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국계 작가의 디아스포라 SF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에 착안한, 독창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동아시아의 풍미가 가미된, 숨 막힐 정도로 독창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 N. K. 제미신(3년 연속 휴고상 수상 작가, 『다섯 번째 계절』의 저자)“이윤하가 아름답게 직조한 SF세계는 인간적인 동시에 지극히 이질적이다.” - 앤 레키(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작가, 『사소한 정의』의 저자)2019 더블린에서 열린 휴고상 시상식에서, 장편 부문과 시리즈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이윤하는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작가 중 하나다. 이처럼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을 수 있게 만든 주요 요소는 두 가지로, 그중 첫 번째는 어린 시절 그를 혼란스럽게 했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이윤하가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계 미국인 정체성을 활용해 『나인폭스 갬빗』의 구미호를 형상화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두 주인공 ‘켈 체리스’와 ‘구미호 장군’에겐 그의 정체성이 깊이 배어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켈 체리스’는 소수 민족 출신으로 우주 제국에 동화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출신 민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인물이다. ‘켈 체리스’가 한때 백인이 등장하는 SF를 썼던 과거의 이윤하라면, ‘구미호 장군’은 한국계 작가로서 한국 역사와 신화에 대해 써야겠다고 결심한 지금의 이윤하다. 과거 제국을 위해 헌신했던 전설적인 명장 ‘구미호 장군’ 또한 소수 민족 출신으로, 우주 제국의 이민족 탄압을 막기 위해 반역을 일으켰다가 그 죄로 망령이 된 인물이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갈등하는 ‘켈 체리스’는 ‘구미호 장군’을 만나 우주 제국의 실체를 깨닫게 되고, ‘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하여 여성 영웅으로 재탄생한다. 이와 같은 인물의 극적인 변화는 전 세계 독자에게 뿌리 깊은 의식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평단과 마니아층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윤하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한 두 번째 요소는, 그가 어린 시절 읽었던 한국 민담과 성인이 돼서 접한 임진왜란·일제강점기 역사에서 가져온 한국적 모티프다. 한국 민담을 특히 좋아한다고 밝힌 이윤하는 『구미호 설화』를 모티프로 ‘구미호 장군’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에서 영감을 받은 군대의 진법 등을 사용해 우주 요새 공성전과 대규모 우주 함대전을 독창적으로 연출해냈다. 또한, 임진왜란·일제강점기 역사는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중심 서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서양 SF의 제국주의 클리셰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한국 역사에서 착안한 이윤하의 SF는 중세 유럽 또는 서부극에서 착안한 서양 SF와는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서양 SF에 친숙했던 이들에게 “인간적인 동시에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SF의 상상력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했던 한국계 작가 이윤하. 그의 부단한 노력은 전 세계 SF 팬을 매혹시키는 ‘코리안 퓨처리즘’으로 재탄생했다.코넬대?스탠퍼드대 출신 수학전공자가 집필한 밀리터리 SF어떤 ‘시간 체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물리법칙을 개조할 수 있는 세계 “이윤하의 『나인폭스 갬빗』 3부작은 수학과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낯선 규칙과 의외로 친근한 재료들로 구성된 이 세계가 독자들의 뇌 속에서 피워내는 심상은 놀라우면서도 강렬하다. - 듀나(소설가)소설가 듀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윤하의 독창적인 SF 세계관을 떠받드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는 ‘한국적 이미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학적 지식’이다. 코넬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이윤하는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장대한 밀리터리 SF를 만들어냈는데,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는 바로 ‘역법(曆法)’이다. 역법은 쉽게 말해, ‘달력을 만드는 계산법이자 시간 체계’로, 『나인폭스 갬빗』 세계관에선 어떤 역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물리법칙을 개조하여 마법 같은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마법 같은 힘은 ‘광속 여행’ 등 놀라운 미래 기술을 가능케 하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전략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엄청난 역법 무기는 행성 하나쯤 가볍게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자랑하기에, 모두가 이 역법 무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다만, 한 지역 내에서는 하나의 역법밖에 사용할 수 없기에, 자신들의 역법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와 같은 독특한 세계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도 역시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이윤하는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달력을 함께 쓰는 동양 문화에 익숙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의 성장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인종 및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각 문화권의 각기 다른 수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문화적 환경에 따라 10진법이 아닌 20진법이나 8진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데에 영감을 얻은 이윤하는, 여기에 자신의 특기인 수학적 지식을 가미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SF의 무한한 상상력젠더 평등을 완성시키는 새로운 여성 영웅의 탄생 “나는 행성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와 거대한 우주선을 가진 미래를 그린다. 그러한 미래엔 발전된 생명공학기술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성별을 바꾸는 게 안 될 건 뭔가.” - (이윤하의) 2019년 출간 직후 언론사 인터뷰 중에서우주를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SF인 『나인폭스 갬빗』 3부작엔 수많은 군인이 등장하는데, 그중 대다수가 여성이며, 야전에서 활약하는 군인도 함선에서 지시를 내리는 군인도 대부분 여성이다. 인간을 톱니바퀴 정도로 취급하는 우주 제국이지만, 젠더 평등의 측면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그 어느 국가보다도 진보적이다. 이러한 젠더 평등이 가능한 것에 대해, 이윤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미래의 첨단 기술을 언급한다. 이처럼 미래 기술에 대한 SF의 상상력은, 「사이보그 선언」이 발표된 이래 젠더 불평등에 맞서는 무기로 사용돼 왔다. 이윤하 또한 기술적으로 신체의 성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SF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지금, 여기’의 젠더 감수성에 정확히 부합하는 SF세계를 완성시켰다.젠더에 관한 흥미로운 상상력은 앞서 언급한 미래의 생명공학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윤하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한 최대의 공헌자인 주인공 ‘켈 체리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하는 ‘켈 체리스’. 그로 인해 그녀는 남성의 정체성과 여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고,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경계자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렇듯 새로운 여성 영웅을 탄생시킴으로써, 이윤하는 SF만의 매력적인 방식으로 젠더 평등을 이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