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지식과 진리는 다르며, 영원한 진리란 없다고 했어요.
어릴적엔 이 말이 참 이해가 되지 않았었죠.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적 사실, 지식들이 왜 진리가 아니냐며,
예전엔 과학이 덜 발전했으니 그럴 수 있어도
이제는 모두 제대로 밝혀진, 변치 않는 사실들 아니냐고
치기 어린 논리를 펴곤 했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정말 영원한 진리는 없음을 느낍니다.
이 책을 읽고도 아주 뼈아프게 느꼈어요.
진리처럼 알고 있던 지식기반이 흔들리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물은 목마를 때만 마셔라,
골고루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계란, 식초 먹지 마라… 등등.
제가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부정되는
어쩐지 괴상한 자연위생학의 세계입니다.
자연위생학자인 하비 다이아몬드 박사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이 푸드산업과 결탁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계속해서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증명해내요.
그리고 죽은 음식이 아닌 산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내가 말하는 살아 있는 음식이란 바로 과일과 채소다. 거기에 약간의 견과류 및 씨앗류를 추가하면 된다. -171p.
이어서 과일 예찬론을 펼치는데, 저 역시 이 주장에는 동의해요.
- 과일은 위장에서 소화할 필요가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음식이다. 과일에는 자체적으로 효소(소화효소)가 함유되어 있어서 완전히 익으면 사실상 이미 소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장 안에서 20~30분만 머무르다가 소장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여 우리 몸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80p.
- 우리 몸에서 원하는 대로 위장에서 과일을 빨리 통과시키려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빈속에 과일만 섭취해야 한다. […] 과일이 소화가 더딘 다른 음식과 함께 위장에 남아 있으면, 빠르게 발효되어 위장 속 다른 음식의 소화를 방해한다. -81, 82p.
과일을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서도,
다른 음식을 먹은 직후에 먹어서도 안되는 이유예요.
보통 음식은 2시간 내외로 위에 머물게 되는데,
이보다 훨씬 빠르게 위에서 소장으로 옮겨가는 ‘과일’을
다른 음식과 섞어 먹게 되면
과일이 소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위에서 발효되어
다른 음식의 소화까지 방해하는 것이죠.
저는 원래 과일을 식후에 먹지 않으려 하는데,
그 이유가 급격한 당 증가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더 직접적인 이유를 또 알게 되었어요.
- 이 지구상에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핵무기일까, 테러일까, 전쟁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바로 가공식품이다. -154p.
- 과학이 식품산업에 입성한 그날은 정말로 슬프고도 슬픈 날이다. 이제 진짜음식을 흉내 낸 고가의 화학물질 덩어리로 바꿔버리는 일이 너무도 흔해졌다. -156p.
과학계와 약학계가 건강기능식품, 가공식품 등의 산업에서
나름의 선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인류의 적이며 독이라는 작가의 주장은
저에게 조금 아프게 다가옵니다.
-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새로운 진실이 겪는 역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과학계에서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아마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진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흘러서 그 중요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중요하긴 하지만 새롭지 않다’라고 말한다.” -48p.
늘 새로운 발견을 추구하는 과학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것을 가장 기피하는 학계이기도 해요.
충분히 증명되고 밝혀진 대세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일반인들에게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이겠지만,
모든 것에 ‘상업성’과 ‘대중성’이 침투해버린 요즘 세대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스스로 어느정도 구별해낼 수 있는
자가판단능력을 키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