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저
이유리 저
김멜라 저
천선란 저
조예은 저
한정현 저
제목이 독특해서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만두가게 앞에 생긴 싱크홀을 보고 드는 생각에 대해 얘기하는 아주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극중 화자는 어느 날 갑자기 집근처 만두가게 앞에 생긴 싱크홀을 보고 그 안에서 생전 처음 만나보는 어둠을 좋아하며 계속 보고싶어합니다. 죽음, 긴장, 그리고 불안이 동시에 느껴지는 어둠이였고 그것을 볼 때 오히려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싱크홀을 바라보며 만두가게 주인의 시선을 받기도 하는데 약간의 눈치를 보며 맘껏 싱크홀을 보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가게 안에서만 보던 만두가게 주인이 싱크홀을 보러온 화자에게 오늘은 일찍 영업을 마감하니 편하게 보시라고 하며 말을 겁니다. 몇 마디 나눠본 뒤 주인은 돌아가고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이라 느끼며 다시 싱크홀을 보는 것에 몰입합니다. 저라면 두려움에 근처도 잘 가지 않을 것 같은데..싱크홀이 생겨났다는 자체를 좋아하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생을 뒤바꿀 만한 엄청난 일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다. 이 구절이 기억에 남네요. 종종 저도 드는 생각인데 좋은 쪽보단 나쁜 쪽으로 이런 생각이 들때가 더 많아서 두려움을 느낄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싱크홀을 찾아간 밤, 만두가게 주인은 오늘은 이곳에 계시면 안된다며 영업에 방해되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달라 요청하지만 거절하니 언성이 높아질 찰라 갑자기 싱크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곧이어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싱크홀 안에서 수많은 쥐들이 몰려나오는데 모두 만두가게로 들이닥칩니다. 얼떨떨하게 쥐가 맞냐는 물음에 주인은 두더지라고 답하며 얼마전부터 이렇게 많은 두더지들이 만두가게로 몰려오다가 싱크홀이 생겨났다고 듣게 됩니다. 하지만 곧 싱크홀은 사라질 것이고 두더지들이 싱크홀을 통해 만두를 먹으러 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에 그럼 앞으로는 두더지들은 어떡하냐는 말에 주인은 다른 길로 돌아서 올 것이라고 전합니다.
그렇게 만두가게를 나와 다시 바라본 싱크홀은 이전의 아우라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냥 만두가게를 향한 두더지들의 지름길이라고 느낀 탓인데요. 그럼에도 나름 집으로 가는 길 아래 두더지들이 만두를 먹으러 오가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님 눈여겨 보겠습니다.
한때는 여러 문학상 수상집도 챙겨 읽고 한국 소설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빠서 그런지 요즘에는 신인작가들 작품을 많이 읽지 못했네요. 임선우 작가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짧은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기 좋으면서도 인상에 남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범해서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일상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이 가져온 독특한 만남. 두더지와 만두의 조합이 신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