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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 동아시아 | 2021년 5월 24일 한줄평 총점 10.0 (2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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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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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우리의 발화가 새로운 세계를 가리킨다면
서로의 말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을 만든다면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혁명은 시작된다.”

사회학자 존 맥나이트(John McKnight)의 말처럼 다큐멘터리 감독 이길보라의 신간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기존언어가 아닌, 장애학과 여성학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해체하고 재해석한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을 때, 그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의 수많은 부딪힘을 재해석하는 힘이 생겼을 때,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혁명’을 맞이하는지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이길보라는 코다(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로서 말한다.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하지 않겠다고. ‘도움과 수혜에 감사하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하고 착한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되라는 사회적 각본을 그는 거부한다. 대신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어 통역과 같은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롯해 잘못된 의미를 전달하는 수어 캠페인을 보면서는, 당사자인 농인을 고려하지 않을 때 수어는 기호화되어 소비될 뿐이라고 말한다. 수어 캠페인을 통해 “소수자의 언어를 존중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는 자긍심만을 챙긴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또한 이길보라는 임신중지 경험자로서 말한다. 여성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을 강요하는 낙태죄에 반대한다고. 낙태죄의 온전한 폐지를 위해 지난해 그는 ‘#나는_낙태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이끌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과 고민과 글쓰기의 힘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민감한 주제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때로는 맨 앞에 서서, 말하기와 글쓰기를 이어간다. 용기 내어 누군가 시작한 말을 자신이 이어 말했듯,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 말하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기억의 전쟁〉, 〈반짝이는 박수 소리〉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온 저자는 2020년 네덜란드 유학기를 담은 에세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신간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장애인권, 페미니즘, 임신중지, 성폭력, 불법촬영물, 베트남전쟁 등 뜨겁고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해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저자의 글을 새로 쓰기하며 엮어낸 것으로, 이길보라의 첫 번째 사회비평집이다. 장애학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일상의 경험과 사회문제들, 역사적 사건의 현재적 의미까지 종횡무진하며 치열하게 사유한 글들을 풀어냈다.

목차

프롤로그: 당신을 이어,

1부 새로운 서사를 찾아서
더 많은 해방 서사를
몸으로 다르게 듣기
‘나’의 바깥과 어떻게 만날까
타인을 상상하는 노력
스스로를 스스로 정의하기

2부 주인공이 되지 못한 말들
선언이 필요한 일
입으로 옮겨보고 발음되어야 할 것들
여성에게 더 많은 마이크를
우리는 이기고 있다

3부 ‘필요함’의 목록들
우리에게 ‘잘 곳’ 아닌 ‘살 곳’을
보험을 왜 개인이 직접 설계해야 하죠
혹시 주식 하세요
우리 모두 ‘주치의’를 가질 순 없을까

4부 분명히 가능한 사회
장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장애인 세계 만들기
듣는 대신 볼 권리
수어의 기호화에 반대한다
도움을 주지 말자, 권리를 주자
‘진짜’ 배리어 프리를 말해보자
탈시설장애인당, ‘진짜’ 정당이 되려면

5부 각자의 방식으로 모험하며 살아간다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
그는 왜 그렇게 말했던 걸까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쓰고 그리고 찍고 노래하고 춤추며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이길보라 (이보라)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사람.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홈스쿨러’, ‘탈학교 청소년’ 같은 말이 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로드스쿨러’라는 말을 제안했고, 그 과정을 2008년 자신이 제작하고 연출한 첫 영화 [로드스쿨러]에 담았다. 2014년에는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2018년에...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사람.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아시아 8개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글쓰기, 여행,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나갔다.‘홈스쿨러’, ‘탈학교 청소년’ 같은 말이 거리에서 삶을 배우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로드스쿨러’라는 말을 제안했고, 그 과정을 2008년 자신이 제작하고 연출한 첫 영화 [로드스쿨러]에 담았다. 2014년에는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은 장편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2018년에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서로 다른 기억을 담은 영화 [기억의 전쟁]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반짝이는 박수 소리』, 『길은 학교다』, 『기억의 전쟁』(공저), 『우리는 코다입니다』(공저) 등이 있다. 2021년 네덜란드 정부가 전 세계 여성 리더에게 수여하는 젠더 챔피언 상을 받았다.

출판사 리뷰

자기만의 ‘해방 서사’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장애해방 서사’로 나 자신으로 사는 법을 말하다


이길보라는 코다다. 농인 부모를 둔 청인을 가리키는 말인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이길보라를 비롯한 여러 코다 당사자들을 통해 한국사회에서도 그 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길보라는 신문지면과 자신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그리고 동명의 책을 통해 코다의 존재를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말하기를 시도해왔다.
장애인 부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학창시절, 한 재력가로부터 매달 10만 원의 후원을 받았던 저자는 늘 칭찬받던 훌륭한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여행 등을 통한 대안교육을 택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후원자는 역정을 내며 말한다. “네가 부모를 보살펴야 하지 않냐. 여행은 무슨” 지지와 후원은 그렇게 중단된다.
오랜 시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있었던 저자는 이제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의 ‘장애해방’ 서사를 말한다. 그 일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닌, 후원자가 바랐던 ‘장애인의 착한 자녀’라는 역할 모델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라고 말하는 ‘장애 극복’의 서사는 장애를 결여된 무언가, 정상의 반대어, 온전치 않음, 고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한 서사 안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은 사회가 바라는 고정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장애학을 접하고 ‘장애해방’ 서사를 알게 되면서, 이길보라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만든 ‘장애 극복’의 서사가 문제임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애학을 통해 자신 삶을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장애해방 서사’를 써내려간다. 세상을 재해석하는 힘을 얻는다.
이러한 장애해방 서사는 장애인의 삶만을 바꿀까? 해방의 서사는 사회의 고정관념, 공동체에서 강요하는 역할 수행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질문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장애인과 그 가족뿐 아니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해방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언어와 사유법을 이 책은 선사한다.


#나는_낙태했다 #불법촬영_out! #ME_TOO
발화되어야 할 것들은 아직도 너무 많다
의심과 추측을 꺼내어 씨앗을 만들자


2016년 한 유명 일간지에 〈#나는_낙태했다〉라는 칼럼이 실린다. 낙태죄 폐지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저자가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밝힌 글이었다. 2019년 낙태죄는 마침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2020년 말일까지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의 임신중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입법예고를 발표한다. 이길보라의 4년 전 칼럼 〈#나는_낙태했다〉는 포털의 해당 일간지 메인 화면에 다시 등장했고, 저자는 SNS를 통해 ‘#나는_낙태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한다.
이길보라는 임신중지를 둘러싼 감정이 왜 항상 죄책감과 수치심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임신중지가 처벌 유무를 떠나 범죄로서 제도를 통해 다루어진다면,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은 죄책감,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재생산에 관한 감정을 자신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개정안에 대한 여성계의 거센 반대 속에서 대체입법안들이 계류하다, 2020년 12월 31일이 되면서 낙태죄는 자동 폐기되었다. 관련해 필요한 법규들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임신중지를 비롯해, 성폭력, 불법촬영물 등 민감한 주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말하고 글쓰기를 해온 저자를 보며 누군가는 굳이 이런 글까지 써야 하냐고,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 경험을 구구절절 토해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냐고” 질타를 보낸다. “앞으로 큰일 하려고 할 때 발목 잡힐지도 모르는데” 말을 아껴야 하지 않느냐고 충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그렇게 어떤 이를 이어 자신이 말했듯이, 다음 사람도 이어 말하기를 바란다고. 책에서는 이 모든 글쓰기의 과정과 고민들, 더 발화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들의 정치적 말하기와 글쓰기의 연대가 분명히 이 세계에 좋은 씨앗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처럼, 이길보라는 그렇게 글쓰기와 말하기, 그리고 연대를 말한다.


주식을 안 하고는 살 수 없을까?
자기만의 방과 기본소득,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방 대신 집, 주치의를 갖는 일, 정말 안 되는 일일까?


“연극을 하는데 원룸에 산 지 20년째예요. 모아둔 돈도 없고요.” 20대이던 시절 이길보라는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 면접을 보러 갔던 일을 기억한다. 면접장에서 한 여성이 했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모아둔 돈도 없다’는 말은 가난한 한 예술인의 특별한 사연은 아닐 것이다. 가난을 경쟁하면서 입주권을 얻어야 하는 현실에 이길보라는 친구와 경쟁하면서까지 아득바득 살아내고 싶진 않다며 그건 우리의 몫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요목조목 짚어낸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니 삶의 여유가 생기고 많은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공공주택만이 최선은 아니라며 자신에게도 휠체어를 탄 친구들이 편히 방문할 수 있는 널찍한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건 ‘방’이 아니라 ‘집’이라고, 얼마큼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그들이 삶을 삶답게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너도나도 한다는 주식 열풍에 불안감을 느끼며 공부를 하다가도, 왜 주식을 해야만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무슨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곰곰이 짚어 보다가, 개인이 어떻게 미래를 모두 예측해 보험을 다 들어 둘 수 있냐고 묻기도 한다. 자신 몸의 이력을 잘 아는 주치의를 왜 보통의 사람들은 가질 수 없냐고 묻기도 한다. 의료권에 대해 말하면서는 자신이 유학했던 네덜란드 사회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길보라는 자신 세대의 청년들이 할 법만 고민들을 똑같이 하며, 이 고민들을 정말 개인이 혼자 짊어지는 게 맞느냐고 질문한다.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준비하며 아등바등 살지 않고도 안전한 삶이 가능한 사회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이 책은 질문한다.


각본 없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는 여성들!
그 함께하는 글쓰기의 힘을 말하다


이길보라는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며 길에서 배움을 얻었다. 스스로 자신을 ‘로드스쿨러’라 칭했다. 이후 대학에서는 영화를 전공했고, 소셜 펀딩을 통해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 네덜란드필름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지금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한다. 스스로를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Activist)이자, 예술가(Artist)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다고 말하며, 김문경의 말을 빌려 그 둘을 합친 ‘아티비스트(Artivi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자인 이길보라처럼, 각본 없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고 자신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 나가는 젊은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함께 글을 쓰며 서로를 비춘다. 이길보라는 자신 주변의 여러 여성들의 삶을 소개하고 응원한다. 가수 이랑, 작가 이슬아, 하미나, 이다울 등의 이야기가 이 책 말미에는 소개된다. 사회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생, ‘성공’한 직업, 생애주기에 따른 삶이 아닌, 각각이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삶에는 언제나 용기 있는 말하기와 함께하는 글쓰기가 있다. 여성들의 글 쓰는 삶의 이야기를 저자의 문장들을 따라 읽다 보면, 마치 서로의 말과 글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자기만의 길이 있을 거라고 응원하는 것처럼. 그렇게 이 책은 ‘함께함’을 말한다.

종이책 회원 리뷰 (24건)

이어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h*********1 | 2022.04.03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나 역시도 여성이자 청년이며,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어떤 한 가지 특징으로 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느라 계속 뒷전으로 미루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저자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보니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나의 기호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괴롭기도 했다. 책의 경우에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즐겨보는 뮤지컬의 경우에는 선호하는 작품이 주로 남성 2, 3인극이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서 보는 것이지만, 내가 해당 극들을 즐겨보는 만큼 '여성서사' 작품들을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한정된 예산을 내가 보고 싶은 공연에 쏟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죄책감이 응어리져 있다. 이 점은 내가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내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이 많이 느껴지고, 나는 너무 편협한 시각 속에 갇혀 편히 살려하지는 않았는지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름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책의 페이지가 잘 넘어간 것과는 다르게 내 마음 속은 너무 보갑해졌다. 사실 글을 쓰는 것도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내 생각을 이렇게 밝혀도 되는 걸까? 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뿐만 아니라, 내가 더이상 대학생이 아니게 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끊임없이 커져만 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힘을 얻어가는 부분은, 이것은 단지 나 혼자만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앞서 읽었던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언급했듯이, 사회가 개인을 지탱해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단지 나약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생애주기에 따라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을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장 경쟁의 가치에 입각해 ‘성공'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정한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p.250)

이 부분을 보며 나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서서 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버티며 나아가보려고 한다. 저자가 말했듯, 나도 저자를 이어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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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r********6 | 2021.06.29

<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청인과 농인에 대해 논한 부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농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결코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걸 왜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없는 것 같다. 우린 항상 장애인을 '도와야'한다고 배웠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려움에 처하면 그들은 스스로 극복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장애물에 걸려 힘들어하면 휠체어를 끌어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장애인들은 모르는 사람의 도움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길에서 힘들어할 때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너무 놀랄 것 같다. 물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맞지만,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분열되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면 각박한 세상이 될 뿐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보면, 내 잘못된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부분 말고도 임신중지에 대한 글도 나온다. 저자인 이길보라 감독님은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흔히 임신중지를 낙태라고 부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낙태는 아이의 입장에서 쓰는 단어이다. 사실 임신중지는 여자가 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비도 비싸고 그동안 낙태죄로 처벌받아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0월,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허용한다는 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SNS에 '#나는_낙태했다' 태그 운동이 파도를 일으켰다. 태그 운동으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얘기했다. 나는 낙태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낙태를 결심하게 된 배경, 원인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길보라 감독님도 사람들의 발화로 세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다면 계속 말하고 쓸 거라고 말했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 물결이 잔잔한 것 같지만 작은 물결이 모이고 모여 큰 파도를 이룬다. 몇 년 전만해도 범죄라고 생각했던 임신중지가 14주까지 허용되었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을 인지하고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게 바뀔 것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배우려는 의지를 생기게 한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할 여러 주제를 책에 담아내어 논의해볼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감독님과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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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와 혜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p*****s | 2021.06.27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복지카드를 내밀며 내가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감별당하고 평가당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혜택’을 받는 것.”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 차별을 당해고, 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 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가 농인의 언어 수어통역이 기본권이 아니라 혜택이라 당연한 것을 감사해야 하고 저품질에 불만도 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단 한 명이라도 무시당하지 않고 제 권리를 다 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채식 인구가 꽤 많을 텐데도 학교 급식에 메뉴조차 없어서 지난 2020년 5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과 관련해 헌법 재판소에 헌법 소원 신청했다는 어떤 의미로 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아무 변화가 없어 올 해 6월 4일, 채식급식시민연대 및 공동주최 시민단체가 학교 내 비건이 채식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비건 학생들을 위한 채식선택 급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밭에서 막 캐서 보내주신 감자를 씻어 삶아 그냥 먹는, 간단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 엄청 맛있네요. 여름 감자! 대부분의 시간 식욕도 맛있는 거도 별로 없는 지라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사내 식당에서 먹을 게 없어 이상적이진 않지만 계란찜과 밥을 조금 먹다 말던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생각납니다. 공사였음에도 - 공사여서 더 그랬나 - 논의도 시행도 지지부진했던 시절, 심지어 비건인 부장 이상 임원들이 몇 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도 재규정되고 시행되어야할 일들은 어떻게 바꿔나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헌법 소환과 진정 제기 외에는 참여할 방법이 없을까요.

 

답답......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심지어 비건식은 재료의 종류도 줄어 예산도 덜 들 텐데.

아... 그래서 문제인가요,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서...

 

막 나가려는 생각 멈추고 감자나 하나 더 먹으렵니다.

다들 힘이 되는 맛있는 식사 잘 챙겨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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