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외(막시) 저
안데르스 한센 저/김성훈 역
박윤정 저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달리기 하시는 분들이다. 특히 직장 동료들을 존경하는데, 하프, 풀 마구 뛰어다니신다. 아무튼 시리즈에 맞게 달리기에 대한 엑기스를 알려 줄 것 같아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달리기 성공의 키워드는 같이 달리는 그룹 런닝(러닝 크루)으로 보인다. 나도 다음주에 당장 잠실러닝클럽에 참석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친화적이다.
달리기에 대한 책은 많다. 특히 소설가이자 에세이를 잘 쓰시는 일본 작가, 한국 작가 모두 잘 달리시는 분이다. 그리고 처음에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독일 정치인의 경우에도 열심히 달렸다. 이 책에서는 독일 정치인의 내용 만큼 다양하지 않지만, 간략하면서도 중요한 정보를 준다. 그리고 본인이 참가한 몇개의 국제 마라톤 대회, 그 중에서도 처음 참가한 파리 마라톤 대회의 에피소드는 한편으로 재미있다. 대용 자체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어려움과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이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러닝 크루에 대해서 달리기를 안전하게 잘 하는 내용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활동을 하는 부분들이 추가되고 있다.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문화운동의 그룹으로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문화가 이렇게 생겨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여럿이 함께 가면서 지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같은 지역인들이 모이면서 공동의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또 달리면서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좋은 문화 운동이 될 것이다.
"혼익인간" 용어가 나올 때 피식 웃었다. 혼자만 이롭게 한다는 것인데, 책의 문맥에 맞게 잘 만든 말이라 생각했다. 이것을 내가 사용하면 아재 개그가 될 것인데, 작가가 사용하면 유머가 될 수 있구나!
달리기는 온전히 혼자 달리는 운동이다. 하지만 함께 달릴 수 있다. 잘 하면 5Km에서 Full Course 까지 완주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리기 그대로의 달리기
<아무튼, 달리기>를 읽고
"5, 4, 3, 2, 1··· 휴, 다행이다."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고 사무실 자리에 앉는다. 아주 ‘드물게’ 있는 일이지만 이 때만큼은 달린다. 평소 숨이 달리기 때문에 달리기는 엄두조차 내지 않는 나와는 달리, 아이는 유치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날마다 유치원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놀이터로 달린다. 남녀노소 누구든 속도와 방향은 다를지언정 저마다의 이유로 인생을 달리고 있다. <아무튼, 달리기>는 달마(‘달리는 마케터’의 줄임말로, 본캐인 마케터와 부캐인 러너를 오가는 저자에게 나혼자 붙여본 이름이다)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해서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달리기에 관해 들숨 반 날숨 반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달리기는 늘 수단으로 존재했다. 어딘가로 급히 가기 위해, 늦지 않으려고, 상대 팀 선수보다 더 빨리 골문으로 닿기 위해. 그렇게 목적을 위해서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야 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처음으로 달리기가 목적의 왕좌에 앉았다.(11쪽)
달마가 동쪽으로 간, 아니 달린 까닭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별 후유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다. 달리기는 시시때때로 가능하지만 직장생활자라면 아침이나 밤이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예기치 못한 이끌림에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한밤의 뜀박질을 시작한 것이다. 해리포터 덕후로 추정되는 달마는 아침에 달리는사람은 양(陽)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긍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리핀도르형 인간이고, 밤에 달리는 사람은 음(陰)의 기운을 드리우며 차분히 스스로의 불안을 달래고 위로하는 슬리데린형 인간이라고 비유한다.
아침 달리기가 상쾌한 시작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처연한 마무리다. 아침 달리기가 생기로운 계절의 소리를 듣는 일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내 발자국과 숨소리로만 공간을 채우는 경험이다. 아침 달리기가 활기 넘치는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텅 빈 길 위에서 스스로와 나누는 깊은 대화다.(19쪽)
달리기는 별다른 공간이나 장비 또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 간단하게 티셔츠와 추리닝 바지 그리고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든 달릴 수 있다. '취미는 장비발'이라는 말에 충실한 초심자는 장비를 마련하는 데 노심초사하는 사람을 가르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마 역시 러닝화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러닝화가 쿠션화, 레이싱화, 단거리용, 장거리용, 안정화, 트레일화 등 다양한 변신을 선보이는 모습에 화들짝 놀란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러닝화를 고르는 일은 내 몸의 정보를 수집하고 내 몸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기도 한다. 달리지 않을 땐 마케터로 살아가는 그답게 "할까 말까 할 땐 하고, 살까 말까 할 땐 사라. 그 돈과 시간만큼의 자산을 남기면 된다."는 복음 같은 업계 선배의 조언에 따라 고민의 종지부를 찍는다.
달리기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구기종목에 비해 지루하다는 편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달마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가 매번 똑같은 코스를 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익숙한 길의 왼쪽으로 달리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무한한 확장이라는 달리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달마는 (내가 지어준 이름 외에도) 스스로를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가 익숙한 인간', 즉 '혼익인간'으로 부른다. 혼익인간이라고 해서 혼자하는 달리기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달리면서 러너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구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닝 크루(running crew)'인데, 부모님 세대의 마라톤 동호회가 지금 20~30대 사이에서 새롭게 변주된 형태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세 명이 자장면, 짬뽕, 볶음밥을 각각 주문해 먹을 때보다 세 개를 서로 나눠 먹으며 배가 더 부른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좀 더 들여다보면, 2012년 베를린 하프 마라톤을 시작점으로 하여 현재까지 전 세계 러닝 크루들이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여 BTG(Bridge The Gap), 즉 러너들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화합을 도모하자는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달리기라는 운동(sports)으로 새로운 운동(movement)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km도 겨우 뛰던 달마가 10km와 하프를 넘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러닝 크루 덕분이다.
달리기는 동네의 숨은 모습들을 들춰낸다. 동네의 재발견은 곧장 내 일상과 직결되기에 좀 더 피부로 와닿는 달리기의 선물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들르는 서울 최고의 빵집, 집중이 필요할 때마다 찾는 카페와 혼밥이 가능한 심야식당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성수동의 보석들을 러닝과 약간의 우연 덕에 발견했고, 지금은 내 소중한 일상으로 자리해 있다.(69쪽)
달리기는 체력만 단련시켜주는 게 아니라 공간을 재발견하는 힘도 길러준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매력과 도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달리기의 매력들 중 하나만 꼽으라는 물음에 달마는 주저없이 '성장'이라고 답한다. 그에게 달리기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장은 거저 주어지지 않고 ‘피, 땀, 눈물’로 점철된 훈련이 필요한데, 이 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낫다고 힘주어 말한다.
달리다가 몸의 한계점에 다다르면 목구멍에서 피 맛이 느껴지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들이 온몸을 타고 내리는 인터벌 훈련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달마의 버킷리스트에는 '42.195km 풀코스 마라톤 완주하기'가 쓰여진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채 하프 마라톤을 건너뛰고 풀코스 첫 완주를 위해 그는 국내가 아닌 파리행을 감행한다. 달리다 잡힌 물집처럼 아픈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 그때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난 달마는 포틀랜드, 시카고, 오사카에서 펼쳐지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해마다 참가하면서 달리기에 진심을 드러낸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게으름이나 싫증을 느끼는 권태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러너들이 겪게 되는 런태기의 원인과 치료법은 저마다 다르지만, 런태기의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달리기 그대로의 달리기'를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몇 차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더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했다는 달마에게도 런태기가 찾아와 달리기를 멀리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달리기는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달마가 돌아오길 기다렸고, 오래지 않아 그도 화답하며(불어난 몸무게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런닝화의 끈을 질끈 묶게 된다.
달리는 마케터는 이제 달리기 마스터로 거듭나 달리기를 일상의 한자락에 두고 오늘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대에게 그가 다가와 말을 건네는 상상을 해본다. 자기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테니 함께 달리면 어떻겠느냐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달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말(156쪽)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저자의 글솜씨가 맘에 들어서 다른 저술서가 있나 검색해볼 정도로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나는 매일 달리지도 못하고, 오래 달리지도 않으며, 더더군다나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확실히 내 몸에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게 느껴지고, 그야말로 심기일전하는데 달리기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큰 욕심 없이 꾸준히 달리고 싶다. 다른 러너들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않아도 괜찮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이미 성공이다.
저자가 다른 책들도 많이 내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필력의 소유자이다.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게 힘들어졌다는 핑계로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18년?17년?에 런데이라는 어플을 처음 알게 되고 꾸준히는 아니여도 운동을 하고 싶을 때는 달리기를 해왔었다. 아무튼 시리즈 중 어떤 것을 살까 고민하던 중 김상민 작가의 아무튼, 달리기를 알게되었다. 처음에 달리기를 할 때는 와 체력이 이렇게나 나빠졌구나, 나중에 어떻게 연속 30분을 달리지 하는 생각이였는데 물론 힘들지만 조금씩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오래 뛴거 같은데 덜 힘든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리기를 할 때의 쾌감과 상쾌함이 느껴지면서 다시 한 번 달리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