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카트에 담겨 있던 책을 몇 주 전에 주문했고 최근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한 인물의 생애와 업적 등을 자세하게 연구한 책을 좋아한다.
나름 고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작가의 뚜렷한 사상이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야에 대한 그의 연구와 견해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스페인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고야가 살던 당시의 스페인을 알아야 고야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고야를 대표하는 많은 유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고야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로스 카프리초스><전쟁의 참화>와 같은 판화집을 봐야 한다. 궁정화가라는 지위에 있으면서 체제와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제작한 고야. 그의 작품을 통해서 당시 스페인의 참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고야?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작품은 몇 개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너무 끔찍해서 잊기 힘든 [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 와 왕비의 표정이 인상적인 [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초상화 ] 그리고 [ 옷 벗은 마하 ][ 옷 입은 마하 ] 이정도?
그래서 이번에 고야 단독 인터뷰 식으로 고야를 집중 분석한 이 한 권의 책을 만났을 때는, 문득 '고야에 대해 이 정도 두께에 담을 만한 내용이 그렇게나 많을까.? '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너무도 방대한 고야의 작품을 만나보고서야 비로소, 나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왜 제목이 '저항하는 지성, 고야' 라고 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고야는 40대 중반에 스페인의 궁정화가로 활약하게 되면서 그토록 갈망하던 출세와 신분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멀지 않아 청력을 잃게 되고, 노년에는 시력까지 거의 상실하게 되면서 외롭고 불운한 노년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
고야가 살았던 시대는 나폴레옹의 스페인 정복, 절대권력의 붕괴 등 혁명과 전쟁의 한가운데서 어수선한 상태였는데, 궁정화가로서 황제와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귀족의 신임을 얻긴 하지만, 청력을 상실한 후에는 이러한 귀족계급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용한 내면의 세계에서 솔직하고 대담한 그림을 주로 그리게 된다.
그래서일까..책 속에서 소개되는 고야의 작품은 대부분이 어둡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 작품들이 참 많다.
고야의 작품 가운데, 시대적 배경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900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소묘와 판화를 보니, 과연 종교재판까지 받을 위험에 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야는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82세까지 살았고 수많은 작품을 50대 이후에 완성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화가 '고야' 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사회 비판, 스페인 민중의 희생, 조국 스페인이 처한 현실 등을 붓으로 표현한 '혁명가' 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보통 유명한 화가와 관련된 영화가 제법 있는데, 문득 고야에 관련된 영화가 없을까 뒤적여 보니, 오!! '고야의 유령' 이라는 영화가 눈에 띈다.
예전에 그냥 패스한 영화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당장 보고 싶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고야를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책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홋타 요시에'라는 일본작가가 쓴 고야에 관한 책에 대해서, 저자가 꽤 자주 반대의 의견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한두번이라면 괜찮을까, 너무 자주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살짝 거슬르긴 했다.
[ 푸른들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