나이 드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러니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충고는 그것을 청한 사람에게만 하자. 나이 운운하면서 섣불리 내 경험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조언을 한 뒤에는 그냥 잊자. 충고를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그것을 듣는 사람 마음이다. 말하는 것보다 점점 듣는 즐거움을 깨닫자. 옛 말 틀린 거 없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하느니......
변했다는 건 뭔가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얘기일 거다. 발음이 괴상한 외국어 배우기를 시도하고, 낯선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보는 것 말이다.
만약 인생이 딱 한 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 어릴 때 Tv에서 만화로 본 이후 어른이 된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 입니다. 관련 책이나 디자인문구들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런 마음에 불을 지피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북으로 있길래 구매하게 됐는데... 읽는 족족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네요.
제목 그대로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너무 많아서 정말 명작은 영원히 명작인가 봅니다. 다시 봐도 좋아요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전 '그린 게이블의 앤' 보다는 지브리의 명작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 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말들에 대한 책이다.
오래전 TV에서 보았던 앤은 지금 기억해봐도 보통 사람이 좌절하고 때론 포기했을 상황에서도 초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두에게 힘이 주는 캐릭터였다.
시간이 지나서 그 내용은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나에게도 충분히 감동가 힘을 주는 빨강머리 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들을 다시한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