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계절을 바꾸듯 곧 좋은 날이 온다
시인 나태주가 뽑은 해외 명시 120편의 찬란한 축복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나태주 엮음
주위는 아득한 어둠과 정적,
나의 마음도 따라 어두워지고 서러워집니다.
지금 나의 곁을 사뿐한 발자국 소리 같은 그 무엇이 지나갑니다.
“얘야, 내다, 벌써 나를 몰라보겠니?
밝은 대낮은 혼자서 즐겨라.
그러나 별도 없는 밤이 와
갑갑하고 불안한 너의 영혼이 찾을 땐
언제나 내가 곁에 와 있으마.”
헤르만 헤세. 돌아가신 어머니와 대화하는 시다.
헤세에게는 세상에서 생명을 거둔 사람하고도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이 있다.
그래서 헤세는 영혼의 시인이다.
혼자 있는 조용한 밤의 시간. 그 시간을 틈타 어머니가 찾아오신다.
마음 안에 숨 쉬고 계신 어머니다.
이런 시를 소년이 읽는다면 그는 문득 성장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태주,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중에서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을 데리고 온다!
시인 나태주가 국내 명시 114편의 눈부신 위로를 담은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에 이어, 해외 명시 120편의 가슴 벅찬 감동으로 엮은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를 펴냈다.
춥고 가난하기만 했던 시절. 1959년의 소년 나태주가 서천중학교 3학년 시절에 교실 복도의 벽 게시판에 붙어 있던 시를 보고 시인의 꿈을 품었던 유장경의 ?설야?부터 고교 시절 김춘수 시인의 편집으로 읽은 아이헨도르프의 ?산에서?, 한 구절 읽다 보면 속수무책 눈물부터 솟게 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괴테의 ?옛날을 생각함?, 지금은 곁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고백으로 세상에 남겨진 모든 자식들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는 헤르만 헤세의 ?높은 산속의 저녁? 그 외에도 지구 곳곳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출과 일몰에 대해 태양을 배턴 터치한다고 표현한 다니카와 슌타로의 ?아침 릴레이?까지. 나태주 시인의 해설은 시보다 더 시적으로 다가오는 ‘나태주만’의 청량한 시적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시절 사랑의 감정을 품어본 적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잘못 초대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하는 시인 나태주의 울림 가득한 해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적 잠언(箴言)이며 명상 언어이고 또한 아름다운 생의 금언(金言)이다.
시인 나태주는 말한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아니다. 바람이 계절을 바꾼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래,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좋은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직 이 한마디를 중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