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첫 소설로 읽기 시작한 '사라진 여자들 '
추리/스릴러 장르자체가 오랜만이라 읽기 전부터 장르에서 주는 기대감을 안고 책을 골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것이 아닌
과거 > 현재 > 과거 순으로 진행되며 등장인물별로 화자가 변경 된다.
큰 줄거리는 사실 별거없다! 할 수 도 있지만 그 마지막장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있는 책이였다.
사실 독자들을 잡아두게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거 아니겠어?
그런 의미로는 정말 미친 재능을 보여준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애정하는 정유정 작가님이 추천한 메리 쿠비카의 ‘사라진 여자들’. 드라마 시리즈 제작도 확정이 되었다길래 바로 읽어봄. 원래 이렇게 미쿡스타일 스릴러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작품들이 더 재밌으니까), 이 책은 추리소설물이 아니라 그야말로 스릴러물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모든 것이 평온해보이는 사람들의 삶을 헤집고 들어가보면 재앙에 가까운 괴로움들이 있다. 그것을 인생의 어느 시기에 겪느냐의 차이일 뿐.
누가 범인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만들면서, 단문장으로 뚝뚝 끊어지는 호홉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면서도 공감이 갔다. 특히 기혼 여성,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사건들을 책 속에서 이끌어내어 여성들의 공감력을 굉장히 상승시켰다. 이건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일이 아니면 도저히 적을 수 없을 것 같은 실제적인 일들이라서인지, 임신 기간에 겪어야하는 신체적인 불편함, 산부인과에서 적나라한 불쾌한 경험, 폭력적인 출산 과정과 무책임한 의료진, 아이를 기르며 찾아오는 산후 우울증과 산후 정신병,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하는 현실, 바쁜 남편과 아이 돌봄 속에서 자신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삶. 아이의 플레이 데이트를 위해 다른 엄마와 겪어야하는 별의 별 갈등. 82년생 김지영의 확대 스릴러 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성의 삶의 시기 위에 긴장감을 국자로 퍼서 부어놓은 이야기 같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메러디스는 부러울 것없는 삶을 살고 있다. 멋지고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 조시. 착하고 순한 어린 남매 딜라일라와 레오, 본인은 출산후 겪어야했던 육아의 현실과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요가 강사를 하면서 동시에 출산 보조원의 일을 병행하며 다른 산모들을 돕는 일을 한다. 이 모든 일상의 실들을 고군분투하며 차례차례 천천히 땋아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 중에 어떤 실 하나의 매듭이 꼬여버리자 다른 일들이 모두 연쇄적으로 엉망이 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음주운전을 하던 비아를 말리지않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을까. 대학교때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딸아이의 친구 학부형이 되어 집근처로 이사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근처 이웃들에게 맡기며 출산이 임박한 산모 고객한테 가서 출산을 도와주는 일을 놓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출산이 잘못이었을까. 출산이 아니라면 우울증도 없었을테고 불규칙적인 출산보조원 일도 하지 않았을텐데. 결혼이 잘못이었을까.
너무나도 멀쩡하게 살아가던 메러디스의 삶에 균열이 생기면서 깨져버리는 것을 보며 이런 현상이 비단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저렇게 무너지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가 문제였는지 되짚어가다보면 한도 끝도 없다. 모든 사건의 점들은 조금이라도 서로 오버랩되었기에 시간이 되어 세월로 흐른 것이니까. 아예 태어나지를 말았어야했나..로 귀결되는 허무감만 남을 뿐.
그러니 이왕 이렇게 태어나 삶을 살아가야하는 운명에 놓였다면, 어디서부터가 발단이 되어 사람이 멋지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 메러디스의 삶은 비극을 맞이했고, 사건에 연관되어 잃어버린 11년을 보냈던 사람들은 지난 세월을 무엇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보상이 딱히 없는 것이 인생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다시 얻게 되는것은 수지에 맞는것도 아니다. 잃어버린 것 만큼 그리고 좀 더한 보상이 따라와야 겨우 해피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거늘, 묻혀졌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잃은 것만큼 고대로 다시 얻지 못하는 삶을 인정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풍요로운 수확이고 이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소설 속에서 11년간 고통받았던 그들은 현재 시점부터 인생의 손익계산서를 새로 작성해야하는 때에 놓이게 되었고 다시 행복의 수확을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봐도 될까.
메리 쿠비카 작가의 사라진 여자들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100퍼센트 페이백 대여 이벤트가 있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을 몇번 들어봤었어서 사라진 여자들이 대여 이벤트로 나와서 정말 좋았습니다. 제목을 알고 있었던 책이다보니 기대를 조금 하면서 읽었었는데 기대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고 대여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이 상당히 잘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디 아더 미세스가 더 재미있었지만...) 아무튼 세 사람의 시선이 만드는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경계에서 보이는 예상밖의 장면에서 강렬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후에 나오는 이야기는 약간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조금 더 차분하게 풀어냈음 어땠을까 싶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