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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저/김소영 역/김진옥 감수
김상욱 저
모든 것을 이루는 원자에서부터 모두가 ‘별의 먼지’인 인간까지,
과학이라는 이름의 빛은 우리가 잊었던 경이로운 것들을 비춘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의 저자 김범준이 눈부신 과학의 언어로 써 내려간 42편의 삶의 송가 * 국립과천과학관장 이정모, SF소설가 곽재식, 수학자 김민형, 우주물리학자 황정아 추천 * 상대성이론, 엔트로피, 양자역학… 복잡한 과학 지식을 한 편의 시를 읽듯 음미하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김범준의 신작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가 인간의 삶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과학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책이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 김범준이 가장 각별하게 여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처음’, ‘흐름’, ‘허공’, ‘사과’, ‘무게’, ‘떨림’, ‘틈새’ 등 우리의 일상과 과학이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포착한 42편의 글로 구성된다. 허공과 다름없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원자로 이뤄진 우주를 이성의 힘으로 깨달은 인간의 경이로움과 만나고, 인간관계의 소통을 지구와 사과 사이 중력의 상호작용에 빗대어 말의 경중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질량에 관한 고민에 이르는 식이다. 커튼 틈새로 햇빛이 드리우면 평소에는 그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먼지들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빛의 난반사로 인한 일상의 황홀한 단면이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평범한 얼굴들을 떠올린다. 말 그대로 과학이 지식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렌즈를 빌려,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간과하지만 이 세계를 움직이는 작은 존재와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여느 과학 분야 도서들이 과학 지식의 전달이나 과학으로 생각하는 법에 치중한 것과 달리,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과학을 지식의 영역을 넘어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녹여낸 이 책은 “세상사에 한숨을 쉬며 주저앉고 싶을 때 힘을 내게 해줄 것”(곽재식 추천사)이다. |
[예스24 도서 PD 뉴스레터] - 『딱 1분만 읽어봐』 외
2022년 12월 09일
김범준 교수는 물리학자다. 물리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상이 어떤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딱딱한 학문, 수식으로 점철된 어려운 과학.
그런데 가만히 물리학이 무엇을 연구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원자니, 중력, 전지기력, 양자역학 이런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물질과 그 물질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학문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그 수준을 매우 작은 물질로 들어간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연구하면 세상의 구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많은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또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제가 물리학에는 깔려 있다. 그러므로 물리학자가 세상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쓰는 것은 실제로 흔한 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이상한 일도 아니고, 대단히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어떤 학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며, 게다가 물리학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위안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단해 보이는 저 사람이 나랑 비슷하단 느낌이 아니라, 물리학의 세상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으면서 내가 살아갈 만한 세상이구나를 느낀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물리학의 세상이라고 하면 왠지 모든 게 결정되어 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 결정론적 세계라고 여겼는데, 거기에도 우리가 숨을 쉬고, 또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물질을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풀이하고 설명하는 물리학이지만, 결국 그런 물질이 모여 유일한 내가 된다는 물리학자의 시선이 어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특별한 존재이면서 보편적인 존재라는 것이 그 엄정한 물리학이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김범준 교수보다 더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은 무지개의 원리를 알고서 바라보는 무지개가 얼마나 더 신비로운지를 이야기했다. 김범준 교수가 마흔 두 개의 단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가 바로 그렇다. 물리학의 세계에서 해석해낸 세상은 더욱 신기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살아갈 만한 세상이며, 우리가 가꾸어야 할 세상이며, 또 후손에게 남겨줘야 할 세상이다.
다시 한 번 파인만 얘기를 하면, 그는 가슴이 뛰는지를 물었다. 대상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데 어떻게 연구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과학이 바로 그런, 세상에 대한 경외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물리학자의 '세상'에 관한 책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매진하는 분야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달라지는 법. 물리학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알쓸신잡>으로 얼굴을 알리고, 전작 <세상물정의 물리학>과 <관계의 과학>으로 ‘생각보다 멀지 않은 물리학’을 소개해온 김범준 교수의 책이다. 이번 신간에 대해 저자는 직접 “이 책이 과학책인지 과학책이 아닌지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책은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처음, 흐름, 사과, 역설, 틈새, 성공, 경험 등의 ‘키워드’를 물리학으로 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최적화’와 ‘국소적 탐색’, ‘상전이’ 개념을 끌어온다. 원하는 분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성공이라면, 제한조건 하에서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인지 찾는 건 ‘최적화’의 문제이고, 주변을 한 걸음씩 조심스레 디뎌보며 이 길을 가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국소적 탐색’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또, 실패 혹은 시행착오의 반복을 ‘그 길로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어쨌든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p.73)며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듯 물질의 특성이 급격히 변하는 ‘상전이’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나아가 ‘꼰대’에 대해서는 둘 사이의 관계를 재는 함수 ‘상관함수’를 빗댄다. 시간 t의 간격으로 어떤 양을 측정하고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잰 것이 상관함수로, 만약 거리 x의 간격으로 어떤 양을 측정해 거리를 잰다면 ‘거리 상관함수’(p.157)라고 한단다. 판단 기준이 형성된 시간과 공간상의 위치를 원점 (0,0)으로 정의하고, 시공간의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t,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0,0)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꼰대’다. 이 외에도 저자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빈칸’을 보며 ‘모름’을 인정하는 태도를, ‘무’를 빅뱅의 시작과 연결해 ‘처음’으로 빗댄다.
책은 다양한 물리학 개념과 법칙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과학이 아닌 것’들과 섞인다. 다른 얘기를 하지만 종국에는 같은 얘기였다고나 할까. 저자는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것을 둘로 딱 나눠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서문에서 말한다. 물리학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 현상들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쩌면 ‘모든 현상들’을 다루는 물리학자기에 작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현상과 개념, 사물을 ‘관찰’하고 ‘서술’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과학은 결코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과학자들만의 영역인것도 아니다. 그 사실을 물리학자 김범준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를 통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