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건 동아서점 대표 “서점 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세요”
2022년 07월 07일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를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의 친절한 안내부터 시작하여 도슨트의 특별한 시선으로 기획 전시된 스토리도 경험할 수 있다. 출판사 21세기북스에서는 이런 점을 착안하여 여행자들의 안내서로 사랑 받을 수 있는 기획 출판물로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를 펴냈다. 다른 여행 관련 책자와 뚜렷한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 지역(예를 들면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01'은 강원도 속초시편이다.)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거나, 지역을 대표로 하는 관광 명소를 몇 대에 걸쳐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저자라는 점이다. 속초편을 지은 김영건님은 동아서점 대표다. 속초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다. 바쁜 생업 속에서 지역민의 시각으로, 가업을 이어온 후손으로, 지역의 변천사를 어렸을 때 부터 온몸으로 부딪쳐 오면서 경험한 감각으로 속초를 정감있게 기록해 놓았다는 점이다.
둘째, 맛집, 영화 촬영지처럼 최신 트렌드를 쫒는 일반 여행책과 달리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사람 중심의 관광지,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특수 지역, 인류의 가치 중 하나인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내용을 담아냈다.
셋째, 무엇보다도 책에 소개 된 곳을 찾아 다니기만해도 그 지역의 속살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에는 시간과 돈이 소모된다. 그만큼 귀중한 재원들이 사용되는만큼 믿음직한 안내가 필요하다. 사진 자료만 장황하게 늘여 놓는 책보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신뢰로운 정보를 담아 낸 책이 여행자들의 손에 들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대한민국 도슨트'시리즈는 믿고 따라가기에 충분한 자료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강원도 속초만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칠 여러 곳을 알뜰히게 소개하고 있다.
동명동성당, 문천당, 칠성조선소, 보광미니골프장, 비단우유차, 동아서점, 완앤송하우스레스토랑, 완벽한 날들.
올 겨울 다가기 전에 속초 여행, 가족들과 함께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속초 / 김영건 / 21세기북스]
제목 : [속초 ] 속초는 실향민의 도시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변화 중이다.
속초에서 63년 된 서점을 운영하는 김영건 씨. 관광객이 서점에 들어와서 ‘속초에 관한 책은 없나요?’라는 물음에 ‘속초에 관한 책은 없답니다.’라는 궁색한 답변을 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는 속초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지금은 속초로 돌아와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다. 속초 출신만큼 속초에 대해서 잘 알고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 책은 여행 코너보다는 지리 코너에 더 어울린다. 여행관련 서적이라기보다는 지역 소개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말 그대로 ‘대한민국 안내자’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관광지나 어느 지역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또는 그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지역 소개 글을 쓴 것이다. 나는 이런 부류의 책을 좋아한다. 너무 상업적이지도 않고, 유명지만을 따라가지도 않고 지역의 속맛을 잘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리라.
수백 년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포구에 불과했던 속초는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몸살과 같은 격변을 맞이했다. 남쪽에서 피란살이를 하던 북한 출신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몰려들면서 속초시의 인구가 급격하게 불어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이 좁은 땅에 빈손으로 들어와 판자촌을 이루고 살면서 속초는 자연스럽게 ‘실향민의 도시’로 외부에 처음 각인되었다. - 17p. 속초
속초를 흔히 ‘실향민의 도시’라고 한다. 속초가 지금처럼 커지게 된 것이 한국전쟁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한식 문화가 많이 자리 잡았다. 속초의 유명 먹을거리 ‘아바이순대’는 1996년에 공식적으로 그 이름을 얻었다. 속초는 한국전쟁의 상처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그곳에 젊은 피가 모여들어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변화중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기 마련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 ~ 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더 늦기 전에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하고자 하다. - 시리즈의 취지
저자는 이 책에서 속초의 소중한 곳 24곳을 보여준다. 속초는 설악산과 아바이순대, 닭강정, 영랑호, 청초호, 해수욕장과 대포항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관광을 하면 이런 유명한 장소나 향토음식 위주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지인의 마음속에는 정말 소중한 속초의 장소와 음식, 이야기가 있다. 현지인은 이런 것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오래된 건물은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다. 좁았던 길은 넓혀지고, 오래된 가게가 문을 닫고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연다. 그러다 잠깐 옛일을 회상해보면, 아, 저기에 뭐가 있었지, 저기는 이런 모습이었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진을 찍어두었더라면 변화된 모습을 비교할 수 있지만, 사진마저 없으면 기억은 곧 사라진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에 다소 위안을 준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지역을 기록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지역에게도,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속초에 살았고 지금도 속초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도시를 알아가는 중이다. - 225p.
나는 이 출판사의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듯 속초 이야기도 계속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속초는 24곳의 명소 외에도 가볼 곳, 먹을 것,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저자와 또다른 도슨트들이 그 일을 해주길 바란다.
*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속초를 시작으로 인천 / 춘천 / 목포 / 통영 / 신안 / 순천 / 해남 / 진주로 이어진다.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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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중의 하나로, 속초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안내서였다. 나는 도슨트라는 용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로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속초를 아직까지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으로나마 속초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이 책을 읽어나갔다.
실향민들의 도시에서 트렌디한 도시로 변화 중에 있다는 속초. 속초는 8만 정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의 도시로서, 강원도의 대표적인 산인 설악산에 둘러싸인 곳이라고 한다. 저자는 3대째 이어져서 운영 중인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으로서, 속초 사람의 입장에서 속초를 소개하는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여행 안내책들과는 다르게, 유명한 관광지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속초 사람들의 삶 속에서 묻어나는 정서와 감정을 잘 대변해서 우리에게 속초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속초는 나랑은 되게 먼 곳일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딘가 익숙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었던 가을동화 드라마에 나왔던 주인공 은서의 집이었다. 직접 그 곳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때 보았던 드라마의 장면이 스쳐 지나가고, 그 감성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동명동성당, 문천당, 칠성조선소, 대포항 등 속초의 핫플레이스 24곳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이 책. 속초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속초를 갈 계획은 없더라도 속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추후에 속초에 가게 된다면, 저자가 알려주었던 핫플레이스들을 들러보고, 저자가 알려주었던 이야기를 되뇌이며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