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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조해주 | 아침달 | 2022년 6월 3일 리뷰 총점 9.1 (1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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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시/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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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정확한 온도를 지키는 시,
시 읽는 즐거움을 회복시키다

아침달 시집 10, 조해주의 첫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가 출간됐다. 등단을 출간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원고의 수준과 작가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출간을 결정해온 아침달에서 열 번째로 선보이는 시집이다. 조해주 시인은 아침달에서 첫 시집을 펴냄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유계영 시인은 조해주의 시를 “건강하다”고 평한다. 여전히 많은 독자들은 시가 ‘난해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불화하는 자아’나 ‘명랑한 광인’들의 목소리들을 시가 오랫동안 대변하고 또 모색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계영은 이러한 시의 주제와 강박들로 인해 시 읽기가 조금 피곤해진 독자들이라면 조해주의 시가 시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회복시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의 균형을 잘 지키는 것은 조해주의 시를 대표할 만한 특징 중 하나다. 조해주는 일상에 산재한 드라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대신에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짐짓 무심하게 들리지만, 그런 일정량의 무심함이 자신과 대상을 다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조해주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조해주는 필요한 만큼만 말함으로써 독자들을 편안하게 다른 생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라는 제목만큼 이 시집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넘치지 않는 정확한 온도를 지키는 말과 정서가 요즘 시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많은 이들의 허기를 이 시집이 달래주기를 바란다.

목차

나무수업
정물화
의자가 없는 방
소파에 앉아 뜨거운 초콜릿을 마신다 마시멜로를 넣으면 더 맛있다
익선동
참석
일행
단골

낭독회
모임
자립
일요일
여분
여섯 시
눈 깜빡할 사이에
이것, 하나
양이라는 증거
월요일
도모다찌라고 말하자 친구가 도망갔다
아이들
예감
아는 사람
형규
혜진
전생
실물
다큐멘터리
홀로그램
슬립
온갖 사과
옷과 함께
모르는 얼굴
크레바스
생각에게
기일
연날리기
돌멩이의 탄생
미미
잠깐이 느낀 고독
놀이터
환생
주문
부록 | 자술연보

저자 소개 (1명)

저 : 조해주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함께 쓴 에세이 『혼자서는 무섭지만』 등이 있고, 『AnA Axt & ARKO vol.01』와 팀 '유후'의 공동 시작(詩作) 공동시집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은 제목으로 시 쓰기”로 공동시집을 펴낸 후 두 번째 프로젝트 “빈칸 채워 시 쓰기”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을 함께 썼다.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함께 쓴 에세이 『혼자서는 무섭지만』 등이 있고, 『AnA Axt & ARKO vol.01』와 팀 '유후'의 공동 시작(詩作) 공동시집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은 제목으로 시 쓰기”로 공동시집을 펴낸 후 두 번째 프로젝트 “빈칸 채워 시 쓰기”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을 함께 썼다.

출판사 리뷰

평범한 일상 속에서 관찰되는 이상한 단면들

조해주의 정서는 불안하기보다는 튼튼하고, 그에 따르는 문장은 간결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되는 자연스러움이 단순한 일상의 잔영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넘길 법한 일상적인 장면도 조해주의 눈빛과 말을 입으면 일순간 시의 무대로 넘어온다. 그러한 무대의 이동이 조해주의 시에서 대개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것, 하고 말하면
누군가 설탕에 절인 포도를 나에게 건넨다. 빈 유리병이 필요했는데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겠지.

맞아요,
이것이 필요했어요.
―「이것, 하나」 부분

누군가가 내게 건넨 것과 내게 필요한 것이 일치하지 않는 저런 흔한 일상의 순간이라면 보통은 부정의 말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해주는 “아니오, 그거 말고, 저거요.”라고 말하는 대신에 “맞아요, 이것이 필요했어요.”라고 말한다. 얼굴에는 여전히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띄운 채. 이러한 혼란 속에서 유지되는 것과 변화하는 것 사이의 기묘한 조화가 조해주의 시를 독특하게 만든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가운데 건네받은 것에 대하여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표면적인 정서는 평안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그 평안이 표면적인 것일 뿐이며 속에서는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평안을 유지하기 위한 말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가 필요했던 것이 정말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가 설탕에 절인 포도를 받고서 짓는 어리둥절한 표정은 ‘내가 말하던 건 이게 아니었다’라는 의미인 동시에 ‘사실 내가 말하려던 것이 이것인 줄 나도 몰랐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필요했던 것 자체의 변화는 즉, 감각 자체의 변화이다. 조해주의 시에서, 나와 세상의 의견 불일치와 이에 따른 변화가 ‘말’로 나타나는 사례는 그밖에도 다양하다. “이번 주말에도 다음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했는데”(「익선동」) 오지 않는 일이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참석」)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일, “그가 마침 잘 아는 곳이 있다고”말할 때 “이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대답”(「일행」)하는 일,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 카페의 주인이 어느날 “차갑게, 맞지요?”(「단골」)라고 묻는 일.

일상의 순간들이 나 또는 상대의 말을 통해 변화한다는 점 때문에 약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조해주의 말들은 일상의 순간들 또한 기이한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이때 관찰되는 일상의 이상한 장면들, 단면들은 역설적으로 우리 삶에 얼룩덜룩 묻어 있는 관습들의 이상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드러냄은 폭로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김언 시인의 말대로 조해주의 시는 “아주 편안하게 우리를 딴생각으로 몰아세”운다. 그의 시는 불편하지도 불가해하지도 않다. 조해주의 시집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속에서, 낯선 단면을 엉뚱하고도 지혜롭게 들리는 목소리와 미온의 정서를 통해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미래를 살아갈 미지의 당신에게

조해주의 첫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를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시편들에 귀퉁이를 접지 마세요. 거의 다 접혀 있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시구에 대고 밑줄을 그으려고도 하지 마세요. 도드라진 몇몇 문장보다 다음에 오고 있는 문장으로 앞 문장을 견디는 방식이 더 멋지니까요. 조해주의 시세계에서 키워드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불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조해주는 우리가 시에 대하여 익히 알고 있는 몇몇 키워드로는 요약할 수 없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이 시집을 미래를 살아갈 미지의 당신에게 선물로 주세요. 어떤 시집은 미리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은 알고 있지만, 그런 시집을 찾아내는 게 쉬운 행운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에게 특히나 소용스러울 겁니다. 다만 현재진행형인 이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만약 그렇다면, 더더욱 이 시집이 적합할 겁니다. 우리가 겪었을 법한 어떤 순간이,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마음에 담아본 적 없이 지나쳐버린 순간이 이 시집에는 생생하고 선명하게 담겨 있답니다. 하나 더. 시를 꾸준하게 읽어왔지만 좀 더 다른 세계를 찾고 계신 분들에게도 이 시집을 권합니다.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라는 말이 어느 만큼의 진심인지 전해질 거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시가 지나치게 시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시와 거리를 두었던 분들에게도 이 시집을 권합니다. 간결하게 훈련된 문장이 얼마만큼 깊은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지, 담담하게 훈련된 어법이 얼마만큼 멀리 퍼져나가고 있는지, 별다른 독법이 없어도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엔 응원해야 마땅할 시집이 많지만, 이 시집은 더 각별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비등단 시인의 첫 시집이며, 지금을 성실하게 견디며 살고 있는 이십 대의 비망록입니다. 좌절도 희망도, 다정함도 씩씩함도, 피로와 고독도 조해주에게는 필요치 않은 듯해 보입니다. 당연히 의연합니다. 표출된 의연함이 아니라 기조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의연함입니다.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이 시집은 기묘하게 신비합니다. 이 신비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경험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경험을 나누어 가지는 일이 시를 읽는 보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김소연 시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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