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해요.왜 유다의 키스일까 궁금증을 따라가는 추리소설!
아나 그루에는 20년 기자 생활 끝에 48세에 작가로 늦게 대뷔했지만 북유럽 코지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이름 없는 여자들> 등 7권까지 출간했다고 한다.전체 인구 600만 명도 안 되는 덴마크에서 75만 부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긴 아나 그루에의 ‘단 소르메달 시리즈' 두번째 작품 <유다의 키스>는 작년 11월에 출간 된 책이다.이 책은 서평촌님의 작년 말 책나눔이벤트에 우연히 참여했다가 받아서 읽은 책이다
코지 미스터리는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의 하위장르이다.가볍고 편안한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로 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미을에서 이루어지며,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성과 폭력이 중심이 되는 하드보일드 범죄물의 대척점에 있는 장르로,소프트보일드 범죄물로 부르기도 한다.코지미스터리 작품에서는 성과 폭력이 큰 비중을 지니지 않으며 가볍거나 익살스럽게 다루어진다.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유다의 키스>는 읽어 볼 만하다.
제목 <유다의 키스>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유다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데 예수를 배신한 제자로 유명하다.은전 30닢에 예수를 배신하고 넘겨준 후 그 죄책감으로 결국 목을 매고 자살을 한다.유다는 배신의 아이콘이고 서양에서는 유다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당연히 욕이다.제목이 왜 유다의 키스일까 궁금했는 데 책의 446쪽에서 그 단서를 내 나름대로 찾았다.이 부분을 통해서 소설 후반의 반전을 이해할 수 있다.
446쪽
제이는 불행한 일을 겪고 집에서 가출한 후 자살을 생각했다.그 자신처럼 유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자살 생각이 악몽처럼 그를 괴롭혔다. 은 30세겔을 수용한 유다에게 당연한 결과였다.그렇게 성경에 나와 있었고,제이는 성스러운 문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적응되어 있었다.그는 극복할 힘을 달라고 주님에게 기도했지만 궁극적으로 너무 비겁했다 .어쩌면 그 시기에 이미 더 나은 길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그를 파괴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돕는 속죄의 가능성 말이다.
피오르 해안가 소도시에서 구형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가 깔린 채 발견 된 피투성이 시신이 살인사건과 고액의 로또 당첨금을 두고 벌어진 결혼 사기사건이 얽히고 설킨 미로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주인공 제이는 나이 29세,키 194cm,금발에 파란눈,피부는 흰 편이고 어깨에 문신이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다.주인공 제이는 사기를 쳐서 돈을 벌기위해 로또에 당첨된 50세부터 65세 여성을 타깃으로 접근한다.265쪽에 ‘50세부터 65세까지의 연령대의 여성들은 나이 차이가 상당한 연하남성과 성관계를 즐겨오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 대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를 통해서 왜 제이가 돈 많은 중년여성을 사기 대상으로 삼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이런 주인공이 이름을 바꿔가면서 여러 여자를 사기를 친다.만나는 여성마다 어깨에 새긴 인도 글자 문신의 의미를 다르게 설명해주며 그럴싸하게 여성을 사로잡는다.사기 당할지 모르니 여자들은 일단 잘 생긴 남자를 조심해야한다는 내 생각.
마지막 부분에 완전 반전이 일어난다.그동안 사기를 친 이유가 나온다.제이의 문신의 진짜 의미도 밝혀진다. 500페이지 정도 되는 좀 분량이 많은 양이지만 끝까지 읽어야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 반전이 결말부분에 나온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빨리 읽을 수 있다.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꾼 이야기이며 색다른 유럽인들의 이야기라 흥미롭다.반전을 보이는 가벼운 코지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을 이 소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죄를 짓고 죄책감에 사로잡힐 때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요? 죄책감을 씻을 수 있는 어떤 선한 방향이 있지 않을까요?
마태복음 26장
48절 예수를 파는 자가 그들에게 군호를 짜 이르되 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으라 한지라.
49절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입을 맞추니
50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친구여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 하신대 이에 그들이 나아와 예수께 손을 대어 잡는지라.
덴마크 피오르 해안에 자리한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IT기업 인턴사원의 피살체가 발견됩니다. 치밀한 계획과 지독한 증오심이 엿보이는 사건이지만 수사과장 플레밍 토르프는 좀처럼 단서를 잡지 못해 답답할 뿐입니다. 같은 시간, 한때 연적이었지만 여전히 절친으로 지내고 있는 플레밍을 도와 외국인 여성노동자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대머리 탐정’이란 별명과 유명세까지 얻은 광고 카피라이터 단 소메르달은 딸 라우라의 부탁으로 결혼사기를 당한 50대 여교사 우르술라를 만납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정식 의뢰를 받아 사립탐정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문제는 단이 구해온 결혼사기꾼의 지문이 플레밍이 맡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플레밍은 어쩌면 외국인 여성노동자 살인사건 때처럼 단 때문에 또다시 자신과 경찰이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힙니다.
‘유다의 키스’는 2020년 봄에 출간된 ‘이름 없는 여자들’의 뒤를 잇는 ‘단 소메르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혀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아나 그루에가 덴마크 작가란 점 때문에, 즉 차갑고 잔혹한 북유럽 스릴러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 하나 때문에 선택했던 작품인데, 고백하자면, 아무 정보도 없이 읽다가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파악한 시점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기대했던 북유럽 스릴러의 톤과는 전혀 다른 코지 미스터리가 전개됐기 때문입니다.
단과 플레밍은 오랜 절친이지만 단의 아내 마리아네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플레밍의 여친이었고, 이 사실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둘 사이에 앙금 아닌 앙금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플레밍이 마리아네의 뺨에 키스를 할 때면 단의 혈압은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물론 둘 사이엔 아무 일도 없지만 말입니다. 이런 두 사람이 살인사건을 놓고 협업과 갈등을 벌이며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이름 없는 여자들’에서 두 사람은 팽팽한 갈등 끝에 ‘각자 수사’를 진행한 뒤 자신들이 획득한 정보와 추리를 공유하기로 타협한 바 있지만, ‘유다의 키스’에서는 거의 단이 주도권을 쥔 채 수사과장 플레밍과 경찰을 곤혹스럽게 할 정도로 저돌적인 수사를 펼쳐나갑니다. 살짝 다혈질이지만 연륜을 자랑하는 플레밍은 자칫 사건을 망치고 범인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는 단의 광폭행보에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본업인 광고 카피라이터만큼이나 뛰어난 수사관으로서의 ‘촉’을 지닌 단의 성과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지경을 여러 차례 겪게 됩니다.
플레밍이 담당한 살인사건과 단이 조사하는 결혼사기사건이 우연히도 ‘지문’이라는 접점을 갖게 되면서 이야기는 코지 미스터리를 벗어나 심각한 수준으로 격상됩니다. 단이 쫓는 결혼사기꾼의 행각은 피해 여성이 한둘이 아님이 밝혀지고 그 수법도 지능적이고 정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단순사기로 볼 수 없는 중대범죄로 규정됩니다. 또 결혼사기꾼과 살해된 IT기업 인턴사원의 배경에 엄격한 규율을 지닌 종교단체가 있음을 알아낸 단과 플레밍은 애초 예상과 달리 사건이 꽤 복잡하게 꼬여있으며 비극적인 가족사까지 연루된 사실을 깨닫습니다.
흥미롭게 읽었지만 별 1개를 뺀 유일한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 단의 공명심과 이기심’ 때문입니다. 직접 찾아낸 단서와 정보가 아깝기도 하지만 처음 정식으로 의뢰받은 ‘내 사건’이란 인식 탓에 단은 어떻게든 경찰을 배제하고 자신이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은 나머지 무리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주인공이라고 해도 호기심과 욕심에 사로잡혀 수사를 망칠 수도 있는 행보를 멈추지 않는 단의 모습은 때론 ‘민폐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선지 ‘이름 없는 여자들’과 달리 사건을 해결한 단에게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었는데,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의 ‘공명심과 이기심’ 때문에 비호감의 인상이 강하게 남고 말았습니다. 또 아마추어인 단의 수사에 행운이 과도하게 많이 따른 점과 막판에 밝혀진 결혼사기범의 범행 동기가 다소 억지스럽게 설명된 점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들이라 별점을 삭감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 시리즈가 7편이나 출간됐고 TV시리즈로 제작되어 세 번째 시즌을 앞둔 점만 봐도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 ‘유다의 키스’는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과 스릴러의 미덕이 잘 믹스된 서사도 만족스러웠고, 매끄러운 전개와 간결하고 생기 넘치는 문장들도 전작 못잖게 눈길을 끈 작품입니다. 앞서 언급한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단 소메르달 시리즈’를 한국에서 계속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유일한 바람이라면 부디 단이 더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민폐까지 끼치며 독주하는 일만은 자제해줬으면 하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