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르쳐 주었다. 나를 제대로 살아가게 하는 마음가짐을.”일터, 인간관계, 일상, 삶에서 나를 지키는 태도마음에 촉촉이 스미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으로 독자들을 위로한 『아주, 조금 울었다』에 이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감춘 채 피하고 싶어 하는 상처와 아픔을 담은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을 펴낸 권미선 작가가 2년 만에 새 에세이를 선보인다. 신작 『시간이 하는 일』은 미래가 불안정한 라디오 작가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의 안팎을 바라보며 길어 올린 단단한 마음가짐에 대한 기록이다.20년 가까이 매일 글을 쓰며 인생의 절반을 일하다 잘리고, 다시 일하고 잘리는 것을 반복해 온 저자는 늘 현재는 답답하고 미래는 불안했다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항상 전전긍긍하고 긴장했으며, 선택하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후회했고,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매일 조금씩 더 초라해지고 불행해졌다고 고백한다. 위태로운 밥벌이, 갑과 을이 분명한 인간관계, 영양가 없는 생활, 고단한 세상살이에 치였던 그는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나서야 잠시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삶에는 ‘나’가 빠져 있음을 알게 된다.저자는 매일 애쓰고 치열하게 살며, 작은 것에도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고, 나를 사랑할 줄 몰라 힘들어했던 과거를 반추하며 깨달은 삶의 태도를 전한다.조급해하고 초조해하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내 속도에 맞춰 가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이야기부터(1장 누구에게나 각자의 속도가 있다), 불안정한 라디오 작가이자 프리랜서의 삶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2장 먹고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통해 얻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지 말고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까지(3장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지 않도록). 끝으로 나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나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단순하고 단단하게 일상을 꾸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4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다).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는 이에게 건네는 찬찬한 문장들“나는 여전히 지지 않기 위해서 애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타인의 삶과 비교해서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고, 누군가 불쑥 내던진 무례함에 감정이 휩쓸려 가지 않는 것. 마음을 좀먹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삶을 망가뜨리는 것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p.78)“살다 보면 언제든 힘든 시간을 지날 수 있다. 멀미가 나도록 굴곡진 하루하루를 지날 때는 알지 못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촘촘한 시간의 굴곡을 통과할 때는 알지 못하는 것, 그 시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헤매는 시간과 실수할 시간과 실망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그 시간을 통해 깨닫고 배운 것들은 곧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노력, 내가 나로 잘 살아가기 위한 다짐이 되어 매일을 치열하게 버티고 애쓰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가만가만 위로한다. 깊은 감성과 찬찬한 필치로 ‘눈길과 마음이 머문다’ ‘내 아픈 마음을 안아 주는 글’ 등의 찬사를 받아 온 작가. 잔잔하지만 단단하고, 조용하지만 힘 있는 권미선 표 공감과 위로는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가만히 귀 기울이고 마음을 기대고 싶어지는 넉넉한 여유를 선물한다. 삶의 안팎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톺아보는 행위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되어 주기도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지켜야 할 것과 내려놓게 되는 것, 없어도 되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야말로 ‘시간이 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손에 든 당신에게도 저자가 배우고 느낀 시간의 힘, 시간만이 할 수 있는 위로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