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시절, 화산 폭팔로 생겨난 자례라는 마을이 도시로 성장하고 다시 폐허가 되기까지, 마치 빅뱅과도 같은 한 마을의 일대기를 그려낸 옌롄커의 작품이다. 초반에 프롤로그에서 옌롄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모두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설정인줄 모르고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 했다. 프롤로그부터 철저히 설정을 하고 들어간 작품이라니. 책의 내용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땅이 갈라지고 터진다는 의미에서 작렬하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자례에 쿵씨와 주씨의 파벌이 어떤 숙명으로 마을을 이끌어가는지를 쓴 책이다. <딩씨 마을의 꿈>에서 느꼈던 옌롄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옌렌커 작가님의 최신작입니다. 2013년에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서 2020년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책 무척 재미있습니다. 옌렌커 작가님에게는 상당히 실례되는 짓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천정명 작가님의 「고래」가 생각납니다. 유머도 있고, 과장도 심하지만, 깊이가 있고, 흐름에 막힘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중국의 자례시의 성공과 몰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공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이야기의 대부분입니다. 몰락은 순간입니다. 옌 작가님은 자례시가 성공하는 과정에 힘을 많이 쏟으셨습니다. 중국이 고도 성장하던 시절입니다. 물론 지금도 지구에서 성장률이 높은 국가 중에 하나지만, 훨씬 기세가 좋았던 시절입니다. 성장의 과정이 반드시 정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80년대 배경의 영화 같습니다. 여자도 나오고 폭력도 나오고, 권력이 전부이고, 포장이 뛰어납니다. 지도자의 지도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힘의 정당성, 도덕성은 지금 시대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지금도 정치하시는 분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부부관계가 있습니다. 복잡하자면 복잡한 이야기인데,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사람 이름들이 머리 속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심플하기 그지없이 그냥 재미있는 책입니다.
만약 옌렌커 작가님이 그냥 천명관 작가님 같은 소설가라면 어떤 평가를 받으실까요. 같은 어법을 가진 작가시지만, 천명관 작가님은 영화 쪽에 관심을 확실히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옌렌커 작가님의 소설 내용만 보면 사회체제에 대한 관심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반체제 작가란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데, 그런 꼬리표 떼고 읽으면 그냥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 정도 내용가지고 반체제 작가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무거운 내용도 아닙니다. 그저 가공의 도시, 가공의 인물, 부풀려진 이야기 정도입니다. 그저 왠지 이런 일들이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벌어진 적이 있지 않을까 정도의 호기심은 생깁니다. 물론 없던 일이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천명관 작가님의 소설 「고래」에서 반하기 시작해, 결국 어느 틈엔가 전부 읽었습니다. 지금도 신간 구입 순위 첫 번째입니다. 옌렌커 작가님의 소설도 좀 빠져듭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느꼈던 흥미가 「작렬지」에서 확신으로 바뀝니다. 신간을 얼마나 내실지, 우리나라에 얼마나 다양한 옌렌커 작가님의 소설이 나올 지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한 권씩, 한 권씩 읽어 내려가지 않을까 싶네요. 옌 작가님의 소설 절대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