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공저/이민아 역/박한선 감수
메리 셸리 저/오수원 역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종인 역
엘렌 랭어 저/변용란 역
커크 월리스 존슨 저/박선영 역
사실 글로 사람을 웃기는 일은 쉽지 않다.
빌 브라이슨 정도 되지 않으면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여행작가라는 별명을 지는 빌 브라이슨의 유럽산책기를
낄낄대며 봤던 기억이 강렬한 내 눈에 이 책의 뒷표지가 들어왔다.
"빌 브라이슨도 울고갈, 이토록 웃긴 과학 교양"
그럴리가 없고 그럴수도 없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빠져들었다.
지갑은 얇고, 집안도 좁아서 나는 도서관을 자주 간다.
재밌어 보이는 책은 일단 한 번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은 빌려서 집에 온다.
다 읽고 도서관에 반납하기 아까운 책들만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후'작가의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와 [믿습니까? 믿습니다!]
두 권 모두 내 장바구니를 거쳐 책장에 들어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저자를 아시나요? 라고 누가 물었을 때,
아, 로미오는 아는데 줄리엣은 잊어버렸네요.
라고 답한다면 모임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할 것이다.
하지만 두 눈 동그랗게 뜨며 그게 뭐죠? 라고 되물으면
당신은 주변에 찬물을 확 끼얹은 사람이 될 것이다.
문학이나 예술은 대부분 사람들이 상식이나 교양이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임에서 열역학 2법칙이나 푸앵카레 추측을 물어보면
물어본 당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걸 왜 물어보냐는 눈빛과 그걸 왜 알아야 하냐는 표정들.
김상욱 교수님 말씀에 나도 100% 동의한다. 과학도 교양이다.
과학이 교양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사피엔스는 상상과 이야기의 동물이다.
사피엔스는 예술과 소설 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상상을 더한다.
그렇게 탐구하고 발견하고 발명하며 과학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첫번째 이야기는 '프리츠 하버'. 질소비료를 발명해 수십억을 먹여살린 주인공이자
동시에 독가스를 발명하고 전쟁에 투입한 과학지다.
(부인이 이를 막으려 눈앞에서 자살했으나 소용없었음.)
두번째 이야기는 '단위'가 주인공.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제일 처음 한 일 중 하나가
도량형을 통일한 것이다. 1998년 NASA가 발사한 화성탐사선은 1999년 화성에 도착한다.
그리고 곧바로 자폭(?)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미국놈들(?)이 미터법을 거부했기 때문.
1년이 12달이고, 달마다 날짜가 불규칙하게 다른 이유.
프랑스 혁명이 세계 도량형에 끼친 영향들.
나라마다, 지역마다, 민족마다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세상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여 국제 표준어(에스페란토어)를 만들고
이를 공용화하려 지금까지 노력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그밖에도 튼튼한 당구공을 만들다 탄생한 '플라스틱' 이야기,
성전환 수술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최초 성전환 수술은 1930년, 그 주인공이 궁금하면 영화 대니쉬 걸을 보시라) 역사 이야기.
소련(지금은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들의 우주선 조종 실력이
미국보다 더 뛰어났던 슬픈 이야기도 재밌다.
(박태웅 소장님의 눈 떠보니 선진국에 나오는 인센티브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렇게나 비싼 슈퍼컴퓨터를 쓰면서도 기상청이 할머니 무릎보다
일기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과학적인(?) 이유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번 입에 오르내리는 '빅데이터' 이야기까지.
작가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뻔히 보이는 주제들-매일 밥 먹으니 비료, 플라스틱 매일
만지고, 단위없이 제품 없음. 날씨는 내일 아침 확인하고, 남성이건 여성이건 제 3의 성이건
인간을 매일 만나며, 인터넷을 하며 빅데이터에 일조함.- 을 덮고 있는 얇은 천을 살짝 들춰
우리에게 그 민낯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피엔스의 취향에 맞는 재미난 이야기로.
과학이야기도 모임에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과학도 교양이 오는 그날이 올 때를 대비하여
이 책 한 권 사서 읽어보심을 추천한다.
오후 작가의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리뷰입니다. 이과생이 꿈이지만 타고난 문과라 소설, 문학 장르만 편독하는 독자였습니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저처럼 과학을 복잡하고 어렵게 받아들이는 분들이라면 거부감 없이 보기 좋은 소설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아무런 저항없이 살던 제게 과학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럼 미래 예측은 하지 않고 결과를 평가만 하는 데이터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2007년 미국 워싱턴 D. C. 시장은 강력한 교육 개혁을 선언한다. 당시 워싱턴 내 공립 고등학교에서 정규 과정을 제때 졸업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미국 교육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 시스템을 칭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시장은 교육개혁팀을 신설하고 그들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교육개혁팀은 먼저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한다. 다양한 이유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무능한 교사가 많다’는 것이었다. 교육개혁팀은 무능한 교사들을 가려내기 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임팩트Impact라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 임팩트에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다. 이전 학년에서의 성적과 이번 학년이 끝날 때의 성적을 비교해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에 따라 교사를 평가하는 것이다. 워싱턴 교육청은 2009년 임팩트 평가에서 하위 2%에 해당한 교사를, 다음 해에는 하위 5%에 해당한 교사를 해고했다.
노동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이런 방식의 해고 자체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교사를 평가하고 해고를 굳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나름 공정한 방법이다. 기존 교사 평가는 대부분 교장이나 교감, 혹은 그 외 교육청 소속 평가원의 주관적 평가로 이루어졌다. 이런 평가는 개인적 친분이나 뇌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 줄 세우기는 적어도 그런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좋은 교사의 자격일 수는 없다. 학생이 하필 해당 학년에 가정사나 특정 이유로 학업 성취도가 낮을 수도 있다. 그나마 교사의 도움으로 학생이 탈선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해나간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시스템은 이런 상황을 평가할 수 없다. 물론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교사가 좋은 교사일 확률이 높다. 반대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사가 평균적으로 무능력한 교사일 확률도 높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뿐이다. 임팩트가 도입된 후, 일부 교사는 학생들의 부정행위(커닝)를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학생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자신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세라 와이사키Sarah Wysocki는 학부모와 주변 교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교사였다. 그런데 2010년 임팩트 평가에서 하위 5%에 포함돼 해직된다. 그녀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가르칠 아이들의 이전 학년 성적을 보고 큰 기대를 했다고 한다. 점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학생들은 점수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만약 이전 학년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그녀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더라도 수치로 드러난 학업 성취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직하게 가르친 교사는 점수가 낮고, 부정행위를 방치한 교사는 점수가 높은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교장과 학부모들은 와이사키가 교사로 남을 수 있게 해달라며 교육청에 청원했지만, 교육청은 형평성을 이유로 그녀의 해직을 번복하지 않았다.
물론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치하는 부도덕한 교사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와이사키 같은 피해자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임팩트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이어진다면 그 사회가 과연 평균적으로 더 나은 사회가 될지 의문스럽다. 99%의 확률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매우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확률이 사람에게 적용되면 100명 중 1명은 예외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1명에게 1%는 100%와 다름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통해 내려진 결정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교사 평가는 어찌 보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사전 검열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적어도 그 경우에는 조사를 거쳐 누명을 벗을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결국 무고한 체포자가 많아지자 애국법은 폐지됐다. 하지만 임팩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해고가 되어버리면, 그는 그냥 무능력한 교사가 된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빅데이터가 내놓은 결과를 비판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와이사키는 다행히 그녀를 좋게 봤던 교장의 추천으로 근처 사립학교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께 해고된 교사 204명은 그녀처럼 운이 좋진 않았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든, 사람들은 실력 없는 교사의 변명으로 치부할 것이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과학 기술에서 시작해 역사, 정치, 사회, 철학까지 지식을 향유하는 놀라운 방법 |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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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써보자면,
장관이 강력한 교육 개혁을 선언한다. 학생들의 학력저하 원인을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한다. 문제는 '무능한 교사'(학력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전인적 교육을 하는 전교조스러운 교사)가 많기 때문이라 결론낸다. 따라서 무능한 교사를 걸러내기 위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차세대 교원능력 개발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 물론 가중치가 가장 높은 것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통해 측정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올리기위해 각종 다양한 편법이 나타난다. 물론 이를 위한 예방책으로 평가시 학부모 등의 자원봉사자 활용 복수 감독, 채점방식의 다각화(온라인 채점이나 교차 채점 등) 등을 활용할 것이다. 무능한 교사 몇 %, 편법을 쓴 교사나 장학사 적발시 퇴출 등으로 체제를 유지한다. 그래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0교시 부활, 야간 자율학습 부활 등 2012년의 재탕이 일어날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든 교사 한 명을 내보낼 경우 그 돈으로 젊은 교사 세 명을 쓸 수 있다"는 논리로 5만여명의 교원 감축을 단행했다면 이번에는 '능력주의'의 탈을 쓰고 교원 감축을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학력은 무엇인가?', '학업성취도를 일제고사로 측정 가능한가?', '좋은 교사, 무능한 교사란 무엇인가?'에 관한 합의된 것, 적어도 학계 다수의 합의된 견해가 있으며 그것을 반영했는 가이다. 밀어부치겠지.
그런데 더 우울한 것은 이러한 교육에 대한 무지하고 나이브한 견해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모 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가 “교원평가제를 실효적으로 운영해 부적격 교사의 퇴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니 그러지않아도 아동복지법의 악용으로 사기가 저하된 '교사'라는 직종에 대한 유인력이 더 저하되고 '할 일'만 하고 각자도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현재를 충실히 잘 살아야 겠다.
오후님의 책은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라는 책으로 처음 접하고 팬이 되었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지만 오후님의 글쓰기 어조가 좋다. 그래서 찾아서 읽은 두번째 책. 과학을 좋아해서 이과를 선택했지만 수학을 못해서 망한 나. 이제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도 과학이 좋다.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것은 더 좋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쓴 과학책이 그래서 때로 위력을 가지기도 한다. 빌브라이스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 에 이르기까지 모두 좋아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좀 아쉬웠던 것은 크릭-왓슨의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부분에서 로잘린 프랭클린에 대한 서술은 좀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믿습니까? 믿습니다! 를 읽어볼 예정
이과이었음에도 과학은 늘 어렵게 느껴졌다. 그랬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쉽게 과학을 알고 싶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우선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소재가 다량으로 있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것을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특히 단위에 대해 나온 부분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는데 보면서 아 이렇구나라는 생각과 이래서 이랬군이라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플라스틱 부분은 앞으로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