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 번 저/김우열 역
박용후 저
스미노 요루 저/양윤옥 역
정문정 저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공저
한근태 저
2014년 12월 05일
소설을 제외하고 에세이 중에서 가장 많은 한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면 그건 바로 황경신이라는 작가의 글일 것이다. [국경의 도서관]이나 [생각이 나서] 등 아마도 작가의 주파수가 나와 어느 정도 맞는다는 것이 가장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에세이는 그렇다. 서로 간에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어야 계속 그 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것을 내가 공감할 수 있어야 그 책을 계속 찾아 읽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은 단지 재미나고 이야기가 흥미로우면 될 뿐이지만 에세이는 공감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밤 열한 시. 열한 시부터 두 시까지 가장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간이라고 엄마는 매번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그 시간에 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시간이면 겨우 집에 들어와서 저녁밥을 먹었을 시간인데 부른 배를 부여잡고 잠을 잘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그 시간은 내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으로 남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 무엇을 하려나.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255p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시집으로 보아도 무방한 그런 책이다. 다른 시집들과는 달리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일까.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그런 시적인 표현들보다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언어들로 쓰여져 더욱 정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 긴 문장으로 이어져도 마침표를 없애서 이것이 시로 쓰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낯설음이 처음에는 조금은 멈칫거리게 만들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맛을 즐기게 된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들이 궁금해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인가 아니면 어디 있는 것을 찍은 것인가. 뒤를 보니 작가의 이름이 나와 있다. 그림 김원이라고. 이렇게 또 한 명의 작가를 알아간다. 독특한 추상적인 그림의 표현들이 글과 어울러져 묘한 느낌을 준다. 그 조합이 좋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런 느낌. 사진과 글이 있었던 황경신의 다른 작품과 또 다른 차별점을 주는 밤 열 한시다.
조개가 죽어 새가 되고
새는 죽어 별이 되고
별은 죽어 꽃으로 피어나니
168p
어느 서점 주인의 솔깃한 제안이라는 글은 오토 펜즐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이 적자에 처하자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몇가지의 조건을 달아 작품을 부탁하고 그것을 모아 앤솔러지로 만들어서 한정판으로 파는 이야기. 이미 그 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되었고 읽었기에 더 반가운 이야기였다. 역시 잡다하게 아는 것이 많으면 괜히 나도 그 이야기 알고 있다라는 마음만으로도 같은 생각이 들어 반갑다.
황경신작가님의 밤 열한 시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출간된 에세이로 출간당시 구입하여 읽었던 책입니다. 힘들었을 때 잊고 다시 기운내서생활하는데 도움이 된 책이라서 이번에 생각나서 재구매하였습니다. 전에 구매했던 책은 친구에게 주었는데 제가 다시 읽고싶어서 재구매를 하였습니다. 어쩔수없는 일은 어쩔수 없는 일 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당시에도 큰 위로가 되었고 지금도 힘들때마다 되새기는 부분입니다. 사람마다 힘든일을 이겨내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위로가 될수있는 ㅣ책입니다
책 제목처럼 밤 열한 시에 읽고 싶어서 늦은 밤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아 하나하나 하이라이트 치며 읽다 보니 새벽에 책을 덮게 되었네요. 사계절로 나눈 3년의 이야기가 계절별로 묶여 있어서 가끔씩 생각날 때 계절에 맞추어 한 이야기씩 읽어도 좋겠어요. 그렇게 읽으면 정말 긴 호흡의 에세이가 되겠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