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민(글토크) 저
조유미 저
최다빈 저
2020년 12월 10일
ㅇ 책속으로
나는 드라마 광이다.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드라마를 사랑할 것이다.
물론 예전의 감성으로 마주하지 못할 경우도 많고,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건져낼 보석같은 드라마가 과거에 비해 적은 것도 아쉽지만, 끊임없이 드라마를 보고 명대사를 기록하고 명장면을 스크랩하며 나의 취미생활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정덕현 작가는 드라마 비평을 통해 온라인으로 처음 만났다.
미처 정리되지 못하고, 부족한 필력으로 글로 표현하지 못한 나의 생각들이
그의 글속에 담겨 있어 너무나 멋졌고, 너무나 부러웠다.
그의 글을 통해 드라마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부족했던 2%가 채워지는 경험을 여러번 한 후 나는 그의 글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지금도 작가가 기고하는 글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
우연히 이 책 제목을 보고, 저자의 이름을 본 순간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책!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명대사 뿐만아니라 대중문화 비평가가 들려주는 드라마 이야기이기에 책이 도착하자 마자 첫 장을 펼쳤다.
이 책은 드라마와 작가의 삶을 엮은 이야기들로 또다른 위로와 재미를 안겨주었고,
예전의 드라마를 다시 생각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책속 42편의 드라마 중 38편의 드라마를 모두 챙겨 보고 드라마 명대사를 모두 정리한 나도
드라마를 참 좋아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나에게 드라마는 킬링타임이나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생이고 그 시절 나와 함께 한 나의 추억이자 삶의 일부분이다.
드라마를 통해 나는 삶을 배우고, 삶을 생각하고, 그래서 한뼘 더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작가 만큼이나 멋진 작가의 필력에 책의 많은 부분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책의 마무리.. 당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명대사는 무엇입니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수많은 드라마의 명대사 중 존경하는 노희경 작가님의 명대사 한 문장을 떠올려 본다.
"나 이대로 사는 게 뭔지, 기쁜게 뭔지도 모르고,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얼굴도 마음도 윤기없이 버석버석. 그냥 이대로 늙어버리면 어쩌지." - 드라마 거짓말 중에서
ps. 성우의 말처럼 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쓴것 같은데..
사는 건.. 그렇게 윤기없이 버석버석 늙어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만 같다.
ㅇ 책속에서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거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조금 망가져도 괜찮다고, 그것도 즐거울 수 있다고. 적어도 누군가 찾아왔을 때 안심이 되는 정도의 적당한 망가짐은 '멋'일 수 있다고
사는게 그런건가. 좋았던 시간의 기억 약간을 가지고 힘들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대부분은 단번에 자신을 소진시키는 불꽃같은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많은 불꽃들을 보면서 알게 된 건, 그 뒤에 보이지는 않지만 천천히 타들어가는 무수한 촛불들이 존재한다는 거였다. 불꽃의 삶은 꽃보다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촛불의 삶은 위대하다.
놀랍게도 기억은 우리의 삶에서 고통보다는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에 남기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 걸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의 괴로움이나 고통 또한 지나고 나면 아마도 웃을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지 않을까?
젊어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젊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빛을 발하는 이도 있다. 결국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성품에 따라 빛나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것.
당신은 지금 편안하게 별일 없이 지내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분명 주변의 누군가가 우산을 들고 있을 게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한 것들도 점차 익숙해지지만, 그 익숙하다 여긴 것들도 매일매일이 다르고 새로워지는게 인생이다. 그러니 어제 알게 된 사실 때문에 내일을 예단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건 결국 처음이니까
마흔 여덟살 정도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옳은 것일까? 나한테 틀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틀린걸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게는 개새끼일 수 있다.
슬픔과의 적당한 거리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이 혹독한 삶에서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 만큼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이다. 인연이란 것이 대부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때론 힘들고 불편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살아가는게 과연 더 좋을까?
질투라는 것에 어떤 막연한 비교와 상상이 더해진다는 걸 나이들어서야 알았다. 젊어서는 뭐가 그리 부족했는지 남의 것은 다 좋아보였고, 나는 왜 가지지 못했는가 하는 질투심을 달고 살았다. 막연한 비교와 상상이 만들어내는 부러움이나 질투심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그때그때 생기는 감정일 뿐. 편하게 받아들이자 |
평론가가 평하고 생각한 책을 평론하는 중입니다
이책은 정덕현이라은 평론가가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일생과 연관지어 글을 적은 책이다.
내가 마음에 든 드라마 평가는 [미스터션샤인]에 대한 평론이 마음에 들었다.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 도 없이 오직 의명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이에 대한 정덕현 평론가는
학창시절 문방구에 파는 폭음탄을 가지고 놀았다. 어렸을때는 굉음을 내며 뻥 터질때마다 묘한 쾌감같은것이 있었다.
그러나 1987년에 와서 그 폭음이 얼마나 무서운것인가를 실감했다고한다.
많은 선배들과 동기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 할때 저편에 투투투투 페퍼포그차가 쏴대던 최루가스와 전경이 총처럼 쏘아더던 최루탄은 충격 그자체였다고 한다.
시위도중 전경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된 이한열 열사, 폭음은 더이상 유희가 아니였다. 폭음 때문에 누군가는 피오나지도 못하고 생명이 꺾이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으로 6.29선언이 이어지고 대통령 직선제로 사회에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후로도 정치권 부정부패는 계속 이어져갔고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섰다. 90년대에는 안타깝게도 대학생들의 분신자살이 연달아 벌어지기도 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수한 폭음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들은 결국 불꽃이 되었다.
사대부가의 영애로 태어난 고애신은 한평생 편하게 살수도 있는 인물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의병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유진초이는 그에게 꽃으로 살아도 될텐데 왜그리하지 않느냐고 말을 했다.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꽃보다 불꽃처럼 타올랐다 지는 삻을 선택한 것이다.
이대사를 듣는 순간 90년대 대학생들이 스스로 피워냈던 불꽃이 떠올랐다. 근근이 사ㄹ는 삶이 아니라 하루는 살아도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
불은 파괴적인 힘을 갖는다. 하지만 때론 낭만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불에 꽃을 붙여 불꽃이라고 지칭하는 것일 게다. 부패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더 나은 어떤 것을 꿈꾸는 삶은 불꽃처럼 낭만 적이였다. 현실은 이상처럼 아름답지 않지만 불꽃 같은 삶은 훗날 낭만 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의 삶이 모두 그렇게 낭만적일 수는 없다. 대부분은 단번에 자신을 소진시키는 불꽃같은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많은 불/곷들을 보면서 알게 된건. 그 뒤에 보이지 않지만 천천히 타들어가는 무수한 촛불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촛불은 단번에 커다란 불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타오르며 다른 초로 불을 이어가며 조용히 세상을 바꾸었다. 불꽃의 삶은 꽃보다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촛불의 삶은 위대하다.
촛불의 삶을 살다 함께 모여 커다란 불씨가 되고 그 불씨로 인해 세상이 바뀐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이 논평을 읽고쓰면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내가 이렇게 살고있다는건 누군가가 그늘을 만들어주는거구나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건 이 현재를 위해 과거의 누군가가 불꽃처럼 촛불처럼 내 가는 길을 밝혀주었구나
나또한 누군가를 위해 길을 밝혀주는 촛불, 불꽃이 되고싶다. 이세상을 밝혀주주는 다른 초로 불을 이어가는 촛불이지만 그 촛불이 꺼질때에는 불꽃이 필요하다. 스스로 불꽃이 되어준 그대들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그 불씨 꺼지지 않게 간직하는 삶을 살겠다.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나도 누군가에겐 개새끼일 수 있다"
애초 블로그란 개인적인 공간이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악풀들-인신공격성 댓글, 욕으로 도배된 글-은 일종의 '무단 가택 침입'같은 불쾌감을 주었다. 그나마 화가 나긴 해도 그다지 충격이 오래가진 않았다.
하지만 악플이 아닌 반대의견이 올라오고, 그 의견이 나름의 논리와 설득력이 있을 때는 훨씬 더 아팠다.
삼십대는 생존과 생계를 위해 글을 썼다. 그래서 내 의견이 틀리다는 반대 의견들은 어떻게든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 아무리 반론을 펼쳐도 결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 글 역시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생계를 위협하는 것일 수 있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 220쪽-
이 책은 글을 쓰면서 사는,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글쓴이가 드라마 속 대사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대사를 골라 뽑고 그와 연관된 자신의 삶 속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글이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또 한번 꽂힌 드라마는 끝까지 보는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꽤 구미가 당기는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내가 놓친 드라마가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본 드라마에서 내 마음에 와 닿았던 대사와 다른 사람의 가슴을 후벼팠던 대사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그렇겠다 싶었다. 그 중에서 위에 있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다른 글을 쓰며 다투던 사람들, 결국 그들은 생계를 위해서 그렇게 했겠다 싶은 깨달음.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모임이 많아지고 이전부터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서로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던 터라 이제는 만나서 술 한잔하며 어깨 두드리고 털어버리는 일이 없어지고 살벌한 텍스트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그 앙금을 털어버릴 기회도 없이 로그아웃으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을법하다. 한편으로 편한 세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 아날로그 감성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 나왔다던 저 대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별에서 온 그대>, 거기에서 "왜 혼자야? 우리 함께 있잖아."라는 대사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한테 상처 안 받는 법 알려줘? 아무것도 주지도, 받지도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그럼 실망할 것도, 상처받을 것도 없어."
"그럼 무슨 재미로 살아?"
그러게, 그러면 무슨 재미로 살까. 드라마속 수많은 연인들은 오늘도 알콩달콩 달달한 대사를 나누고 때로는 서로 상처주며 싸우기도 한다. 그런 것이 싫어서 연애를 안하면 그만이지만 연애 한번 안해본 사람은 그런 감정조차도 부러울 수 있다. 글쓴이가 인용한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는 김광섭 시인의 시구처럼,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 만났는데, 그런 감정하나 없이 지낸다는 것도 건조한 일이다. 항상 화창한 날만 있을수는 없다. 때로는 비도 내리고 해야지 대지가 촉촉하게 적셔지겠지.
<눈이 부시게>는 중간에 치매 할머니라는 반전이 인상깊었던 드라마이고 호평이 많기도 했다. "어머님은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라는 물음에
"대단한 날은 아니고 ,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라고 답을 하던 대사. 온 동네가 밥 짓는 냄새가 나면 솥에 밥을 안쳐놓고 아장아장 걷던 아들의 손을 잡고 밖에 나가서 멀리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상의 행복함. 어릴 때부터 꿈이 무엇이냐?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같은 말을 듣다가 어느 순간, 예전 사진 속에 담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될 때. 아마도 그때가 나이가 들어가는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는 제목과는 달리 여기에 인용한 드라마 속 대사가 모두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아마도 드라마를 다 보지 못했거나 혹은 내가 글쓴이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래도 다들 대단한 작품을 만든 드라마 작가들에게 추천사를 받은 글쓴이가 부럽고, 그런 글쓴이의 선구안이라면 남다른 글들도 있겠지 해서 책을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래서 그 중에는 나도 그랬겠다 싶은 대사도 건져올렸다.
꼭 무엇을 공감하기 보다는, 아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면서 천천히 책을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