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시 저/이미선 역
대한민국 지역 탐방서 도슨토시리즈 그 9번째 책 #제주북쪽 이 출간되었다. 함께 읽어보자
제주도 출신 시인이 자신의 고향을 탐험하며 그 역사를 서술했다. 한국사에서 인천 광주와 함께 근대사에 등장하는 제주 제주도는 4.3 사건이라 칭하는 역사가 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제주도민 이 희생되었고 마을도 상당부분 소실되었다. 최근들어 4.3사건이 재조명되고 있고 연구도 상당부분 진행되었다. 우리에게 제주도는 흔히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한 부모님세대의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바다가 있는 곳이었고 북쪽지방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어왔다.
이책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쪽을 살펴본다. 하지만 내가 읽어본결과 전혀 모르는 곳만 나오진 않았다. 수학여행때 거의 필수(?)로 들리던 만장굴 역시 책에 실려있었다. 만장굴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동굴로 그 길이가 꽤 길고 깊다. 제주도하면 그래도 귤 이 아닌가 내가 수학여행을 갔을때도 감귤초콜릿은 꼭 사왔지만 요즘엔 기념품이 다르다고 한다. 결국 기념품으로 세대를 가르게 되는건가....
제주도에는 115년된 초등학교인 제주북초가 있는데 이 학교는 남강 이승훈을 비롯해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고 한다. 남강 이승훈은 알고보니 정약현의 사위라고 한다 정말 뼈대있는 집안이 아닌가 싶다.
정약용집안은 대체로 천주교집안이다. 조선후기 민심은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받아들였고 천주교도가 핍박받던 시절 정약현을 비롯해 많은 천주교도들이 순교했다.
우리는 흔히 제주도 하면 아름다운면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제주도의 어두운 면과 아픈역사를 알게 되었다. 최근 골목식당에서는 제주내륙지역 상권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가 제주북쪽에도 퍼져 상권이 살아나길 바란다.
대학때 친구들과 제주로 가는 졸업 여행 대신에 가족과의 단촐한 제주행을 하며 처음 만났던 제주는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여전히 강하게 내 안에 남아 있다. 이후 나만의 가족을 이루고 둘이서, 넷이서, 또 친구들과 제주를 찾으면서 제주는 더 이상 관광하는 제주 그 이상의 것을 주며 나를 감동케 한다. 갈 때마다 새로운 제주를 겪고 온다.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이런 책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제주를 그리워 한다. 21세기북스가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기획 아래 펴내고 있는 연작 중 <제주 북쪽>은 아홉 번째 책이다. 제주에서 (한 달 있고 싶었으나) 열흘살이로 제주에 머물면서 읽은 <제주어 마음사전>의 저자이기도 한 제주민 현택훈 시인의 담백한 안내로 제주 북쪽을 쫓아가다 보면, 관광의 제주가 주는 화려함 이면의 웅숭깊은 제주와 제주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릴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삼성혈”의 봄 사진으로 독자를 맞는 이 책은 28편의 제주 북쪽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제주에 머물 때만 역마살 낀 듯 제주 곳곳을 다닌다. 걸어서, 운전해서, 기타 등등 여러 방법으로 제주의 땅을 밟고 제주의 여러 끝자락에서 바다를 넋 놓고 응시한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 본다.
도슨트 현 시인을 따라 책 안에서 발길을 쫓는다. 가본 곳은 또렷하게 떠오르고, 가보지 못한 곳은 그의 해설을 들으며 상상하듯 그린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제주와 제주 사람의 온갖 감정을 같이 겪는다. 그러다 많이 미안해진다.
제주를 좀 더 깊이 여행하고 느끼고 싶다면 진심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그리고 더불어 대한민국 도슨트의 <제주 동쪽>도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