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 저
저자의 이력은 특이하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군 입대 직전까지 그가 올린 글이 상당히 주목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 같다.
인물과사상사에서 낸 책인데, 책을 읽다보니 강준만 교수님이 떠올랐다. 실명비판이 들어있어서 그런 것인지. 우회하지 않고 곧게 찔러가는 이슈 접근법이 논객답다.
12개의 장. 한 개의 장마다 2개의 꼭지를 다룬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은 24가지'이다.
뭔가를 지적할 때는 범위를 한정하고 지적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논점일탈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적할 것들의 숫자가 많다보면 논점일탈을 넘어서 오히려 어떤 것부터 지적해야 할 것인지부터 막힐 때가 있다.
촛불정권의 후예라고 칭하는 이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체계적인 지적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아마도 이 책에서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않고 지나간 논점은 없을 것이다.
생각해볼 거리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집권세력과 각 세대간의 불협화음의 원인에 대해, 현 시점에서의 가장 핫한 이슈인 공정과 이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능력주의, 페미니즘,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 정치와 팬덤의 잘못된 결합, 정책의 실패와 책임 주체, 선거국면에서의 공약이 어떻게 진영논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 코로나19와 프라이버시, 진보와 보수,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등
반론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찾고싶은 사람에게도., 반대논리를 개발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유용할 듯 하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량정치
패거리와 무뢰한들의 정치, 떼법 정치?, 지은이 노정태는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란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유를 종말론적 환경론에 휘둘렸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환경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이 책의 제목을 “불량정치” 부제-우리가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24가지에 대해서-만 봐도 알듯하다.
지은이는 사)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객시대 등의 책을 펴냈다. 그는 위 연구원의 잡지 “플랜트”에 풍력발전기는 친환경인데 새를 죽인다고? 그렇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이슈 인사이트 환경을 지킨다며 철새를 죽이는 문재인 정권)라고 말한다. 환경이든 정치든 멀티플레이어다.
24가지 주제들
불량정치는 12장으로 엮여있다. 한국인들은 왜 민주주의 반감을 가질까로 시작하는 제1장(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를 시작으로 2장 민주화세대는 없다 등을 담은 민주화 세대와 조국을, 3장 공정과 여성혐오, 4장 페미니즘과 이루다, 5장 거짓말과 표현의 자유 등을 비롯하여 경제와 환경, 방역과 프라이버시, 박정희와 진보정당, 그리고 북한과 김정은 등 각 장마다 핫 이슈였거나 지금도 여전히 화두가 되는 주제 2꼭지씩을 담았다.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한 24가지 키워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에서 꼭 봐야할 대목 3곳은 공정과 여성혐오(3장), 페미니즘과 이루다(4장), 거짓말과 표현의 자유(5장)이다. 물론 이는 상대적이다. 특히, 탈원전을 멈춰라(9장)는 환경 휴머니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모두 논쟁거리다. 제목부터가 논쟁거리이기는 하지만말이다.
공정과 여성혐오
여성혐오를 말하며, 우리는 박수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의 이야기다. 상을 받았다는 게 줄거리가 아니다. 이혼녀가 TV에 복귀, 한 연기자로서 배우로서의 활동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가부장제와 엄마,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박완서 선생의 “환각의 나비”(푸르메, 2006년)을 연상케 한다.
가부장와 엄마를 닮지마, 여성혐오 모두 윤여정과 관련된 이야기다. 어떻게 이혼한 여자가 TV에 출연할 수 있냐는 대중의 반발을 잠재우고, 실력으로 돌파했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윤여정은 한국사회가 당연히 여기는 좋아하는 이의 없이 받아들이는 여성의 역할(젠더의 왜곡)에서 어딘지 벗어나 있다. 여성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드러내기 위한 최적의 배우가 윤여정이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박완서 선생의 작품과 김수현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그저 무심코 넘길 만큼 한국사회의 가부장제와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둔감, 민감하지 못했다.
페미니즘은 무슨,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은 이제 시작인데, 무조건 가져다 붙이면 페미?
한국의 언론과 정치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최근 시사인 잡지에서 정치세력의 변화를 예고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연속해서 싣고 있다. 여성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들이 왜 젊은 남자의 억울으함으로 직결될까? 논리비약아닌가? 요즘, 여가부 폐지론과도 맞물리는 형국이다. 여성우대정책?, 그게 뭔 말인고, 양성평등의 원칙에서 한참 뒤 쳐진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는데, 그게 우대인가? 양궁선수 안산의 머리가 숏컷이라고 해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책으로 돌아가 보자(111쪽) “2021년 4월28~29일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 남녀 중 42.7%가 양극화 사회를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특정 성별 우대 정책’이 문제라는 사람은 고작 7.3%에 지나지 않았다”. 지은이는 여기서 한국의 언론과 정치는 대체 누구를 위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다.
인공지능 이루다와 남성들의 성폭력, 논의는 금지가 아니라 해방이다
이루다논쟁 스캐터랩이 2020년에 출시한 챗봇을 가수 블랙핑크를 좋아하고 일상을 기록하는 취미를 가진 20세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논란이 된 것은 이루다(AI)가 일부 사용자의 음담패설 등 성희롱발언,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까지 학습했다는 것이다. 이루다는 재현과 관련있다. 예수, 마호메드를 재현하는 것은 금기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균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지은이의 문제제기, 재현에 대한 금기와 처벌이 강한 사회일수록 억압적이다. 무언가를 보고 그리고 따라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행위다. TV에서 정치풍자 코메디가 사라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어디에 와 있는지알 수 있을 것이다.
재현에 대한 담론과 논의가 궁극적으로 금지가 아니라 해방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다. 이루다의 약점은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데 있는 게 아닐까?, 즉, 원치 않는 대화를 거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남성중심사회, 남자들을 위한 것들, 이런 것이 정상이 돼서는 안 된 사회가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일 것이다.
거짓말과 표현의 자유, "양치기 소년의 우화처럼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마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구별이 모호한 것처럼, 거짓말과 표현의 자유로 그런 구석이 있다. 프랑스인 사뮈엘 파티(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풍자만화를 수업시간에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의 소재로 삼아 교육을 했다가 목이 잘려 살해한 교사다)사건을 보는 시각, 지은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한국에서도 거짓말로 증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이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삼는 자유민주주의의 등에 칼을 꽂고 있다고 말한다. 파티는 프랑스 정규교과 과정인 “표현의 자유”수업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이슬람, 무슬림혐오주의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를 이슬람커뮤니티의 공적으로 몰아갔다. 지은이는 현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양의 머리를 내걸고,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라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한다. 양두구육이라는 말이겠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점이 있다. 나라면 이 문제를 이렇게 보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읽어야 한다. 대단히 논쟁적인 대목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들고 있는 24가지의 “꺼리”는 한국사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논술을 공부하는 고교생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될 듯하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리 밝히지만 독자는 중도층이다. 굳이 세분한다면 약간 진보 쪽의 중도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독자의 투표 성향은 민주당에 크게 치우쳐 있으니 중도진보라 해도 반론을 펴고 싶지 않다. 이 책 『불량정치』도 저자 노정태가 '30대 진보 논객'이라 해서 관심이 컸고, 선택했다. 사실 독자는 정치 성향을 물을 때 '중도'라고 거리낌없이 답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약간 진보적이지만 '진보 정당' 정의당에 투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현재 제 1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투표한 적이 없으니 보수 쪽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의당의 극단적인 정책이나 이념에도 크게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의당이 주장이 틀려서가 아니라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당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진보당으로 분류된 것은 독자 기억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때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진보당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으로 독자는 기억하고 있다. 독자는 투표 전 후보 당의 정책에 관심을 갖는다. 선거용 선심 정책을 버리고 앞으로 펼쳐나갈 정책 방향에 집중한다. 독자가 정치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시위나 농성 현장에도 여간해선 참석지 않았다. 굳이 기억해 내자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시위 때 갔었을 정도로 시위 현장에 참석지 않는다. 먹고 살기에 바쁜 점도 있지만 함께 농성하고 시위에 참여할 정도의 지지를 보내는 축에는 못 낀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젊은 진보 논객 노정태의 이 책에서의 주장은 누가 그에게 '진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모르지만 보수도 극우 쪽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시각이 그렇다는 뜻이다. 논객이 논리적으로 주장을 펴는 데 반론을 제시할 만큼 정치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는 독자로서는 함부로 주장을 내세울 수도 없다. 그저 '마음에 맞지 않는다'는 표현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정치·사회·문화를 불량하게 만드는 원인을 파헤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 반민주주의, 민주화 세대, 조국, 공정, 여성 혐오, 페미니즘, 이루다, 거짓말, 표현의 자유, 팬덤, 부족주의,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가덕도 신공항, 아파트, 원자력, 탈원전, K-방역, 프라이버시, 박정희, 진보정당, 북한, 김정은 등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24가지 이슈를 해부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 사회에 던진다는 것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던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심지어 ‘386세대는 민주화 세대인가?’ ‘K-방역은 성공했는가?’ ‘능력주의는 공정한가?’ ‘기본소득은 가능한가?’ ‘박정희는 보수인가, 진보인가?’ 등 질문과 논조가 공격적이다. 현 정부와 진보적 성향의 국민들에게 던지는 것처럼 읽힌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악의 민주주의'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논거는 세계가치관조사 결과 한국인의 30퍼센트가 ‘의회와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은 위태로워 보인다는 주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종신 집권을 꾀하고 있는 러시아에서조차 부정적인 응답이 채 20퍼센트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이 조사에서는 ‘의회와 정당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이 극히 큰 나라로 한국과 이라크를 지목했다고 한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 지금까지 혼돈의 늪에 빠져 있는 이라크가 민주주의라는 지표에서 한국과 비교 대상에 올라 있는 셈이라고 꼬집고 있다. 조사를 했으면 조사 대상자가 누구인지, 왜 이런 조사가 나왔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또 타국,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 등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는 것인지, 안 밝히는 것인지에 대한 말도 없다. 러시아, 이라크의 예를 들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독자에게는 느껴진다.
책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선거로 뽑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이 말엔 저자의 논리 전개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앞서의 조사 결과가 마치 다음의 말들과 연결된 듯한 느낌의 주장을 잇대고 있다. 의회와 정당이 중심에 서야 온전한 민주주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지난 4년은 ‘불량 정치’의 시대였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외치는 한 줌의 극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한 줌의 지지층이란 표현도 악의적 발언에 가깝다), 정치인의 언어라고 믿기 힘든 ‘말’이 난무하는 정치(막말을 얘기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북한을 향한 맹목적 애정 표현 외에는 아무런 계획이나 대안도 없는 정치, 온 나라를 민둥산으로 만들고 태양광 패널을 덮으며 탄소를 뿜어내는 기후 악당 정치(태양광 발전이 탄소를 뿜어낸다는 의미?),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으면서도 그 책임자를 문책하는 대신 영전시키는 무책임의 정치, 180석의 힘을 믿고 기상천외한 법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과시키는 떼법 정치. 이렇게 한국의 정치는 불량해졌다. 무뢰한들이 정치를 하는 것만 같다. 불량 정치에 끌려다니다 보니 한국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자본주의가 통째로 불량품이 되어간다.
저자의 비판은 국민의힘 당대표에게도 가해진다. "이준석은 자신이 거둔 모든 성취가 온전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다른 능력주의자들과는 달리 입에 발린 겸양의 발언 같은 것을 내뱉지 않는다. 더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잘났다, 내가 노력했다’로 마무리된다. 이준석은 자신이 이긴 경쟁을 두고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저를 ‘엘리트주의’라고 비난한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그가 빛나는 재능과 좋은 여건에도 지역구(서울 노원구)에서는 세 번 연속 낙선한 ‘0선 중진’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지 않은가?" 개인 비난이 인격 모독 수준을 넘나든다.
공정성을 앞세운 능력주의 담론은 현 체제 속에서 경쟁에 이긴 사람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담론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준석은 자신이 언제나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이긴다고 생각한다. 약자와 패배자에 대한 공감과 자비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정의 깃발을 높이 들고 여성 할당제 폐지 등 반(反)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준석 체제는 과연 국민의힘이 다가올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이준석의 노골적인 반여성주의 발언은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반감을 부추기는 식으로 이대남(20대 남성) 표를 긁어와 지지세를 확보한 이준석의 존재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이에 비해 배우 윤여정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준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통과했다. 그것은 가부장제와 보수적 성역할과 여성 혐오였다. 설령 윤여정이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더라도, ‘유별난 여자’를 향한 한국 사회의 공격성을 온전히 받아내고 극복했다는 것만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윤여정은 여성에게 강요하는 평면적인 역할을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로도 그랬고, 현실 속의 한 인간으로도 극복해나갔다. 콧대 높은 여자, 똑똑한 여자, 한마디도 지지 않는 여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따지고 드는 여자가 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혈안이 된 한국 사회의 편견과 증오를 딛고 일어섰다. 윤여정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고답적이고 인습적인 여성상을 온전히 배반했다. 윤여정이 여성 혐오의 ‘생존자’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밖에 소득주도성장과 문재인, K-방역과 탈원전, 박정희와 진보정당 등 다양한 시각과 접근을 모색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독자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차치하고, 한 번쯤 논리적 비약이 없는지, 견강부회식 평가는 아닌지,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지, 진영논리에 의한 논조는 아닌지, 과연 국민의 의식과 눈높이가 같은지, 지나치게 '악의적' 표현은 없는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독자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앞서 말한 대로 정치에 지식이 없는 독자가 잘못 생각한 점에 있을 땐 '요란한 빈수레'로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용서를 구한다. .
저자 : 노정태
자유기고가·번역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칸트 철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시사·정치 전문지 『포린폴리시』 한국어판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경향신문』·『주간경향』·『프레시안』·『GQ』 등에 기고했다. 현재 『조선일보』와 『신동아』에 칼럼을 쓰고 있고,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탄탈로스의 신화』, 『논객시대』 등이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실전 격투』, 『정념과 이해관계』, 『밀레니얼 선언』,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아웃라이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