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니 겐지로 문학의 원천이 된 전설의 작품‘어린이’와 ‘문학’을 빼놓고 하이타니 겐지로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 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아이들의 글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내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그 뿌리는 이 책에 있을 겁니다.”라고 작가가 말했듯, 이 책이야말로 그에게 있어 문학의 원천이다.사람에게는 생명을 준 어머니 외에 ‘정신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선생님, 내 부하 해』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가르칠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습니다. 이 한 권의 책 속에 있는 우주는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똑바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제대로 된 어린이 문학 작품을 남긴다면, 그것은 모두 이 책에서 솟아나온 아름다운 영혼의 결정체 때문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아이들’이라는 우주 속에서 ‘시’를 배운다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책에 담긴 어린이 시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진심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것 같다. 뭐든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표현된 시들을 어른들이 보기엔 때론 과격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 그 시들 속에 아이들의 거짓되지 않은 욕심이 담겨 있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흔해 빠진 말로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선생님 바보, 똥개, 멍청이”라는 말로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며, 사사오 스스무라는 아이가 정전일 때 촛불을 밝혀서 시를 쓰는 것처럼 억누르려 해도 억누를 수 없는 것, 마음속에서 불뚝불뚝 솟아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낙천성과 자유로움하이타니 겐지로는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서는 사랑이 생겨나지 않는 법이라며, 어린이의 낙천성과 익살스러움에서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쓰야마 요시코라는 아이가 하느님이 화를 내도 뿡뿡 방귀를 뀌어서 얼렁뚱땅 넘기겠다고 익살스럽게 말하는 걸 보고 하이타니 겐지로는 방귀의 입장에서 “어른 여러분, 한 번도 방귀를 뀌어 본 적 없는 얼굴로 방귀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대꾸하며, 어른들이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 진짜 무시무시하다며 아이들 편에 서서 잔인한 어른들을 재판하기도 한다.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아빠에겐 2년 동안 용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한테는 월급을 왕창 깎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아이들이 쓴 시 속에는 아이들의 낙천성과 자유로움이 듬뿍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독창적인 사상가인 아이들의 관찰력과 상상력아이들은 나면서부터 돋보기를 갖고 있다. 작은 것을 커다랗게, 그리고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뛰어난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 돋보기로 주변을 관찰한다. 가족들과 수다를 떨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겨운 공부를 하다가, 자연 속을 거닐다가 아이들은 그 속에서 아주 사소한 것들을 잡아내어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낸다.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배운 말이 아니라 자기 눈에 보인 대로 자기 귀에 들린 대로, 기린이 걷는 모습을 ‘포착포착’이라고, 소 울음소리를 ‘운너어어어, 운너어’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이 표현해 낸 시 속에는 때론 어른들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세상이 담겨 있어서 그 시들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아 온 세상이 낯설고도 새롭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하이타니 겐지로는 시를 쓸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쓰라고 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라는 한다. 자기 마음과 남의 마음에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싸움이라면 싸움을 걸자고 하고, 정당한 논리가 어른들 때문에 왜곡될 때는 멋지게 불평을 터뜨리자고 한다. 사사키 다카히코라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빡빡머리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당하다며 어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 당당하게 비판한 시를 보고 하이타니 겐지로는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자 한 인간을 강인하게 단련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키와 같다며, 어린이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불평불만을 터뜨려 달라고 당부한다. 세부내용1장 ‘어른 관찰 기록’에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아이들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웃고 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렇게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겪은 것들을 시로 표현해 낸다. 2장 ‘시 줍기’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시를 쓰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 방법들을 설명한다.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훈련에서 시작하여, 어른한테 배운 말이 아니라 지금껏 아무도 쓴 적이 없는 말 발명하기, 빗대는 말 만들기, 비유의 표현을 익히기 위한 별명 짓기, 상상력을 도와주는 거짓말하기, 머리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시의 리듬 익히기, 얽매이지 않는 마음과 거짓 없는 마음 기르기, 읽는 사람에게 답을 강요하지 않는 시 쓰기, 시라는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뭐든 글로 써 두기, 본보기 시 흉내 내지 않기, 좋은 시를 알아볼 수 있는 비법 배우기, 못생긴 시 쓰기, 옛날 시 읽기 등 시 쓰기 훈련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의 역사를 써 보자고 제안한다. 3장 ‘하느님한테 방귀를’에서는 시를 쓰는 근본적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수 있도록, 상냥한 마음이 언제까지나 상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마음과 상냥한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 재어 보는 자와 같은 것이 시이며, 그러한 마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시이며, 욕심에서 비롯된 마음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끌어올려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몰입하여 쓴 시는 때론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으로 표출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4장 '너는 오늘부터 꽃이야'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아이들과 만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무라이 야스코가 껌을 훔치고 나서 쓴 시를 통해 하이타니 겐지로는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한 순간도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성심부전으로 죽은 오카모토 료코에게 쓴 아이들의 이별의 말을 들려주며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였다고 말한다. 정신지체아인 친구 치아키를 돌보며 함께 걸어 주던 아이들이나, 한쪽 다리를 잃고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은 다카하시 사토루, 무슨 일에든 금세 푹 빠져 버리는 아이 구로다 마코토… 하이타니 겐지는 이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이 아이들한테서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