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나도 전설의 고향하면 죽고 못 살 정도로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좋은편도 아니었는데 내 방엔 TV가 따로 있었고 내 또래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만화는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전설의 고향은 매주마다 챙겨보는 조금은 별난 아이였던 것도 같다. 더군다나 형제도 없었으니 불꺼진 방에서 혼자 전설의 고향을 보는 쫄깃함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경계선에 있던 그 시절 보긴 봐야겠으나 무섭긴하고 그럼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TV를 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귀신! 보통 아이라면 눈을 감았겠지만 나는 특이하게 귀신 얼굴이 몇초간 흘러나올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화면을 노려보곤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기만한 기억이다.
이런 나의 대담하기도하고 귀엽기도 했던 유년 시절 기억은 공포소설가 전건우 작가의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를 읽으면서 겹쳐져 왜이리도 반갑고 재밌던지! 아무래도 연배가 비슷하고 시골에서 자랐던 경험이 있어 에세이 속에 등장하는 폐가의 장면에선 눈감아도 떠올려지는 어릴 적 주변 풍경으로 인해 굉장한 몰입감을 느꼈던 것 같다.
처음 <난 공포소설가>를 받았을 땐 그간 읽었던 전건우 작가의 작품과 다른 에세이라 신선하게 다가오긴하였으나 두께감이 얇아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는데 에세이를 읽기 전엔 다른 작가와 큰 차별을 두지 않았다면 에세이를 읽으면서는 인간적으로 무한 공감대가 느껴져 생각지도 않았던 친근감에 괜히 나혼자 민망한 기분이 드는 묘한 상황을 마주하게도 되었다.
사실 전설의 고향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이후 공포물에서 장르가 옮겨가며 시들해졌다가 최근에서야 공포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꽤 다양한 이야기와 접근 방식에 새삼 놀라곤하는데 독자층이 다양하진 않지만...심지어 사양길로 접어들어 출판계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결같은 지고지순함으로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공포 작가의 처절하지만 강단있는 이야기가 적잖이 감동스럽긴했다.
공포소설보다 더 재밌어서 후루룩 읽어내려갔던 전건우 작가의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 이 책을 읽고는 서점에서 만나게 되는 공포 소설에 매몰차게 등을 보일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난 공포소설가> 입니다.
와우, 완전 제 취저(취향저격)!! 책이었어요.
이 책 한권으로 전건우 작가님 팬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오잉 뭐지???? 공포소설인가??..아닌가??했는데
세상에~ 정말 사랑스러운 ^^ 공포/호러에 보내는 연.애.편.지 였습니다.
연애편지라고 말했듯,
이 책에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특히 사랑했던 호러 장르 작품에 대한
애정어린 찬사와 추억담이 들어있다.
연애편지란 아무리 길게써도 발송하고 나면 꼭 못한 말이 남기 마련인데
호러에 대한 내 사랑도 그랬다.
소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내 마음을 이 책 가득 담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호러'에 대한 기나긴 연애편지를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p6-8 프롤로그 중에서..(저는 완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진심이 오롯이 전해지셨나요?^^
전건우 작가님은 <전설의 고향>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13일의 금요일>에서 위로를 받았으며,
<링>을 읽으면서 미래를 설계하셨다니..
이쯤이면 호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겠지요?^^
저 또한 <전설의 고향> 애청자로서,
그 중의 원탑을 고르라면 단연 "내 다리 내놔!!!!!" 였는데..
(아 정말 그 한쪽 다리가 잘린 시체가 겅중겅중 뛰면서 쫓아오는 장면은 완전 대박이었죠!!!!!)
그 시절 <공포특급>도 표지가 너덜거리도록 보았고..
<세계의 불가사의>도 정말이지 너무 좋아했는데..
하하 이쯤되면 저도 호러광인가요.
새록새록 추억 샘 솟는 그때 그 시절 호러 작품들,
그리고 홍콩 할매 귀신, 빨간 마스크 귀신 이야기..
작가님의 추억담과 함께 저의 추억 또한 떠올리며 읽으며
혼자 낄낄- 거리기도 했고, 뭔가 아련해지기도 했네요.
알바의 끝판왕, 바로 전설의 <시.체. 닦.이.> 아르바이트 관련해서는
정말이지..함께 영안실에 들어갔다나온 기분이 들만큼 생생하게 그 무서움이 전해졌습니다.
역시.. 영화와 현실은 다른거군요;;;;;
그리고 <캐리>, <검은 집>, <링> 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그때 불을 켜고 자야했을 만큼
머리칼이 쭈뼛쭈뼛+ 오싹오싹하게 무섭겠지요?^^
작가님의 다음 호.러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호러를 사랑하고 호러의 부활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호러로 대.동.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